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마시고 있는 보이차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탓하는 사람이 있다. 가지고 있는 보이차가 수십 편이나 되는데 어떤 차를 우려도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차라야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그 향미를 즐길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또 다른 사람은 몇 편 안 되는 보이차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차를 우려도 다 맛있다고 한다. 숙차는 슴슴한 향미가 좋고 생차는 차향을 음미하면서 마실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그래서 찻물을 끓이면서 차 생활을 하게 된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만족해한다.
사실 보이차를 한 묶음으로 놓고 호불호를 얘기하는 건 무의미하지 않나 싶다. 어떤 차도 그렇지만 지불한 금액만큼 만족도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만큼 그 차에 대한 기대치를 가져야 한다.
봄 차라 할지라도 차값은 산지마다 수십 배가 차이가 난다. 또 같은 산지라도 채엽시기나 수령에 따라 또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보이차를 몇 년 마셔온 사람이라면 빙도차 한 편은 가지고 있겠지만 다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지인 중의 한 분은 보이차를 마시지 못한다고 했다. 그분이 처음 마셨던 보이차는 선물을 받았던 차였는데 다 마시고 나니 그만한 차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보이차는 다른 차와 달라서 시작할 때 접한 차에 입맛이 길들여지면 그 아래 수준의 차에 만족하기 어렵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맞게 차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이차는 후발효 차이기에 무조건 오래 묵히면 다 좋아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성비를 내세우면서 저렴한 차를 많이 구입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양이가 자란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지금 마시고 있는 보이차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차를 탓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보이차를 구입하면서 가성비만 따지고 있다면 만족할만한 차를 얻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만약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던지 마시고 있는 차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경매를 통해 거래된다는 동경호를 재현하려고 만든 근래에 만든 동경호이다. 보이차는 산지, 수령, 채엽시기에 의해 차의 근본이 결정된다.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만약 모습으로서 나-부처를 보려 하거나 글이나 말에서 나-부처를 찾으려 한다면, 이 사람은 그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 결코 부처-나의 참모습을 보지 못하리라'
금강경 사구게 중 하나인데 구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는 의미이다.
보이차는 값싼 차가 많아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정작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차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값싸게 좋은 차를 찾으려고 하는 데 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차가 아니라 내 입에 맞는 차를 구하면 되니 그만한 값을 치르면 해결되니 얼마나 명쾌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