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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Jul 05. 2024

행복이란? 알고 보면 우리집 밥상에 있다

파랑새는 우리집 새장 안에 있는데 어디로 찾아 헤매고 있는가?


먹기 위해서 사는가? 살기 위해서 먹는가?


'먹기 위해서 사느냐?', '살기 위해서 먹느냐?'라는 질문은 우문이라 할 것이다. 어떤 대답에도 올바른 답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밥을 먹는 건 아주 소중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어떤 광고에 엄마 같은 목소리로 "밥은 먹고 다니나?"라고 하는데 마음이 찡해온다. 아침밥을 챙겨 먹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밥을 안 먹는 사람은 몰라도 먹고 싶지만 못 챙겨 먹는 사람은 아마 이 멘트에 눈가가 적셔지게 될 것이다.


가끔 차려 먹는 혼밥 식탁, 아내가 집을 비우면 초간단 준비로 먹을 수 있다. 단출해 보이지만 가자미쑥국인 걸 알면 입맛이 다셔지지 않을까? 혼밥이라도 레벨이 다르다


살아보면, 조금 더 살아보면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먹기 위해 사는 것이라는 답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눈물 없이 밥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 혼자 먹는 밥은 아무 때나 눈물이 흐를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 가구의 30% 이상이 혼자 사는 일인 세대라고 한다.


나를 위해 차려진 밥상, 식구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사람... 밥상도 그렇지만 밥상을 차리는 사람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일까? 왜 우리는 혼자 밥을 먹으며 삶을 애달파해야 하는가?


우리는 행복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내가 애독하는 다음 브런치의 작가 중에 베트남에 사는 분이 있다. 그분은 서울에 살았었는데 어렵사리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성공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아파트는 명의만 그분이었을 뿐 실제는 은행의 지분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은행의 지분을 우리 식구들의 것으로 옮기는 삶은 너무 힘이 들었다고 했다. 나를 돌아볼 시간도, 가족들과 함께 나눌 여유도 제대로 갖지 못하는 삶이었다. 서울에 살면서 아파트 한 채를 가지게 되면 그 삶은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어느 때부터 그분은 이런 삶이 행복과는 무관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는 힘 겨운 아파트를 처분하고 작은 아파트로 옮겨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계산을 잘못하는 것이라 만류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결심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다음에 베트남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행하였다. 우리나라보다 경쟁이 덜한 베트남에서 사는 일상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걸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베트남 생활을 통해 그는 삶의 작은 행복이 보였고 그 여유로움에서 일상이 행복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악착같이 아끼고 모으며 살았던 때가 없었다면 아마도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선택으로 얻어진 지금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했다. 비교를 멈추었고 욕심을 거두면서 삶의 열정과 사랑, 감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작가 분은 글을 맺었다.


도대체 행복이란 게 무엇일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강연을 하는 자리에서 청중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다.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청중들이 내가 바라는 답을 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 이유는 행복을 너무 추상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청중들에게 다시 묻는다. 오늘 아침밥을 가족들과 함께 먹었는지요? 청중들의 나이대가 젊을수록 아침은 당연히 거르는 끼니로 생활하는 것 같았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점심은 거의 일터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각자 일정이 다르니 늘 식구들이 함께 밥을 먹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일주일 내내 식구들이 식탁에 앉을 일이 없지 않은가?


부부만 살든, 자식들과 같이 살든 식구들이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는 자리라야 대화가 이루어진다. 간단하게 차린 밥상이라도 아침밥을 챙겨 먹어야만 한 집에 사는 식구가 짧은 시간이라도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식구들이 대화를 나누며 산다는 의미가 된다. 이 자리만이 누구나 소소한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 확실하게 보장된다는 소확행을 느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집 인기 메뉴인 꼬막 비빔국수, 사위가 가장 좋아하는 장모표 음식이다


'오늘은 행복했습니까?'라는 말은 추상적이지만 '오늘 아침을 식구들과 먹었습니까?'는 아주 구체적인 질문일 수 있다. 만약에 그 대답을 '아침도 같이 먹었고 저녁도 별일이 없으니 우리집은 함께 먹을 겁니다'라고 한다면 그 집 식구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집 식구들이 우리집의 행복을 위해 각자의 시간을 나누는 여유를 가질 때 함께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다시 강연 때의 질문으로 돌아가 다시 질문을 해보도록 하자. 오늘 아침밥을 식구들과 맛있게 먹고 오셨습니까? 이 질문이 왜 이 자리에서 나오느냐고 반문을 하는 사람이 많아야만 우리 사회가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의 브런치 작가는 바로 이런 여유가 주는 우리집이라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확신하지 않았나 싶다.





아내와 함께 사는 우리집은 꼭 아침과 저녁을 같이 먹고, 거의 매주 딸 내외와 손녀와 함께 밥을 먹는다. 이보다 더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식구들과 함께 하지 않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건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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