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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의 향미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십 년은 마셔야지

보이차를 탓할 게 아니라 내 입맛이 문제

by 김정관

가끔 보관해 두고 마시지 않고 있는 차를 뒤져봅니다. 보이차를 마신 지 20년 가까이 되다 보니 구입만 해두고는 잊고 있는 차가 적지 않기 때문이지요. 사무실 내방이나 집의 서재 곳곳에 죽포 포장 그대로 풀어보지도 않은 차도 몇 통이나 됩니다. 어떤 차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차가 적지 않으니 왜 그렇게 많이 구입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보이차를 막 시작했을 무렵에 구입했었던 차는 벌써 20년이 되어갑니다. 생차는 십여 년 전부터 마시기 시작했으니 신차를 구입해서 묵힌 차를 마시고 있는 셈이지요. 보이차는 세월이 지난 만큼 향미도 달라졌겠지만 더 많이 변한 건 내 입맛일 겁니다. 숙차 위주로 마시면서 생차를 구입했던 건 선배의 권유 때문이었답니다.


그때 선배가 지금은 숙차를 마시고 있지만 나중에는 생차를 마시게 될 것이라고 하셨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동안 마시지 않고 있었지만 그때는 고수차로 구입했던 차가 찻값도 저렴했었지요. 언젠가부터 입맛이 생차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 차들이 내게는 보배가 되었습니다. 십 년 세월에 차맛보다 변한 건 내 입맛이니 보이차 생활은 정말 無常무상하다고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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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세월을 두고 마시는 차라고 하는데 요즘 그 의미가 새삼스레 다가옵니다.

차가 변하는 것보다 내 입맛이 더 많이 달라진다면 현명한 보이차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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