보이차의 선택, 고양이와 호랑이

보이차는 묵혀서 마시는 차라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는 건 오해

by 김정관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차 선택에서 늘 고민하게 된다. 한 편에 3만 원 짜리도 있고 30만 원, 300만 원으로 열 배에서 백 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병차라고 부르는 동그란 모양이나 포장지에서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거기다가 산지명까지 같은 차가 왜 열 배, 백 배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물건을 모르면 값을 많이 치르라고 하지만 선뜻 비싼 값을 지불하기란 쉽지 않다. 같은 산지 이름을 가진 차가 돈을 더 지불했다고 향미도 그만큼 차이가 있다는 것일까?


외형으로 차를 구분하기란 힘든 게 보이차이다. 다른 차류는 가격에 따라 비싼 차는 포장부터 고급스럽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쉽다. 특히 차향이 좋은 청차류는 고급차는 아예 소포장으로 밀봉되어 있다.


좋은 보이차를 마시려면 그만한 돈을 지불하라는 게 나의 지론이다. 내가 권하는 가격대는 g당 1000원 이상이니 한 번 마시는데 3g 기준으로 3000원 정도이다. 병차 한 편에 30만 원은 되어야 만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고 본다. 물론 내 입맛에 맞는다면 그보다 더 싼 차를 선택해도 상관이 없지만 하루에 커피값으로 얼마나 지불하는지 생각해 보자.

좋은 보이차를 마시려면 그만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는 녹차나 보이 생차는 첫물차인데 봄 차의 향미가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보이 생차는 산지마다 다른 향미를 즐기기 위해 마신다. 노반장, 빙도, 석귀 차를 첫물차로 마시는 건 아예 기대조차 할 수가 없는 건 한정된 생산량이라 중국 현지에서 소비되어도 모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이름이 익히 알려진 산지의 차는 가격 때문에 언감생심이라 하겠지만 깊은 산골에 발품을 팔아 찾아낸 차라면 내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 예를 들면 요즘 내가 홀딱 반해서 마시고 있는 香竹林향죽림이라는 차이다. 향죽림은 윈난 성 임창시 경마현 맹영진에 있는 촌락인데 우리나라에는 알려져 있지 않은 산지이다.


향죽림 고수차 명전은 내가 마셨던 어떤 차의 향미보다 두텁고 감미롭게 다가왔다. 이 차를 마시는 그날은 다른 차는 입에 맞지 않아서 내 차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한해 생산되는 향죽림 명전의 모차가 얼마 되지 않아서 상품으로 포장지를 만들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 차는 한지에 싸서 차 산지를 알려주는 도장이 찍혀 있다.


보이차는 일상의 차이기에 집밥을 먹는 것처럼 경제력을 감안하여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를 정해야 한다. 보이차는 소장해서 두고두고 마시는 차이므로 통 단위로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많은 차를 소장하고 있더라도 결국 내가 마시는 차는 지금 내 입맛에 맞아야 한다.

소장하고 있는 차는 수백 편이라는데
정작 마실 차가 없다고 푸념하는 분이 많은데 왜 그럴까?

소장하고 있는 차는 수백 편인데 정작 마실 차가 없다고 푸념하는 분이 많다. 만약 한 통 가격으로 한 편을 구입한다면 분명히 만족도가 높은 차로 계속 마실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이 싼 차라도 묵히면 맛있는 차가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건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수석에 조예가 깊은 분이 하는 말이 초보일 때는 탐석을 나갈 때마다 짊어질 수 있는 양만큼 담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수석에 눈이 밝아지게 되면 집에 있는 돌을 한 배낭씩 내 다 버리고 돌을 찾기가 쉽지 않아 빈 손으로 돌아온다. 보이차도 이와 같아서 가성비로만 차를 선택하려 한다면 훗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차를 수장하여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셔지지도 않고 버릴 수도 없는 차가 집에 가득하다고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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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죽림 고수차, 수령 200년의 첫물차로 만들었다. 엽저를 보면 어린 잎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향죽림 고수차는 분명 호랑이라고 할만 하다
좋은 보이차를 마시고 싶다면 양보다 질, 한 통 값으로 한 편을 구입하라


보이차는 어떤 기준으로 구입해야 하는가?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는 분이라면 차의 향미를 제대로 알게 될 때까지는 다양한 차를 접하는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보이차의 향미에 익숙해져서 자신의 취향이 만들어졌다면 한 달에 지불할 수 있는 경제력에 맞춰서 차를 구입하면 좋겠다.


거의 20 년을 하루에 3리터 이상 마셔오면서 내린 결론은 한 통 값으로 한 편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이차는 묵히면 좋아지는 차가 틀림없지만 고양이가 나중에 호랑이가 될 수도 있다는 오해는 하지 않아야 한다. 고양이로 만족할 수 있으면 고양이 새끼를 키워야 후회하지 않는 보이차 구입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고양이보다 호랑이가 좋은 건 당연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지금은 고양이를 들이지만 나중에는 호랑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할 것이다. 보이차는 지금 마셔서 좋은 차라야 훗날에도 좋은 차로 마실 수 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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