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관 Sep 09. 2021

보이차 입문 1 - 어떤 차를 마셔야 할까?

보이차를 마셔보려고마음먹은분들을 위한 가이드

 아직도 보이차에 대한 접근은 구불구불 비포장 산길을 방황하는 것처럼 길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보이차의 명성은 이런저런 얘기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보이차를 마셔보려고 하면 시작조차 오리무중이라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보이차에 익숙해질 때까지 치러야 하는 시행착오는 만만찮아 보인다.    

 

 보이차는 대부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교과서적 견문은 어느 정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알게 된 보이차에 대한 지식과 실제 차 생활을 일대일로 대응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험난하다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다. 그 시행착오 중에 가장 어려운 건 역시 어떤 보이차를 구입해야 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보이차는 이런저런 이름과 멋진 포장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대부분 초보 과정의 졸업은 열심히 구입해 방 한쪽에 쌓아둔 적지 않은 보이차의 양과 비례한다. 그래서 먼저 보이차를 마셔온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일단 숙차를 마시라는 것이다.   

   노차라고 부르는 진기가 20년 이상 된 생차 



 노차라고 부르는 진기가 20년 이상 된 생차에 대한 유혹은 후발효차인 보이차에서는 놓치기 어렵다. 하지만 제 값을 치른다고 해도 노차를 진품으로 구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 초보의 입맛에는 20년 이상 된 노차라고 하더라도 아직 쓰고 떫은 맛을 받아들여 즐겨 마시기는 어렵다.     


 햇생차는 마시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 찾는 노차의 대안으로 숙차가 있다. 사실 숙차를 노차의 대안이라고 말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1975년에 출시되기 전에 제품화를 시도했던 과정이 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어떻든 숙차는 구입하는 가격에 있어서도 부담이 없고 고삽미가 없으니 보이차 마시기를 시작하기에 적합하다.   

  

 갓 만든 숙차에는 유쾌하지 않은 냄새인 숙미가 부담되지만 초보들은 그 냄새를 발효향이라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숙차 특유의 숙미는 3년 내지 5년 정도가 지나면 빠지게 되고 십 년이면 거의 없어지게 된다. 물론 보관 상태에 따라 향미의 차이가 있게 되므로 햇 숙차를 저렴하게 구입해서 잘 보관해 마시면 안심할 수 있다. 

노차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숙차?

     

  오래된 숙차는 보관환경에서 곰팡이가 슬 수 있어서 구입할 때 유의해야 한다. 후발효차인 보이차는 보관하는 환경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다 달라진다. 또 보관을 잘못하면 보관 장소의 불쾌한 냄새가 밸 수 있고 곰팡이의 영향을 받은 차는 아예 마시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보이차는 처음에 만들어져 세월이 지나면서 차마다 다른 향미를 가지게 되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다 보이차는 맛과 향을 한 마디로 말하기가 어렵고 같은 차를 여러 명이 마셔도 구감에 따라 다른 향미를 느끼게 된다. 그러니 처음 보이차에 접하는 사람들은 먼저 마셔온 사람들이 얘기하는 차의 향미를 실감하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린다.     


 보이차 입문자에게 먼저 숙차를 마셔보라는 얘기의 서두가 길어졌다. 그래서 적당한 숙차를 찾아 마시는 건 차생활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므로 초보 다우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혹자는 숙차를 보이차의 천출 인양 얘기하기도 하는데 20년 이상 된 노차는 어두운 방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어려워서 숙차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생차를 전통 보이차, 숙차는 현대 보이차


차색으로 비교해 보면 숙차는 흑갈색이며 생차는 황색이므로 차를 우려 보면 알 수 있다


 생차를 전통 보이차, 숙차는 현대 보이차로 부른다. 생차를 전통 보이차라고 하는 건 차이파리를 따서 덖어 비벼서 햇볕에 말린 모차毛茶를 덩어리차로 만드는 과거의 제다 방법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숙차는 왜 현대 보이차라고 하는 걸까? 1975년에 악퇴 발효기술로 숙차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새로운 제다 기술이 개발되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질 높은 모차를 쓰고 햇차인데도 숙미가 나지 않는 고급 숙차가 나오고 있다. 사실 같은 모차를 쓴다면 생차보다 숙차가 더 비싸야 한다. 발효 단계가 더해지고 제다 과정에서 손실되는 양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숙차의 가격이 생차보다 쌌던 건 질 낮은 모료를 써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보이차의 입문 단계에 숙차를 권하는 이유

 보이차의 입문 단계에서 숙차를 권하는 것은 쓰고 떫은 대엽종 찻잎이 악퇴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달고 순한 맛으로 바뀌어서 마시기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보이차에서 생차는 입문자가 마시기 어려울까? 보이차 입문자라고 하더라도 기꺼이 마실 수 있는 생차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해보기로 하자.    

 

 보이차 숙차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그 선택의 기준이 있을까? 당연히 숙차의 종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며 선택할 수 있는 기준도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다루어보기로 한다. 



무 설 자

매거진의 이전글 어렵게 구한 보이차, 이렇게 마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