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관 Mar 19. 2024

첫물 고수차 블라인드 테이스팅과 귀한 다우와의 만남

다연회 2024년 3월 조춘다회 후기


이른 봄은 차를 마시는 사람에게는 설레는 때이다. 3월이면 아직 이르지만 첫차가 나오길 기다리는 시기라서 그렇다. 24 절기에서 4월 4일 청명, 4월 19일 곡우는 첫물차를 만드는 기준이 되는 날이 된다. 첫물차가 위도가 아래인 중국에서는 청명 전에 명전차, 우리나라는 곡우 전에 우전차가 나온다.     


겨우내 땅 밑에서 차나무는 뿌리에 양분을 축적해서 봄비가 대지를 적시면 새 잎을 낸다. 일아이엽, 순 하나에 이파리 두 개가 되면 잎을 따서 첫물차를 만든다. 첫물차는 아미노산이 풍부해서 이 시기 이후의 차와는 차별되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3월은 ‘조춘다회’로 첫물차로 만든 차를 마시는 찻자리로 준비했다. 영덕 소수차, 대호새와 빙도노채, 포랑산 고수 첫물차를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마셔보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보이차를 첫물차로 마시는 건 아주 드문 기회가 된다. 오늘 참석한 다우들은 아마도 다시 이런 찻자리를 가져 첫물차를 마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3월 다회에는 일곱 분의 다우와 멀리 경기도 안산에서 여섯 시간을 운전해서 내려오신 손님이 참석했다. 손님은 차연구소에 글을 올리면 정성 어린 댓글을 올려 주시는 백화정님 부부이시다. 2월 다회 후기에도 댓글을 주셨는데 산수유님이 댓글로 다회에 초대해서 참석하겠다는 답글을 주셨다. 안산과 부산이라는 거리를 생각하면 마음을 내는 게 쉽지 않은데 고마운 걸음을 해주셨다.    

 

백화정님은 찻자리에 쓸 다식과 적지 않은 금액으로 금일봉까지 준비해 오셨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황당한 일이다. 아마도 올해 다식은 백화정님의 후원금으로 찻자리가 풍성해질 것이다. 백화정님, 고맙습니다. 다우가 준비한 다식은 산수유님이 바나나와 고로쇠수액, 선영님이 크래커로 3월 다회도 차상이 풍성하게 채워졌다.        


조춘다회에 어울리는 첫물차 블라인드 테이스팅, 각 7g씩 담은 봉투에 A, B, C, D로 표기한 네 종류의 차를 어떤 차인지 모르고 마시게 될 것이다. 다우들은 A4 용지에 마신 느낌을 메모하고 호감이 가는 순위까지 매기도록 했다. 마치 시험을 보는 기분이 드니 음미하는 마음이 달라질 것이다.    

 

첫물차로 만든 네 종류의 차를 A,B,C,D로 표기해서 순서대로 마셨다


준비된 차는 소수차로 대평보이 2023 영덕오채 核桃箐허타오칭, 고수차로 2022 범두호-빙도, 노수차인 2010 초의다실 대호새와 고수차 천년보이차 교목차이다. 1포부터 3포, 4포부터 6포로 두 차례씩 우린 차를 음미하고 시음한 느낌을 메모하도록 했다.     


한 시간 정도에 네 종류의 차를 마셔야 했으니 제대로 음미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제대로 음미하려면 한 종류의 차를 마시고 백탕으로 입을 헹구고 시간을 가진 다음에 그 다음 차를 마셔야 한다. 그렇지만 다회 시간의 한계와 아홉 명이 차를 마시는 분위기에서 얼마나 집중할 수 있었을까?     


시음하는 시간을 마치고 돌아가며 시음한 소감을 들어 보았다. 한 가지 차는 순위에서 뒤로 밀렸고 나머지 세 가지는 우선순위가 다우마다 다르게 나왔다. 그렇지만 두 가지 차는 비슷하게 가장 좋았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다우들이 각자 마신 느낌을 얘기하는 진지한 다회 분위기


준비된 네 종류의 차는 우열을 가리기에는 조건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소수차와 노수차, 고수차로 수령이 다르고, 생산연도도 다르니 평가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또 사람마다 차맛을 받아들이는 입맛이 다르니 순위가 매겨진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첫물차로 만든 생태차의 향미를 비교해서 마셔보는 기회가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네 종류의 차는 모두 내가 소장하고 있어서 언제든지 마실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다우들은 언제든지 시음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엽저는 아직 더 우려 마셔도 되니 산수유님이 챙겨가는 성의(?)를 보였다. ^^     


오늘 다회에서 마셨던 첫물차의 엽저를 모았다. 첫물차의 어린 잎이 입에 침이 고이게 한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가졌던 3월 조춘다회는 나름대로 흥미로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차를 평가하는 시간이라기보다 비교해서 마셔보면서 다우들마다 다른 시음평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다연회 찻자리는 더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도록 할까 한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해 주신 백화정님 내외분께 감사드리며 3월 조춘다회 후기를 줄이고자 한다. 매화가 지고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황홀한 봄날 밤의 다연회 다회는 꽃향기보다 더 향기로운 찻자리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무 설 자   

매거진의 이전글 정산소종, 금준미와 기문 홍차, 아쌈 홍차와 전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