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관 Aug 19. 2024

보이차, 노차보다 숙차라니요?

다연회 2024년 8월 다회 후기

유난히 더운 여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삼한사온처럼 쉬어가면서 더우면 좋은 데 올해 여름은 밤낮없이 더워서 견디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렇지만 절기는 엄정해서 밤이 되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서 가을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8월 다회는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어서 오길 바라는 찻자리입니다. 그래서 주제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려고 합니다. 팽주는 부지런히 차를 우리고 다우들은 차를 마시며 다담을 나누면 되지요.     



백룡님은 바쁜 업무로, 나르샤님은 집안 일로, 묵향님은 근무로 참석하지 못하고 아홉 분의 다우가 찻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아 참... 혜원님은? ㅎㅎ 다식은 맛있는 과자, 밀감과 바나나, 에피소드인커피에서 준비한 김밥과 허니브래드에 더해서 든든하게 배를 채웁니다. 늘 다식을 준비해 오는 다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8월 다회 찻자리는 대평보이차의 명품 숙차 육성차와 96 남나철병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응관님이 준비한 90년대 의방차를 마무리 차로 마시며 노차의 향미에 빠져 보았습니다. 노차라는 의미에서 생차와 숙차를 주제로 다소 무거운 다담을 주고받았습니다.     



홍콩에서 시작된 생차의 발효는 보이차에서 노차라는 개념이 정립되게 됩니다. 홍콩에서는 딤섬과 함께 마시는 저렴한 차가 필요했습니다. 홍콩의 습한 기후는 창고에 보관된 생차가 발효되면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쓰고 떫어서 천대받았던 대지병배차가 발효되면서 홍콩 사람들의 입맛에 맞아떨어지게 된 것이지요.

     

물론 보이차가 차마고도를 통해 티베트로 운송되는 과정의 오랜 시간에 비를 맞기도 하면서 발효가 되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홍콩의 창고에서 고온다습한 기후에 발효되면서 익은 보이차에 비할 수는 없겠지요. 보이차의 발효라는 새로운 가능성은 광동을 거쳐 윈난 성에서도 시도되어 1974년 숙차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묵혀서 마시는 차가 아니라 묵히니까 달라지면서 변화된 향미에 보이차의 가능성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보이차는 산화를 통해 노차가 되고, 발효를 통해 숙차로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된 것입니다. 홍콩이나 대만에서 고온다습한 기후 조건으로 보이차가 활로를 찾는 계기가 된 것이지요.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로 갈래가 지어지면서 온갖 이야깃거리가 난무하게 됩니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던 보이차는 숙차가 개발되면서 세계인의 차로 명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묵혀서 변화된 독특한 향미는 노차라는 기상천외한 가치를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사라져 버렸다고 해야 할 ‘호급차’, 어디서 보관되었는지 모르게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인급차’가 그것입니다. 호급차는 차제하고 홍인, 남인, 녹인, 황인으로 나누는 인급차는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똑같은 포장지를 써야 했던 인급차는 아직도 정체불명으로 90년대 차로 시장에서 노차 행세를 하고 있지요.  

   

90년대 차는 중차패 포장지 옷을 입고 노차라는 환상을 가진 보이차 애호가를 현혹합니다. 나이로 치자면 30년 전후 90년대 노차는 천차만별의 가격대로 보이차 애호가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습니다. 보이차를 십 년 정도 마시는 분들이라면 90년대 노차를 몇 편씩 가지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과연 그 차들이 제대로 나이를 먹은 90년대 차일까요?  

   

대지차의 쓰고 떫은맛을 줄여 마시게 된 숙차는 이제 산토차로도 생산되고 있습니다. 생차로 마실 수 있는 고급 모차를 써서 숙차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력을 파악하기 어려운 노차와 고급 모료로 만든 숙차 중에 어떤 차를 마시는 게 좋을까요? 물론 제대로 보관된 노차라면 제 값을 주고 진년차의 향미를 즐기는 게 좋겠습니다.     


8월 다회에서 함께 마신 96 남나철병과 90년대 의방차는 노차로서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g당 만원 정도는 되어야 진품 노차로 마실 수 있는데 그 값을 지불해서 구입해야 합니다. 육성차는 g당 3000원 정도인데 숙차지만 노차 못지않은 향미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보이차는 그야말로 차마다 다른 다양한 향미를 가지고 있어 종류도,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내 입맛에 맞는 차로 즐기면 되지만 싸고 좋은 차로 가성비를 따져 구입하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비싸다고 다 좋은 차는 아니지만 내 입에 맞는 차는 결코 싸지 않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8월 다회에서 마셨던 두 종류의 노차는 신육대차산의 남나산, 구육대차산의 의방차로 산지의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또 노차와 숙차의 향미가 산화와 발효의 차이에서 어떻게 다른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우들의 다담과 함께 차 이야기를 충분하게 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8월 다회도 즐거운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가을의 초입에 가질 9월 다회는 찻자리의 주제를 가을색을 담아 홍차로 할까 합니다. 2월 주제도 홍차였지만 9월에는 ‘가을과 닮은 색으로 마시는 홍차’입니다.    


      

무 설 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 정기다회에서 볼 수 없어도 변함없이 다연회 다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