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관 May 31. 2022

차 생활만 한 소확행이 또 있을까?

인생은 고해라지만 차 생활은 그 바다를 지나는 뗏목

몇 달 전에 가까이 지냈던 후배가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그와 나는 속을 숨기지 않고 지내던 사이여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며 자신이 하는 분야에서 손꼽는 능력자라 모두 그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비보에 안타까워했었다.


누구든 죽음을 피해 갈 수 없지만 이른 나이에 그 일을 당하면 황망해 할 수밖에 없다. 그는 혼자 사는 사람이었다. 낮에는 회사 일로 바쁘게 지냈지만 퇴근하고 돌아간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눌 사람 없이 지내는 일상은 쓸쓸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가끔 그와 만나서 속에 감추어 두었던 얘기를 들어보니 외로움만큼 견디기 어려운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내 곁에 있는 배우자가 아닐까 싶다. 낮에 아무리 힘든 일에 시달려도 퇴근해서 같이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눌 사람만 있으면 그날의 스트레스는 눈 녹듯이 사라지게 된다.


나는 그에게 종교와 차 생활을 권했다. 성현의 가르침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랐고 가만히 있는 시간에 차를 마시면 외로움이 달래질 수 있을 것이라 얘기했다. 그는 등한시했던 그의 종교 생활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고 내가 권하는 차 생활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오래도록 지낸 홀로 사는 생활에 망가진 몸과 마음의 병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의 사회적인 명성도, 높은 학력과 부족함이 없는 재물도 깊이를 알 수 없이 깊어진 고독이 준 병마를 벗어나게 하지 못했다.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고 하지만 그 행복이란 알고 보면 일상이 주는 소소한 만족이라는 걸 알기 못한다. 


차를 마시는 목적이 더 좋은 향미를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혼자 차를 마셔도 내면에 있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니 얼마나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는지 모른다. 차의 향미와 함께 성인의 말씀을 소리 내어 읊조리고 있노라면 불안함도 분노도 가라앉게 될 것이다.


유명을 달리했던 후배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차 생활을 권하지 않았던 게 너무 후회가 된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사람은 원래 고독한 존재라고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위안이 될 수 있는 얘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차를 오래 마셔오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얘기를 나눌 수 있게 있어주는 매개체로 차만 한 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혼자 있으면서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차다.


지난주에 또 다른 후배가 심혈관계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도 혼자 사는 사람이다. 그와 통화를 하면서 꼭 차를 마시라고 거듭 당부를 했다. 외로움은 마음의 문제지만 그런 생활이 오래 이어지면 몸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 생활의 변화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차 생활만큼 일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일은 드물 것이다.




인생이 즐겁다고 감히 말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차 생활은 일상이 주는 작은 행복이 될 수 있다. 힘들고 짜증 나는 일이 많은 인생에 차 생활은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이다.



무 설 자

매거진의 이전글 보이차를 마실 때마다 만족할 수 있는 비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