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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Jan 06. 2023

누구도 알 수 없는 80년대 보이숙타차를 마시다

숙차는 나이보다 지금 마셔서 좋아야 하는 차

보이차를 마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비만이나 심혈관계 질병이 걱정되는 분들이 소문으로 들어 찾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보이차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온갖 루머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차 한 편에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한다더라는 이야기에 경악하는 분도 많지요. 그렇지만 그 이야기가 거짓은 아닙니다. 실제로 진기를 확인할 수 없는 차를 미사여구로 현혹해서 고가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보이차는 꼭 마셔보고 구입하거나 믿을 수 있는 판매처에서 사길 권합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마시는 보이차는 커피보다 더 저렴하게 좋은 차를 얻을 수 있답니다. 차의 효능은 타임지가 선정하는 세계 10대 건강식품에 들어가니 꼭 일상음료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커피만 드시는 분은 차를 어렵게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차만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도 없습니다.


보이차는 크게 대별하면 생차와 숙차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생차는 오래 묵혀야 편하게 마실 수 있는데 가격이 비싸서 쉽게 접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생차를 30년 이상 묵혀야 나는 맛과 향을 급속발효로 만든 것이 숙차熟茶입니다.


물론 숙차는 오래된 생차의 맛에 비길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숙차 나름의 맛과 향을 편하게 즐길 수 있으니 건강과 즐거움을 함께 얻을 수 있지요. 오늘은  80년대에 만들었다고 하는 오래된 숙차가 어떤 맛인지 시음기로 써보겠습니다,



마흔 살 가량 되는 이 차는 보이차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의 1주년 기념 이벤트로 내놓은 차입니다. 진기라고 표현하는 보관된 연수가 거의 40년 가까이 되었다는 500g 숙타차를 이벤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건 보이차를 마시는 제게는 큰 복입니다 250g 숙전차 두 편인데 2000년대 초반 차의 가격도 안 되는 것이지요.


물론 이 숙차는 유명 차창의 제품이 아니니 흔히 말하는 브랜드 가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보이차 구매의 1원칙, 몇 년이라고 부르는 진기陳期와  포장지에 현혹되지 말라입니다. 그러니 진년차의 착한 가격에 박수를 보내면서 한번 마시면서 그 가치를 한번 따져 볼까요?



이렇게 포장지에는 아무런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 없습니다. 이 차를 구매하여 내놓으신 분이 써서 붙인 붉은 종이에 검은 글씨 '80 年代'라고 적어 놓았군요. 그러니 노차라고 해서 이 차를 자랑할 것이 없어 마셔보지 않고는 이렇다고 내세울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ㅎㅎㅎ 만약에 마셔보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득템을 한 셈이 되겠지요?



포장지를 벗겨보니 '내 나이를 묻지 마세요' 하듯 나이 값을 보여주듯 진년차의 풍모를 보여줍니다. 차엽은 아주 어린잎인데 긴압은 느슨해져 차를 툭툭 치니 찻잎이 그냥 떨어집니다. 별도로 보이차 칼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익다 못해 삭아가는 상태입니다







위의  사진과 꼭 같은 차를 찍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르게 보일까요? 똑딱이 디카지만  같은 카메라로 색을 맞추려고 애를 쓰니 실제 차의 색을 보여주네요. 그러니 어떻게 웹상의 사진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ㅎㅎㅎ


처음 사진도 수정하지 않고 그냥 두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그 세월에도 '나 맛있소' 하는 듯 어린잎에서 보이는 백호는 금호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기대하는 만큼 맛이 있을까요?



500g으로 만든 차를 저울에 올려보니 제게 온 것은 430g이 조금 넘는군요. 70g 정도가 세월의 풍상에 날아갔습니다 ㅎㅎㅎ 70g만큼 맛은 더 깊어졌겠지요?



