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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Oct 26. 2023

가을밤, 그리움을 담아 차를 마신다

깊어가는 가을 밤에 마시는 夜想茶야상차

가을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쪽에서 서늘한 바람이 인다

밤바람에 가을냄새가 묻어나기 시작하면 나만의 그리움 즐기기가 시작된다

그 그리움의 대상이 특정한 누구는 아닌 듯하다


마음 깊숙이 한쪽에 숨어있다가 이맘때가 되면 나타나는 것인가?

가을이라 신호처럼 울리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무언지 모를 그리움이 일어난다

창문을 닫아도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때문에 그리움은 피할 수가 없다


특정한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면 그건 가을의 그리움이 아니리라

그 누구라고 특정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은 그냥 그리움  그대로...

그리워져서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워하고 싶은 그대로의 그리움



나에게 가을은 그렇게 무심코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그 그리움은 기다림이며 간절함이고 설렘이다

한 여름의 더위를 견뎌낼 수 있는 건 무작정 그리워할 수 있는 가을이 오기 때문이리라


그 기다리던 계절, 가을이 왔는데도 그리운 마음이 일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그리움이 사무치지 않는다면 청춘을 상실하고 만 늙은이가 되어 버렸다는 게 아닐까?

가을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마음이 녹아내리듯 그렇게 간절하게 그리움이 일어야 정상이다


가을밤에는 가끔 혼자서 차를 마시며 나만의 그리움을 삭여낸다

사위가 고요해져 귀뚜라미 소리가 가까이 느껴지는 시간,

입안에 그득한 차향이 마음까지 닿기 위해서는 이 계절의 밤 시간이어야 한다


이 그리움은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으니 차 한 잔에 담아 혼자 마셔야 한다

그리움은 풀어낼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니 마음에 이는 그대로 젖고 싶기에

그리움을 담아 우려낸 차, 이 차 한 잔에 가을밤과 나는 하나가 된다



찬 기운이 짙어져 가을이 옅어지면 그리움도 흩어진다

귀뚜라미 소리가 사라지면 그렇게 그리움도 사라진다

차향은 여전한데 어느 순간 그리움은 간 곳이 없이 그렇게...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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