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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Oct 28. 2021

보이차 입문 5 – 고수차古樹茶는 어떤 차인가?

고수차가 보이차 춘추전국시대의 패자로 등극하다

  보이차는 여느 차와 달리 아주 복잡하고 다양해서 정체 파악이 거의 불가능하다. 크게 생차와 숙차로 나눌 수 있지만 잘게 나누면 차 한 편마다 다 다르다고 할 수 있으니 어슴푸레하게 윤곽을 잡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요즘 이 모든 복잡한 보이차의 얼개를 한 손에 거머쥐듯 천하통일을 한 패장牌將이 고수차古樹茶라고 할 수 있다.  

   

 고수차는 한자를 풀어보면 오래된 차나무의 잎으로 만든 차이다. 수령이 얼마나 되어야 고수古樹라고 할 수 있을까? 보통 수령이 100년 이상 되면 고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제대로 대접을 받으려면 300년은 되어야 한다.     


 수령으로 구분하여 차나무를 소수차, 중수차, 고수차로 부르는데 그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50년 이하를 소수차, 100년 이하는 중수차, 100년 이상이면 고수차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300년 이상 된 차나무는 그 나무 한 그루에서 찻잎을 채취해서 차를 만들어서 단주차라고 부르며 고가로 거래된다.     


노반장 고수차와 밀식 재배하는 대지차 - 사진 출처 대평보이
고수차는 수령樹齡 100년 이상된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진 보이차

 어떻게 고수차가 갑자기 무대에 등장하여 각광받게 되었을까? 2010년까지만 해도 중국 사람들은 고수차와 일반 대엽종 차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찻잎의 생산 효율이 나무의 키를 낮춰서 관리하는 다원차가 교목차에 비해서 훨씬 좋았다. 그러다 보니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 채엽하는 고수차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으니 차농들은 힘들게 살았다.

     

 그런데 2010년 이후부터 고수차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일부 산지는 찻잎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보이차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원차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백 년 이상 된 차나무는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고수차가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     


 왜 보이차? 거기다가 고수차일까?
 

 보이차의 원료가 되는 운남의 대엽종-일부는 중 소엽종- 찻잎은 폴리페놀 성분이 월등하게 높아서 후발효차의 특성을 가진다. 후발효차란 시간이 지나면서 찻잎에 들어있는 성분의 변하면서 독특한 향미를 가지게 된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월진월향越陳越香이라고 하는데 오래 묵힐수록 향미가 좋아진다는 의미이다.  

   

 향미가 독특한 일부 산지의 보이차, 노반장의 찻잎이 가장 먼저 주목을 받았고 지금은 빙도차는 2010년 이전보다 백배 이상 호가하고 있다. 생산 수량이 한정된 고수차는 구입하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생산당해에 팔지 않아도 재고 걱정 없으니 상인의 입장에서는 이만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웠다.   


노반장 차산의 단주차를 만드는 고차수, 수령이 300년 이상 되어야 한다 -  사진 출처 대평보이 라오반장
  후발효차인 보이차가 묵히면 묵힐수록 가치가 올라가는데 주목해서 중국의 자본이 고수차에 집중되었다

 중국의 자본이 고수차에 몰리면서 차산마다 다른 독특한 향미를 다투어 소개하기 시작했다. 운남성의 남쪽에는 노반장, 북쪽으로는 빙도가 맹주가 되어 산지가 속속 고수차의 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고수차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중국차 생산량의 70% 이상은 녹차이고 보이차는 5%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녹차는 생산되는 그 해에 소비되지 않으면 해가 바뀌어 새 차가 나오면 상인들은 유통할 수 없게 된다. 그렇지만 보이차는 못 팔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차상들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2010년 이후의 보이차 시장을 고수 차가 주도하게 된 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고수차라고 다 같은 고수차일까?   

  

 고수차라고 부를 수 있는 차나무의 수령은 최소 백 년은 넘어야 한다. 게다가 특정 산지로 이름을 들먹일 수 있는 고수차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고수차의 맹주라 부를 수 있는 노반장과 빙도차가 한편에 몇 만 원으로 살 수 있을 만큼 흔하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운남성의 차나무는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찻잎을 딸 수 있다. 봄 차를 가장 귀하게 여기고 그 다음은 가을차이며 여름차는 가장 하품이며 겨울차는 잘 만들지 않는다. 봄차도 찻잎을 따는 시기를 절기 기준으로 청명 전은 명전차, 곡우 전은 우전차, 곡우 뒤에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가을차는 곡화차라고 부르는데 향기가 좋다며 봄차 다음으로 수요층이 많다.  


