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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May 17. 2024

동녘길 단독주택, 우리집은 꼭 지어서 살아야 하기에

싱글맘의 집짓기 13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 보려고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만다.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있는 분들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게 실행에 옮기는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집을 짓는다는 걸 짧은 생각으로 할 수 있을까?     


단독주택만 수십 채를 설계했지만 이번 작업은 다른 집에 비해 특별하게 힘이 들었다. 대지 조건도 그러했지만 건축주가 꼭 집을 지어서 살아야 할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그려서 지우고, 다시 고쳐서 그리는 작업을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이제 쉽지 않았던 설계를 마무리하고 시공 일정을 조율하면서 그동안 이루어졌던 과정을 돌아본다.       


공사에 앞서 설계, 설계 작업 이전의 생각     


단독주택을 지어 사는 분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50대 후반 이상이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경제적인 성취를 빨리 얻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집에서 이루고자 하는 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땅을 구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공사를 시작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표준 설계도를 가지고 집을 짓는 분들도 있으니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건축주는 일상에서 아이들과 교감하며 살아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어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심을 했다고 한다. 건축주의 개인사를 글에 담을 수 없으므로 자세한 사정을 밝힐 수는 없지만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결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대지는 이미 확보되어 있어서 건축주가 바라는 집에 대한 고민은 건축사의 몫으로 넘어왔다.     


동녘길 단독주택 배치도 및 평면도


건축주가 자신이 왜 단독주택을 지으려고 하는지 SNS에 올린 글을 읽으면서 설계자로 인연이 지어지게 되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니 건축주가 어릴 때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이 지금 집을 지으려는 결심과 겹쳐져 다가왔다. 건축주는 그의 아이들과 홀로 사시는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을 담은 집이 글에서 느껴졌다.    

 

집 짓기의 시작은 설계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어떤 삶을 담아 살아보고 싶은가’하는 집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집에 맞춰 살았던 아파트가 아니라 우리 식구들이 바라는 삶을 담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집은 건축주 한 사람이 만족하면 그만인 게 아니라 우리 식구 모두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집 짓기는 현실이라는 바탕에 미래를 담아내는 일     


설계는 공사비를 넘어설 수 없으므로 건축주의 자금계획을 감안해야 한다. 건축주는 이 집을 지어서 살아야 할 절박한 사정으로 지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안을 스케치하면서 최저 공사비로 지을 수 있는 공법을 함께 검토했었다. 최소 공사비로 지어야 하지만 지어진 집은 건축주가 지으려고 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집 짓기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건축주와 함께 할 유일한 조력자이자 전문가가 건축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필요한 전문가인 건축사를 비용 절감 때문에 설계비를 싸게 부르는 조건으로 선정해서는 안 된다. 물론 집을 짓는 과정에서 판단과 결정은 오로지 건축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판단과 결정의 근거는 오직 건축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녘길 단독주택 조감도

  

그런데 어쩌랴 주어진 현실 앞에 건축주가 져야 할 짐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 건축주가 준비할 수 있는 예산은 절대 넘어 집을 지을 수 없다. 그러니 꿈꾸는 집이 아니라 지어낼 수 있을까라는 염려와 불안은 공사가 마무리되어 입주할 때까지 건축주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공사비를 탓하며 집을 지어야 하는 목표를 잊으면 안 된다. 지금 건축주가 처한 힘든 삶이 집을 지어 살게 되면 해갈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막은 오아시스가 있어서 아름답다고 하는 어린 왕자의 말처럼 팍팍한 우리 삶에 집이 있어 살만하다고 해야 한다.

    

집을 왜 짓는다고 할까?     


흔히 쓰는 말이지만 ‘만든다’와 ‘짓는다’는 다르다. 옛날에는 옷과 음식, 집은 지어서 썼으며 약과 글, 농사도 짓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옷도 그렇고 집도 만들어서 파는 걸 돈만 주면 살 수 있다. 심지어 음식마저도 만들어서 파는 것을 사 먹고 있으니 지어서 쓰는 게 있을까?      


 ‘짓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1.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들다. 2.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약을 만들다. 3. 시, 소설, 편지, 노래 가사 따위와 같은 글을 쓰다.’라고 나와 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식주와 약, 글은 '만든다'로 쓰지 않고 '짓다'로 따로 쓰고 있다. 이렇게 살펴보니 정성을 들여 만들어 쓰는 건 짓는다고 썼음을 알 수 있다.     


동녘길 단독주택 투시도


지어서 써야 한다지만 만들어서 파는 것을 사서 쓴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삶의 근간이 되는 의식주와 관련되는 것과 약도 쉽게 사서 쓰다 보니 생기는 문제는 지금의 삶을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도 있다. 일상에 필요한 그 어떤 것이라도 돈만 주면 살 수 있으니 남용이나 오용으로 삶 자체가 가벼이 여기게 되었다.     

건축주는 이미 집 짓기를 시작했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라 제대로 지어서 행복하게 살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설계는 건축주가 바라는 집으로 마무리되어서 이제는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자금 계획에 제동이 걸려 집짓기 일정이 지체되고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뿐 집 짓기는 진행 중이다.



           

그동안 꾸준하게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나의 단독주택 설계가 이번 동녘골 주택에서 남다른 의미로 구현될 수 있을 것 같다. 동녘골 주택은 집을 짓는 조건으로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지어야 한다는 목표가 간절한 만큼 건축주의 바람대로 지어져서 이보다 더 좋은 집은 없다는 ‘우리집’으로 지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지는 이 집에 대한 기대는 건축주의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우리집’에 가자는 말로 집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어머니는 ‘우리집’에서 당신의 지난날의 삶을 보상받듯이 여생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 자금 계획이 잘 해결되어서 싱글맘인 건축주는 두 아이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동녘골 주택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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