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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Nov 08. 2021

횡설수설...무설자의 至味無味 보이차 우리기




    世味醲釅, 至味無味. 세미농염, 지미무미.


    味無味者, 能淡一切味. 미무미자, 능담일체미.


    淡足養德, 淡足養身, 淡足養交, 淡足養民.  담족양덕, 담족양신, 담족양교, 담족양민.


     《祝子小言》


세상 사는 맛이란 진한 술과 같지만, 지극한 맛은 맛이 없는 법이다.

맛없는 것을 음미하는 자라야 능히 일체의 맛으로부터 담백해질 수 있다.

담백하면 덕을 기를 수 있고, 담백하면 몸을 기를 수 있다.


담백함으로 벗을 기를 수 있고, 담백함으로 백성을 기를 수 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면 덤덤한 맛은 맛 같지도 않다.

그러나 지극한 맛은 무미(無味)한가운데 숨어 있다.

대갱大羹은 조미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조미하지 않았으나 모든 맛이 그 속에 다 들어 있다.

한때의 교언영색은 당장에 먹기에는  달콤하지만 결국은 제 한 몸을 해치는 독이 된다.

담백함으로 정신을 기르고, 그 담백함으로 세상과 만날 일이다.


자료출처 / 鄭 珉 한문학........

至味無味-지극한 맛은 맛이 없는 것


 보이차를 즐기는 분들은 아마도 이런 차맛의 의미를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기에서 至味無味-지극한 맛은 맛이 없는 것이라는 의미에 들어가 본다. 맛도, 향도 있는 듯 없는듯한 보이차의 오묘함에 끝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이차의 맛을 표현하는 이런저런 글귀에 현혹되어 차를 수없이 마셔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차를 마셔도 글로 표현하는 그런 맛을 찾을 수가 없다. 蜜香이라면 꿀맛처럼 달콤해야 하는데 어디 그런가? 꽃향기 과일향기가 진동하다는데 내게 다가오지 않으니 부족한 내 감각을 탓해야 할까?


 그래서 보이차를 마실 때 마음의 준비는 기대하는 맛이나 향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한다. 기대하는 향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의  바탕을 깔아놓고 차를 마시면 살포시 다가오는 맛과 향을 음미하게 된다. 오미五味에서 단맛甛味와 쓴맛苦味이의 어느 한쪽이 살짝 두드러지면서 그 산지産地의 차만이 가지는 향기를 감지하게 된다.

보이차는 그 향미가 숨은 듯이 은근하게 드러나다 보니
처음에는 제대로 느끼기가 쉽지 않다


 보이차를 접한 지 오래되지 않았을 때는 글로 표현하는 맛과 향에 너무 염두에 두지 않았으면 한다. 보이차의 향미는 숨은 듯이 은근하게 드러나다 보니 처음에는 제대로 느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멘토로 삼을 수 있는 선배 다인이 있으면 그가 얘기하는 가장 특징적인 맛과 향에만 집중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차는 왜 쓴맛이 뚜렷한지... 떫은맛은 차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바뀔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보이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향미가 달라지므로 그 차만의 특유한 맛과 향을 딱 잘라서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보이차를 처음 접하는 시기에는 그냥 열심히 마실 뿐 차에 대한 판단을 섵부르게 할 필요가 없다.


 보이차의 향미를 얘기한다는 건 마치 외국인에게 밥맛을 설명하는 것처럼 어렵다. 우리도 밥맛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만 지역마다 다른 쌀의 특성까지 알아차리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밥맛을 외국인이 제대로 알아차리려고 하면 얼마나 오래 밥을 먹어야 할까?

생차는 맑고 향기로움을 그 특징의 시작으로 삼고
숙차는 진하고 편안함을 그 특성으로 내세운다


 생차는 맑고 향기로움을 그 특징의 시작으로 삼고 숙차는 진하고 편안함을 그 특성으로 내세운다. 생차는 익어갈수록 향미의 깊이를 더해가고 탁하지만 농한 숙차도 맑고 깔끔함을 시간과 함께 드러내어 준다. 오래된 보이차라고 해도 생차이든 숙차이든 입안에서 불쾌한 맛과 향을 드러낸다면 그 차는 좋은 차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마셔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차라면 왜 그 차를 마셔야 할까? 혹자가 그런 맛과 향을 받아들여야 진정한 노차의 향미를 음미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그런 차는 그분만 마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 차를 시작하는 분은 그저 맛이 좋은 차를 마시면 된다.


 그리고 차를 시작할 때는 연하게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진하게 마시면 그 차의 특성을 알기 어렵다고도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꾸 진하게 마셔지기 때문이다. 탕색은 맑아야 하고 입안에서 깔끔하게 느껴져야 하며 목으로 매끄럽게 찻물이 넘어가야 한다.


 잘 만들어진 모료라야 거듭해서 우려도 처음처럼 향미가 꾸준하게 나오는데 열 번 이상 우려서 마실 수 있어야 좋은 건 아니다. 자극적인 맛이 느껴지면 고수차가 아니라 대지차(밭차)일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연하게 몇 번을 우려 보면 향미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

차호를 너무 큰 것을 쓰다 보면 차의 향미가 온전하게 보전되지 않으므로 120cc 전후가 좋다


 글을 쓰다 보니 너무 추상적인 내용이 된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초보는 차의 양을 기준치보다 조금 더 넣고 빨리 내려 마시기를 권한다. 차호나 개완의 용량은 120cc 전후를 쓰면 세 명까지 마셔도 되니 좋고 혼자 마시는 경우가 많으므로 80cc 용량의 작은 호도 준비해두면 좋다. 차호를 너무 큰 것을 쓰다 보면 차의 향미가 온전하게 보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는 개완을 자주 쓰게 된다.


 차를 우릴 때 처음에는 차가 풀리지 않으므로 시간을 조금 더 두고  뒤로 갈수록 시간을 많이 준다. 중간에 뽑는 차 맛을 기준으로 처음과 뒤의 시간을 조절하면 되겠다. 차를 적게 넣고 시간을 많이 두면 그 농도를 조절하기 어렵기에 차의 양을 많다는 느낌으로 넣기를 권한다.

차호에 넣는 차의 양은 보통 120cc 정도의 차호에 5g을 기준으로 삼는다


 내 경우에는 보통 120cc 정도의 차호에 5g을 기준으로 삼는다. 3~4g이면 좀 적고 6g이 넘으면 좀 많지요. 5g 정도면 적당한 양일 것 같다. 보이차도 어린잎일수록 물 온도를 낮추고 큰 잎일수록 끓는 물을 바로 쓰는데 그냥 뜨거운 물을 바로 부어도 괜찮다. 숙차는 고급일수록 차의 농도가 일정하고 처음에 진하게 나오고 빨리 농도가 옅어지면 저급이라고 본다.


 차의 향미를 빨리 느끼려면 선배 차인들과 자주 어울리면 좋다. 그리고 그분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팽주를 해보면 차를 제대로 우리는 법을 익힐 수 있다. 그냥 앉아서 주는 차만 받아 마시면 차 우리는 기준을 알기가 어렵다.


 역시 결론은 좋은 차 멘토를 모시면 좋다는 것이다. 멘토가 있어서 그 분과 함께 자주 차를 마시면 차 우리는 것을 금방 배울 수 있지 않겠는가? 차 멘토를 찾아서 차생활의 지혜를 얻어내길 권하면서 횡설수설 쓴 나의 차 생활의 편린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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