3g을 저울에 달았습니다. 뭐 평소에는 그냥 마십니다만 시음기니까 폼으로 계량을 해봅니다. 실토하자면 평소에는 물을 부어놓고 진하게 탕을 내어서 물을 타서 색을 맞추기도 합니다 ㅎㅎㅎ



사무실에서 혼자 마실 때 쓰는 100cc 개완을 씁니다. 개완을 쓰기 시작하면 자사호가 번거로워집니다. 처음에는 뜨거운 물을 손가락을 뜨거운 탕수에 적시기도 하지만 곧 익숙해지고 차를 우리는 간편함이 좋습니다




차엽은 아주 어린잎을 썼습니다. 차를 살살 건드리니 산차처럼 풀립니다. 이렇게 뜯어서 개완에 넣으니 마치 산차를 준비한 것 같습니다


이제 뜨거운 물을 그대로 부어서 찻잎을 씻어내는 세차洗茶를 합니다. 그리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 뽑은 두 탕을 같이 모아서 사진 촬영을 해봅니다. 탕색이 정말 맑고 깨끗합니다. 그런데 노차를 우리면서 맑은 탕색에 호감을 표하는 건 이릅니다. 보관 연수가 오래되어 건차가 목질화되거나 탄화되면 맑은 탕색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보면 누구나 바라는 숙차의 탕색이 아닙니까? 경발효 숙차는 노란색이 많이 나오는 붉은색이지만 중발효 숙차는 빨간색이 밝을수록 좋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숙차들이 만드는 과정에서 과발효가 되거나 보관 기간이 오래되면 검붉은 색이 많이 나오지요.



찻잔에 차를 담아봅니다. 사진 상에는 노란색이 많이 들어가서 생노차의 색을 보여줍니다. 아무튼 탕색만 보면 입맛이 도는 그런 색입니다



유리숙우를 들어서 위쪽을 보면서 사진을 찍어 봅니다. 정말 먹음직스러운 탕색이지요? 마셔보니 보이는 만큼 맛있는 차입니다


세월만큼 숙차를 마시면서 거북한 숙미숙향은 이제 세월 따라 묻어가버렸습니다. 부드러움 그 자체로 입안에서 목을 거쳐 마시는 그 느낌이 편안함 그대로입니다. 쓴맛도 살짝 뒷맛을 받쳐주며 심심할 수 있는 맛을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집중해서 차를 음미하면서 숨어있는 맛을 하나 찾아냅니다. 제가 젖내라고 표현하는 감칠맛입니다. 생노차에서는  4-50년, 숙차에서는 30년 정도 가야 이 맛이 나오더라고요.


모 카페의 지기님이 진기 100년 가까이 되는 천량차를 마실 기회를 주셨을 때 느꼈던 맛입니다. 그 차는 다른 맛은 다 빠져버리고 어린아이 곁에 가면 나는 젖내...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 맛이 나오는 시기가 바로 숙차에는 30년 가까이 가야 나오는데 이 차에서도 그 맛이 느껴집니다



이 차의 진가를 얘기하라고 하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제 경제적 능력으로 구입할 수 있는 가격으로 부담 없이 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차입니다. 사실 노차라고 해도 숙차에서 덧붙일 가치는 크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이 차에 흠을 잡는다면 무엇을 지적할 수 있을까요?



그 세월을 지나면서도 엽저는 갈색을 보여줍니다. 500g이 430g이 되도록 70g의 세월의 묵힌 그 맛에 그냥 마음이 그득해집니다. 오래된 차를 우리면 삭아진 흔적이 까만 차엽 찌꺼기로 잔에 묻어납니다



이 차가 8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면 숙차가 처음 만들어진 게 1973년이니 거의 숙차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포장지에 손으로 쓴 80년대라는 걸 그때 만든 차로 확인할 방법이 없지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으니 오래된 숙차, 숙노차를 마시는 것으로 의미를 찾을 뿐이지요.


이제 잘 우러난 이 차 한 잔을 차를 만나게 해 준 그 카페의 카페지기님께 올립니다. 차 한 잔의 다연茶緣에 행복한 지금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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