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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청모차와 홍건모차

대평보이차 2024 암자두 곡화차 '茶鄕차향' 시음기

by 김정관

손해 보고 파는 물건은 없다. 가격이 싸면 싼 이유가 있다는 건 당연한 것이리라. 이 이치는 차에도 적용되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그래서 차를 조금 많이 마셔보았다는 입장에서 특히 생차는 손 떨면서 구입할 것을 권한다. 반면에 숙차는 비싸게 살 때 그 차를 사야 할 이유가 분명하면 구입하라고 한다. 생차는 싼 가격에 현혹되지 말고 숙차는 가격에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올해 곡화차-가을차로 만든 대설산 암자두 '茶鄕', 햇볕에 말린 쇄청모차와 열풍건조한 홍건모차 두 종류로 출시되었다

그런데 茶鄕을 마셔보고 예외가 없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차를 만든 대평님이 실험적 제다법으로 만들었다는 홍건차는 생차의 향미로는 아주 특별하였다. 생차를 마시면서 꽤 괜찮은 녹차의 향미를 즐길 수 있으니 지금 마시는 차로는 좋다.


차향은 산지가 岩子頭암자두라고 하는데 생소한 곳이다. 암자두는 해발 1500~2200m 영덕 대설산 산줄기에 위치하고 있는데 연평균 기온은 20도이며 암석이 많은 바위산과 원시림 속의 깊은 산중에 자리 잡고 있다. 암자두촌은 여름엔 더위가 없고, 겨울은 추위가 없는 곳이며, 차의 내질형성에 매우 적합한 지리적 위치라고 한다.


암자두 차는 처음 접하게 되어 정보 검색으로 찾아보니 하관에서 나오는데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물론 그 차는 차나무 수령이 300년 이상 되는 고급 모료를 썼다고 하니 그 가격이 당연하다 하겠다. 가격이 높으면 그만한 값에 맞는 차라고 생각해 본다. 사실 생차를 마시면서 산지 고유의 향미를 음미하려면 찻값이 부담스러워도 이런 차를 마셔야 한다.


일단 대평보이 ‘차향’ 곡화차로도 암자두의 기본 향미는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가격을 보면서 괜찮은 차라고 볼 수 있을까 의심의 눈초리로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대평님의 믿으며 선입견을 지우고 차를 마셔보자. 암자두 곡화차는 어떤 향미로 다가올까?

먼저 궁금한 차가 홍건을 했다고 하는 차이다.

차향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대평이 그동안 차를 보고 느끼며 만들어 보고 싶은 쪽으로 만든 홍색 내비는 홍깐이라고 해서 불에 반 정도를 말려서 구수함을 더한 차지요.

향은 엄청 좋은 녹차 같은데 마시다 보면 보이차지요.

그리고 발효도 되고 어쩌면 여러분들이 제일 먼저 시음하게 될 거예요.

이 차는 16년 전 제조 과정에 나와서 계속 두고 마셔보며 나쁘지 않고 느낌이 좋아서 그때를 생각하며 만들어 보았습니다. -대평보이차


이 차를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마시게 되면 아마도 대부분 녹차라고 할 것 같다. 긴압이 강하게 되어 있어서 양을 조금 적게 넣고 우려야 한다. 차를 떼어 내는 게 쉽지 않아서 부스러기가 많이 나와 평소에 마시는 양으로 우리면 제 맛을 음미하기 어렵다. 긴압차를 만들면서 느슨하게 긴압을 해야 차가 잘 풀어져서 온전한 찻잎으로 우릴 수 있다.


모차를 만들면서 쇄청을 하지 않고 홍건을 하면 녹차와 비슷한 향미가 나온다고 한다. 당장 마시기에는 녹차 맛이 나와서 좋지만 장기보관에는 불리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홍건으로 만들었다는 차향이 녹차 맛이라 하지만 어지간한 우전 향미이니 마시기가 너무 좋다. 장기 보관하면 어떤 향미가 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마시기에는 괜찮은 차이다.


사진의 왼쪽이 쇄청모차로 만든 차, 오른쪽이 홍건모차로 만든 차인데 홍건 모차는 엽저가 연두색이라 녹차와 다름없어 보인다
홍건 모차의 차는 탕색도 완전 녹차에 가깝다. 구수한 맛이라고 했지만 풋풋한 녹차향이 좋다


그다음은 일반적인 곡화차로 만든 차향을 마셔보자. 암자두라는 산지는 처음 접하게 되는데 엽저를 보니 곡화차 같지 않다. 대평님과 통화를 하면서 찻잎이 한참 올라오는 시기에 비가 알맞게 내렸다고 한다. 그 비를 맞고 올라오는 찻잎이 올라오는 사진을 보내왔는데 봄차와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차의 향미가 봄차처럼 두텁고 진하다. 곡화차 특유의 향기까지 더해지니 이를 두고 금상첨화라고 표현해도 되겠다. 처음 맛보는 암자두 차의 향미는 첨미에 이어 바로 고미가 따라오지만 참 괜찮게 다가온다. 이만하면 매일 마시는 Daily Tea로는 제격이라 하겠다.



내 차 생활은 오전차는 녹차, 밤차는 생차로 마시는데 차향이 딱 제격이 아닌가? 일상다반사로 마시는 차는 밥을 짓는 쌀과 같으니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해서 입에 맞지 않은데 싸다고 아무 쌀을 사서 밥을 지어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밥을 먹고 지내는가에 따라 일상생활의 만족도가 달라지듯 차 생활에서도 Daily Tea는 아주 중요하다.


대평보이 ‘차향’, 걸작이라고 광고성 멘트로 차를 소개하고 있지만 차 자체보다 일상 차로 부족함 없이 마실 수 있는 양식이라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직 소장하고 있는 차가 많지 않은 분이라면 이번 기회에 찻값 부담이 적으니 여유 있게 장만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홍건 '차향'의 미래에는 지켜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 마셔서 맛있으니 보관되기 전에 없어질 것 같은데.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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