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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Nov 21. 2024

인생 최고의 차

매일 나는 인생 최고의 차를 마신다 

인생 최고의 차, 어떤 차를 이렇게 꼽을 수 있을까? 아마도 구체적으로 이런 차라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 이십 년 가까이 마셨던 차를 기억을 더듬어 꼽아보니 다시 마시기 어려울 홍인이 떠오르기는 하다. 홍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차는 많지만 그 날 마셨던 홍인은 70년 세월이 잘 담겨 있어 진정한 노차老茶의 풍미를 음미할 수 있었다.


차를 마실 때나 새 차를 구입하게 되면 더 좋은 향미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기대 없이, 바람도 가지지 않고 무심코 차를 마신다면 별 감흥도 없을 테니 차라리 물을 마시는 게 좋지 않을까? 같은 차를 매일 우린다고 해도 기대나 바람을 가지면 그날에만 음미할 수 있는 향미가 느껴질 것이다. 어떤 날은 다기를 바꾸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우리는 시간을 조절하기도 하면서 더 좋은 향미를 기대하며 차를 마신다.


어쩌면 인생 최고의 차는 특정한 한 가지 차를 말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마시는 차도 좋았지만 다음에 우릴 차에서는 더 좋은 향미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라고 하면 어떨까? 그래서 지금 차를 우리면서 기대나 바람을 담으면 분명 어제와 다른 향미를 음미하게 된다. 내일 마실 차는 여태껏 마셨던 차와는 다른 어떤 향미를 맛볼 수 있을지 상상하는 그 순간 이미 최고의 차가 된다.



내 손으로 우려 마시는 차는 카페에서 돈만 지불하면 손쉽게 마실 수 있는 커피와는 분명 다르다.

차를 골라 물을 끓여서 차 주전자에 물을 붓고 우려 지길 기다리는 시간, 매일 나는 최고의 차를 마시고 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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