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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May 11. 2022

'보수동 책방골목'을 지켜주세요

'보수동 책방골목 보전과 미래 포럼' 발족에 붙여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을 아시는지요? 이 골목에 헌책을 취급하는 서점은 일제 강점기부터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한국 전쟁 때 집중적으로 생겨나면서 한 때는 70여 곳이나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마흔 개 정도가 남아서 책방골목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곳도 개발의 바람은 피하지 못해 최근에 여덟 곳의 책방이 없어져 버렸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한국전쟁 피란 수도 부산이라는 도시 역사의 중요한 유산이다. 또 서점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책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이 시대 문화공간으로서의 위치로도 중요하다. 새 책은 대형서점을 방문해서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지만 헌책은 이곳이 없어진다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보수동 책방골목은 그동안 부산시의 원도심 살리기 정책에 힘입어 부산의 명소로 거듭나서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찾는 필수코스가 되었다. 골목 경관을 단장하고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과 ‘어린이도서관’을 세워져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골목은 안으로 더 이어져서 주제를 담은 서점과 카페,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며 부흥기를 맞는가 싶었다.


왼쪽 건물이 책방골목문회관, 가운데 건물이 이번에 헐릴 위기에 처했던 우리글방이 있다. 새 건물주는 책을 형상화한 외관으로 리모델링 해서 쓰는 방침을 전했다


그러던 중에 소형 공동주택 개발 붐이 일면서 토지의 가치에 맞는 거래가 이루어지며 건물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책방골목에서 대로변에 면한 땅부터 매각되어 순식간에 여덟 곳의 서점이 사라져 버렸다. 건물주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처사라고 할 수 있지만 도시 역사의 문화자산이 사라져 버린다는 처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부산은 우리나라 근대도시로서 자리매김이 타 도시와 남다른데도 근대건축물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부끄러운 지난날의 과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본다. 화재로 소실된 구 부산역 驛舍역사는 그렇다고 해도 도로를 개설한다는 명분으로 헐어버린 구 부산세관이나 영주동 구 조흥은행 건물은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이라 하겠다.


 

구 한국은행 부산지점과 부산근대역사관으로 쓰고 있는 구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연결해서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재단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나마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이었던 부산근대역사관과 구 한국은행 부산지점을 통합하여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재개관하는 노력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매각되어 헐릴 위기에 있었던 구 한성은행 부산지점을 부산시에서 매입하여 리모델링을 통해 보전했었던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원도심은 개발보다 보전과 재생을 통해 부산 도시 역사 자산으로 지켜내는 것이 문화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시와 영도구가 만들어내고 있는 영도의 도시 변신은 가히 눈부시다고 할 수 있다. 영도라는 역사 유산을 재조명해서 지리적인 특성을 살린 원도심 개발은 부산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공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방문객들을 보면서 실감하고 있다.


다시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해보자. 보수동 책방골목을 지키려는 부산시와 중구의 정책으로 새 단장되어 이미 명소로 거듭난 장소가 되었다. 해마다 책방골목축제가 열리고 국제시장과 자갈치와 연계되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져서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책방골목의 건물은 개인 소유물이므로 언제든지 매각될 수 있었다. 몇 년째 이어지는 부동산 개발의 바람을 보수동 책방골목도 피해 가지 못하고 대로변에 면한 건물부터 고층건물로 신축하려는 개발업자에게 매각되기 시작했다. 건축물 한 채를 짓기 위해서 기존 건물을 헐어내면 몇 개의 서점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골목 안쪽에도 오래된 건물을 헐고 새집을 지으면서 책방골목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서점이 없어져 버렸다. 만약에 또 하나의 건물이 헐리고 만다면 책방골목의 정취는 사라지고 말 것이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책방골목의 주진입구라고 할 수 있는 큰 길에 접한 건물이 매각되어 서점이 없어져 버리니 책방 골목이 있다는 인식 공간이 사라져 버렸다


책방골목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3년에 ‘책방골목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되어 이곳을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었고, 혜광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책방골목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를 찍는 등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부산의 문화적 자산을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 남아있는 가장 큰 책방인 우리 글방과 두 곳의 책방이 들어있는 건물이 매각되어 퇴거 요청이 들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이 건물이 헐어지면 책방골목도 사라지고 만다는 위기의식에 이를 지켜야 한다는 뜻을 함께 한 분들이 모임을 결성했다.



2022년 5월 6일, '보수동 책방골목 보전과 미래 포럼'이 결성되는 자리를 ‘우리 글방’에서 가졌다. 보수동 책방골목을 지켜내야 하는 현안과제뿐 아니라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대안도 논의해가기 위해 ‘보전과 미래’를 포럼의 이름에 넣은 것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을 과거의 유산으로 지키려고만 하고 이 시대에 필요한 장소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는 언제든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을 아끼는 부산의 석학들과 전문가,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이 포럼에 기대와 격려를 함께 보낸다. 특히 이 자리에 ’ 우리 글방‘이 들어있는 건물주가 참석하여 신축 계획을 철회하고 책방골목을 주제로 삼은 리모델링 계획까지 준비하여 박수를 받았다. 회사로서는 적지 않은 개발 이익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은데 보수동 책방골목의 보전과 미래를 위해 힘을 더하겠다는 참여의지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 근현대사의 유산으로 꼭 지켜내야 할 보수동 책방골목, 이 포럼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또 부산시와 중구청은 보수동 책방골목을 보전하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과 실현에 나서 주었으면 한다. 다시 있어서는 안 될 한국전쟁의 참화를 기억하기 위해 역사적 유산으로 지켜야 하며, 이 시대의 문화적인 명소로 거듭난 보수동 책방골목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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