 

청명 전에 나오는 봄 찻잎, 노반장 명전차로 차가 나오면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렵다고 한다-사진 출처 대평보이 라오반장
특정 산지, 오래된 차나무 잎, 봄 첫물차인 명전차는 보이차의 귀족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잎의 생장이 무성한 여름차인데 찻잎으로 쓰면 양을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인기가 있는 봄차나 가을차에 섞는 경우가 있어서 값이 싼 고수차의 재료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하듯 가성비를 따지면 봄차나 가을차로만 만든 차가 아닌 여름차가 섞인 고수차를 구입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면 좋겠다.   

  

 같은 가격인데 이름난 차산과 그렇지 못한 차산의 차가 가격이 비슷하다면 어떤 차를 구매해야 할까? 지명도가 높은 차산의 차를 값싸게 구입했다면 그 차는 늦은 봄이나 여름에 딴 찻잎으로 만들어졌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오히려 지명도가 떨어지더라도 봄차 순료純料로 만든 차산의 차를 마시는 게 나을 것이다.   

  

 고수차 모료로 출시되는 고급 숙차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로 나누어진다고 했다. 숙차는 생차보다 제다공정에서 발효단계가 더 있으므로 같은 모료라면 더 비싸야 한다. 그렇지만 생차는 고급차, 숙차는 저급 차로 가격대가 형성되는 이유는 차의 재료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숙차는 발효과정에서 찻잎 고유의 향과 맛이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고급 모료를 쓰지 않았다.     


 과거에는 숙차의 모료는 거의 밀식으로 재배하는 다원의 관목차나무의 찻잎이었다. 다원차는 밀식재배를 하기 때문에 나무의 생장 환경이 좋지 않으므로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다원차는 겨울을 제외한 연중에 찻잎을 딸 수 있으므로 모료 값이 저렴하다.    


노반장 고수차로 출시된 고급 숙차 - 사진 출처 대평보이


숙차도 신분 상승해서 노차에 가까운 평가를 받는 차가 나오는데 고수차 모료로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농산물도 유기농이 아니라도 안심할 수 있는 이유는 몸에 해롭지 않도록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차농사도 이와 같이 규정된 농약과 비료를 쓰므로 안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유기농 농산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태 차 농사로 전환하는 다원이 늘고 있다고 한다.

     

 생태 환경으로 관리한다고 해도 관목차는 고급 모료로는 한계가 있다 보니 숙차도 교목인 고수차로 만들어져 출시되고 있다. 물론 고수숙차는 산지 모료의 차이만큼 가격의 폭이 크게 벌어진다. 숙차는 싸구려 차라는 인식은 이제는 버려야 할 만큼 고급 모료로 고가의 숙차가 출시되고 있다. 발효 기술이 높아지고 유명 산지의 모료를 써서 생차에 버금가는 고급 숙차는 노차와 비교되는 대접을 받기도 한다.

보이차 선택의 끝은 고수차라고 볼 수 있으며 돈을 아끼지 않고 구입하려면 차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보이차는 다른 차에 비해서 가격 선택의 폭이 넓고 다양한 종류만큼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보이차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또 가성비로 따지면 이만한 게 없다고 할 만큼 원하는 가격대에서 잘 고르면 만족도에서 행복한 차생활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보이차를 마시다 보면 입맛은 더 맛있는 차를 요구하게 된다. 입맛이 바라는 대로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게 다양한 차를 구할 수 있는 게 보이차의 매력이다. 아마도 선택의 끝은 고수차가 될 것이며 좋은 차라면 돈이 아깝지 않다는 결정을 할 수 있을 만큼 내공이 쌓였다고 할 수 있겠다.  

   

 수령 천년 차나무 잎으로 만든 고수차,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는가? 그 차를 마시면 어떤 감흥에 젖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만들어진지 50 년이 된 차에서 어떤 향미를 느낄지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게 보이차의 묘미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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