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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Jul 30. 2021

첫 번째 이야기, 거실에 벌레가 자꾸 들어와요

단독주택을 지으며 간과하면 후회하는 열 가지 – 거실바닥과 마당의 높이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사소하게 여기고 넘겨 버리면 집을 짓고 살면서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는 게 의외로 많다. 사람을 두고 잘 생기면 다 용서할 수 있다는 우스개가 있다. 가볍게 지나치는 사이라면 그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배우자를 선택한 때 용모를 우선으로 두면 실實보다 과過가 많다는 건 살아보면 알게 되지 않는가?     


아파트는 살다가 이사해야 할 일이 생기면 팔고 옮겨가기가 쉽지만 단독주택은 그렇지 못하다. 단독주택을 지어서 산다는 건 노후를 그 집에서 보낸다는 작정을 해야 하는 만큼 소소한 불편도 없도록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이 많다. 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밖에서 일을 보는 시간보다 많으니 더 그럴 것이다.     


그 첫 번째로 마당과 바로 이어지는 거실의 바닥 높이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거실바닥과 마당의 높이차     


웹서핑을 통해 단독주택을 구경하다보면 거실과 마당이 높이차가 별로 없이 덱크를 통해 이어지게 되어있는 집이 의외로 많다. 거실에서 마당으로, 마당에서 거실로 단차이 없이 출입하는 게 편리해 보이기도 하다. 거실 바닥과 잔디 마당이 높이 차이를 많이 두지 않고 이어지니 자연친화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단독주택도 지어서 파는 집도 많다. 서구풍으로 박공을 정면으로 짓는 집이 많은데 거실 바닥이 마당과 높이차를 많이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짓는 집은 공사 원가를 줄여 저렴하게 팔아야 하므로 기초 공사비를 줄이기 위함일 것이다. 싸게 파는 건 물건이나 집이 만족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옥에서 일층 바닥을 일 미터 정도 들어서 지은 건
목재 골조를 보호하는 이유와 함께 다른 의미도 있었다


한옥을 살펴보면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웠다. 일층 바닥은 다시 기단에서 두자 이상 높여서 설치된다. 마당에서는 일층 바닥까지 일 미터 이상 되게 들려있는 셈이다. 한옥은 나무로 지었으니 마당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나무기둥을 썩게 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기단에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우기 전에 소금을 넣어서 충해를 막는 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렇게 지은 한옥은 백년이 아니라 천년 세월을 버티는 집이다.     


그렇다면 콘크리트 골조로 짓는 집은 구조체가 습기를 충분히 이길 수 있으니 일층 바닥이 마당과 높이 차이를 많이 두지 않아도 괜찮은 것일까? 요즘 유행처럼 지어지는 목조 주택이 기단 없이 지어지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일층 바닥을 일 미터 정도 들어서 지어야 하는 건 골조를 보호하는 이유와 함께 다른 의미도 있다.     


관가정 사랑채, 사랑마당에서 훌쩍 들어올려서 바닥이 있고 목재기둥은 수백년의 세월동안 집을 지탱하고 있다. 사랑채 실내는 마당의 습기나 흙먼지에서 자유롭다.


  거실의 바닥과 마당이 높이차가 없는 집에 살면     


장마철이 되어 며칠씩 비가 계속 내리는 날이 계속 이어지면 집 안의 습도관리에 비상이 걸린다. 잔디가 깔린 마당이 물을 잔뜩 먹고 있는데다 공기보다 무거운 습기는 집 안으로 스며들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마당과 단 차이 별로 없는 거실바닥을 가진 집에 문을 열어두면 습기가 실내로 들어오게 되는 건 자명한 일이다.     


마당과 이어진 낮은 바닥의 거실로 습기만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온갖 기어 다니는 벌레들이 조금이라도 마른 곳을 찾아 집으로 들어오려고 애를 쓰고 있지 않을까 싶다. 장마철이 아니더라도 지네, 뱀 등이 땅에 깔린 덱크를 지나 잠깐 열어둔 거실 안으로 스물스물 들어온다는 생각을 해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일층 바닥과 마당이 차이가 없으면 목재 마루판이 썩어들어가게 된다


잘 지어진 고급 주택에 갈 일이 있었는데 일층 바닥과 마당이 차이가 없어 목재 마루판이 썩어들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철근콘크리트를 골조로 집을 짓는다고 해도 바닥은 마루판을 까는 게 일반적이니 집으로 들어오는 습기의 피해를 막아내는 게 어렵다. 일층 바닥을 마당과 단 차이를 두지 않으면 마루판이 썩어들어갈 수밖에 없다.

 

자연 속에 들어가서 살고 싶은 바람을 담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짓는다. 우리 선조들은 마당에 잔디가 아닌 백토를 깔아 물이 잘 빠지도록 했고 기단을 두어 습기를 집 안에 들이지 않도록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자연이 주는 건강한 환경을 집에 잘 반영하는 것이 친환경 주택이라 할 것이다.     


  바람 부는 날에 집으로 들어오는 것     


건조한 날에 바람이 불면 마당은 먼지나 낙엽 등이 흩날리게 된다. 그 날리는 것들이 바닥차가 없는 거실로는 쉽게 들어오게 되니 깔끔한 성격을 지닌 사람은 견뎌내기 어렵다. 눈에 보이는 풀잎이나 낙엽은 방충망이 막아준다지만 먼지는 막을 방도가 없다.     


장방형으로 긴 평면에 가운데 방을 두고 좌우로 넓은 마루를 둔 유명한 단독주택이 있다. 이 집은 한옥을 이 시대의 집으로 풀어낸 수작秀作이라고 하는데 건축주가 만족하게 집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당에는 잔디를 깔지 않고 전통한옥의 마당처럼 백토를 깔았고 일층 바닥높이는 걸터앉을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

"집도, 당신도 서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방보다 넓은 마루는 전통한옥의 대청의 느낌을 살리느라 기둥만 두고 개방되어 있다. 마루와 마당의 높이 차이를 많이 두고 않고 장방형으로 펼쳐진 집이라 단순명쾌한 외관이 돋보인다. 문제는 바람이 불면 흙마당에서 날려 든 먼지가 마룻바닥을 덮어 버릴 텐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바람이 불 때마다 흙먼지가 마루에 날아들면 닦아도 닦아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다. 


건축사는 자신이 설계해서 지은 집에 훗날 몇 번이나 들러보게 될까?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일본의 건축사는 자신이 설계해서 지은 집에 살고 있는 건축주가 살아보니 너무 불편하다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집도, 당신도 서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건축사의 말에 우리는 공감할 수 있을까?


필자가 설계한 경남 양산시 소재 심한재, 마당에서 거실바닥은 일미터 이상 들어올려져 있다. 목재데크를 거쳐서 마당을 드나드는데 마당의 습기와 먼지가 집안으로 들어올 여지가 없다.

         



이제 거실의 바닥높이는 마당에서 일 미터 정도 높여서 두어야 된다는 얘기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사소한 사항이라고 넘겨 버리면 마당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습기와 먼지는 집에 사는 동안 두고두고 견뎌내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이걸 어찌 사소한 문제라고 넘길 수 있을까?      


집은 이벤트성의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사는 곳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편안하게 누리며 사는 자리이다. 집에서 소소한 일로 불편한 생활이 계속 되면 삶은 피곤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고 했으니 일상의 평정이 유지될 수 있는 집이 곧 좋은 집의 바탕이 된다. 


평상심시도로 살 수 있는 집을 어떻게 지을 수 있는지 화두로 잡아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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