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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Sep 15. 2021

보이차 입문 2 – 숙차는 어떤 차일까?

보이차 대중화의 절대 공로자인 숙차가 개발된 배경

한 편에 일억이 넘게 호가하는 홍인 포장지, 이 포장지로 판매되는 90년대 차가 많다


 보이차는 그 정체를 한 마디로 이야기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차이다. 동그랗게 덩어리 져 있는 차 한 편이 수 억 대가 넘는다고 하는 데다 몇 만 원하는 차도 있다. 350g 정도에 일억 이라고 하면 1g에 30만 원 가까이 되니 3g을 우리면 100만 원을 마신다는 얘기다.


 이런 차를 마시는 사람도 있을까 싶지만 나도 마셔본 적이 있으니 빈말은 아니다. 진품 홍인이라면 1950년대에 생산되었으니 차의 나이가 60세가 넘은 차인데 그 향미는 글로 표현하기 어려워 그야말로 세월이 만들어낸 걸작이라고 하겠다. 물론 홍인을 마시고 있는 사람은 소소한 금액으로 그 차를 구입했을 테고 세월이 지나 시장가격이 폭등 했을 것이다.


 보이차는 후발효차로 분류가 되어서 시간이 갈수록 차의 향미가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후발효차와 달리 녹차나 청차 등 일반적인 차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향이나 맛이 떨어져 마시지 않는다. 그렇지만 후난 성 등에서 나는 흑차류나 보이차는 유통기한 없이 오래되면 될수록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시간이 만들어내는 차의 가치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몸값을 가지게 되었다.   

홍콩으로 가서 발효차로 시장에 등장한 보이차

   

 보이차 등 후발효차가 차 중의 차로 대접을 받으며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된 건 2000년 전후부터이다. 그 전에는 보이차는 중국에서조차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홍콩과 대만의 상인들의 상술로 주목을 끌게 되었다. 윈난 성 대엽종 찻잎으로 만드는 보이차는 쓰고 떫은맛이 강해서 바로 마시기가 어렵다. 그런데 홍콩의 높은 습도에 차가 발효되면서 생겨난 독특한 풍미에 홍콩 사람들이 매료되었다.

    

 중국 본토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보이차가 대만과 홍콩에서 발효 가공되어 가장 대중적인 차가 되었다. 대중적이라는 것은 값싸게 마실 수 있다는 의미인데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차가 발효된 보이차였다. 이렇게 홍콩에서 보이차가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자 상인들은 발효기법을 다양화시켜 고급차로 판매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들어 책으로 보급했다. 발효 보이차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노차老茶라는 이름의 판매 정당성을 확보하여 값비싼 차로 팔릴 수 있었다.     

윈난 성에서 숙차로 태어난 보이차


 그런데 보이차의 생산지인 윈난 성에서는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원재료를 윈난 성에서 값싸게 가져가서 홍콩과 대만에서 발효시켜 비싸게 팔고 있었으니 난리가 났을 것이다. 홍콩과 대만에서 발효시키는 방법은 생차에다 물을 뿌려서 생긴 곰팡이를 관리하였던 것이었다. 윈난 성에서 이 발효 방법을 연구해서 숙차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해가 1973년이다.   

   

 윈난 성에서 숙차를 개발하면서 보이차는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된다. 숙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중국에서도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발효차인 숙차와 달리 대엽종 찻잎으로 만든 생차는 쓰고 떫은맛이 강해서 윈난 성에서도 녹차를 마셨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생차의 모료를 발효시켜 만든 숙차는 쓰고 떫은맛이 순화되었을 뿐 아니라 독특한 풍미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숙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진 풍미를 가지게 되니 값이 쌀 때 구입해 묵혀서 마시는 독특한 특성이 일반차와는 달랐다. 숙차로 인해 보이차가 대중의 인지도를 가지게 되면서 보이차의 시장은 폭발적으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대중화의 기반이 형성된 보이차는 2010년 전후로 고수차에 중국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보이차는 다른 차류와 경쟁하는 고급차의 시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런데 숙차는 보이차를 마시는 인구를 확대하는 대중화에 기반을 두고 개발한 차였으므로 값싼 찻잎을 써서 만들었다. 생차보다 발효라는 공정이 더 추가되는데도 불구하고 값이 쌌던 이유는 저급의 찻잎을 써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생차는 고급, 숙차는 저급이라는 인식은 이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보이차의 기본이 된 대익 7542와 7572

   

 보이차 중에 생차를 대표하는 차는 대익 7542, 숙차는 대익 7572라고 한다. 이 두 차는 보이차 중에 가장 많이 팔렸기 때문에 생차와 숙차의 기본이라고 본다. 3~5년 된 두 차를 비교해서 마셔보면 확실히 숙차인 7572가 더 마시기 좋다. 그런데 20년 정도 지난 뒤에는 생차인 7542가 절대적인 우위에 서게 된다. 물론 가격도 10년 정도까지는 비슷하다가 그 뒤로는 7542는 계속 올라가지만 7572는 올라가지 않는다.  

숙차와 생차의 병면, 색깔로 보아도 확연하게 구별이 된다


생차와 숙차는 우려낸 탕색을 보면 알 수 있다. 생차라면 적어도 30년은 지나야 숙차의 탕색을 낼 수 있다.

   

 생차는 당장 마시기가 어렵고 숙차는 3~5년이면 잡미가 사라지고 10년이면 아주 좋은 맛을 낸다. 그래서 숙차는 구입해서 바로 마시며 소비하는 차이고 생차는 20년 이상 묵혀서 마시는 차라고 보면 된다. 보이차의 대중화에 큰 공을 세운 숙차이지만 천출賤出처럼 무시당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런데 왜 나는 보이차의 입문 차로 숙차를 권하는 것일까?     


숙차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와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하는지 다음 글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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