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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어떻게 우려 마셔야 맛있을까?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 - '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29

by 김정관

대문사진 출처-픽사베이


차를 음료수로만 대하면 그저 뜨거운 물을 부어 내려서 마시면 그만이다. 이렇게 차를 편하게 우려 마시는 걸로 시작해서 습관으로 가져가는 게 일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다음은 찻그릇을 써서 차를 우려도 번거로운 생각이 들지 않으면 이 단계로 진입한 걸로 봐도 좋겠다. 이 단계에 들어가면 선택의 갈림길이 펼쳐지게 된다.


차를 차로 대해서 마시게 되면 어떤 차? 다기는? 찻물도 차맛에 영향을 많이 준다던데? 등등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해지게 된다. 그래서 차를 우리는데 필요한 요소를 선택하는 기준을 스스로 가지게 되었다면 삼 단계에 이르렀다고 봐도 좋겠다. 그렇지만 삼 단계부터는 개인의 취향에 달렸다고 할 수 있으니 지금은 관심을 따로 가지지 않아도 좋다. 아뭏든 다기를 써서 차를 우려 마시기 시작하면 궁금한 점이 슬슬 나오게 된다.


찻자리에 있어야 할 세 가지, 차 다기 찻물


찻자리에 필수적으로 있는 세 가지는 무엇이 있을까? 차와 다기, 그리고 찻물이다. 사실 이 세 가지를 제대로 고를 수 있으면 그 단계는 고수의 위치에 근접해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차를 고르는 걸 가장 먼저 배우게 되지만 다기와 찻물은 그 심도(深度)가 전문적이거나 감각적인 접근으로 다다르게 된다. 그러니 차를 어느 정도 마신 분은 찻자리에 앉아 차판 주변을 살피면 팽주의 차력(茶歷)을 대강 간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분들은 다기를 써서 차를 우리는 이 단계로 진입하는 게 관건이라고 하겠다. 그러니 다기나 찻물까지 골라가면서 차를 우리기까지는 건 아마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사 단계, 오 단계라 할 만큼 깊이를 가진 고수 분들은 아주 단출한 다구를 갖추고 차 생활을 하고 있다. 찻자리 근처가 번잡하다고 할 만큼 갖춘 게 많으면 아직 삼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보면 어떨까?


240530원고사진2.jpg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좋은 습관으로 차 마시기만큼 좋은 게 있을까? 차 마시기를 습관으로 만들려면 차를 간편하게 우릴 수 있는 표일배를 쓰는 게 좋다.


차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차는 물론이고 다기나 찻물을 골라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차 생활의 우선순위로 보자면 첫 번째는 차, 두 번째가 다기이고 마지막에는 찻물이라 할 것이다. 내가 마실 차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은 건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때에는 찻값이 저렴하다고 많이 구입하기보다는 종류를 다양하게 갖추는 게 좋다. 다기는 차 생활이 익숙해지면 내 손에 맞아 쓰기 좋은 것으로 구입하면 되겠다.


차나 다기는 차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구입하게 된다. 아는 만큼 구입하면 시행착오를 줄이게 되지만 보는 대로 욕심이 생기는 걸 억제하기 어렵다. 잠깐 긴장이 풀려 경계심을 늦추게 되면 내 것이 되어 있어 후회하게 된다. 찻자리에서 고정되어 있는 건 차 생활을 하면서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같은 차, 같은 다기를 써서 우려도 차맛이 다른 이유


찻자리에서 고정된 것을 가지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오는 결과는 흥미진진하다. 우선 한번 우릴 건차의 양을 차호나 개완의 크기에 맞게 정해야 한다. 혼자 마실 때 찻그릇의 용량은 100cc 이하로 하는 게 좋다. 찻그릇 100cc 기준에 차의 양은 4g 내외로 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춰 물을 가감하면 되겠다. 내 입맛에 맞는 기준을 정해두지 않으면 일정한 차맛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이차는 긴압차라서 차칼로 떼어낸 양을 눈대중으로 가늠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꼭 주방용 저울로 계량해서 건차의 양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차호 용량과 건차 양의 상관관계는 간 맞는 차를 마시는 요령이라 할 것이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간에 맞는 차를 우려낼 수 있어야 그 차의 진정한 향미를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996A23415B7A505734.jfif 다기를 써서 차를 우리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어졌으면 이미 이 단계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다기를 다루는 일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차를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는 첫 관문이다.


차호 100cc 기준에 건차 4g이 기준이라고 보고, 3g을 넣어 시간을 두어 내리는 것과 5g을 넣고 바로 내리는 건 어느 쪽이 향미가 좋을까? 내가 내리는 결론은 후자인데 양을 적게 넣고 시간이 두어서 내리면 쓰고 떫은맛이 많아진다. 양을 조금 더 넣고 바로 내려서 맛이 진하면 물을 넣어 간을 맞추면 된다.


대엽종 찻잎으로 만드는 보이차는 내포성이 많아서 보통 열 포 내외로 우려 마신다. 흔히 스무 포, 서른 포까지 우릴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아무리 좋은 차라도 열 포를 넘기지 않는다. 열 포 이상 계속 우려도 마실만 하지만 한참 뒤에 다시 우려서 마셔보면 열 포 이전의 맛보다 훨씬 못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보이차는 양이 많은 차인데 구태여 열 포 이상 우릴 필요가 있을까?


보이차 우리기의 단계를 세 가지로 나누어 보면


차를 우려 마시는 재미는 표일배로는 제대로 누릴 수 없다.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면서 커피메이커와 드립을 쓰는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커피메이커로 내리면 커피맛은 균일할 수 있지만 더 맛있는 커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렇지만 드립으로 내린 커피는 사람마다 다른 맛을 낸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래서 드립으로 내리는 커피를 대접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을 것이다.


차 우리기 일 단계인 표일배를 쓰는 건 고정된 걸로 차를 내리는 단순 과정만 있다. 이 단계에 들어 다기를 쓰게 되면 더 맛있게 우려내기 위한 노력이 더해져서 나날이 달라지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 과정이 심화될수록 고정된 것도 달라지는데 아는 만큼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차도 선택의 폭과 깊이가 달라지고, 다기도 종류가 자꾸 늘게 되지만 이 변화는 더 좋은 차 향미를 음미하게 되는 결과를 얻게 된다.


KakaoTalk_20250612_103148955_04.jpg 부부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일상으로 가지는 집은 소확행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 차호와 숙우, 찻잔을 작은 차상에 놓고 마주 앉아보자


이 단계에서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의 산물은 차와 다기가 점점 늘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를 빨리 벗어날수록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일 수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수백 편의 차, 수십 종류의 다기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 단계를 벗어나는 게 어려운 건 무엇 때문일까? 오래두면 값어치가 올라가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축재(畜財) 관념의 보이차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삼 단계에 들어서면 고정된 것을 선택하는 관점이 달라져서 구입하는 차나 다기가 양보다 질로 바뀌게 된다. 차는 한통 한편 가격으로 두세 편, 다기는 열 점 가격으로 한 점을 사는 식이다. 늘 변하는 존재인 내가 고정된 것인 차와 다기를 제대로 운용하면서 차 생활의 심도가 점점 깊어지게 된다. 보이차 생활은 더 알아가고 배우려는 나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고정된 차와 다기에서 너비와 깊이를 심화시켜 가게 된다.




차 생활의 일 단계는 차를 우려 마시는 게 좋은 습관으로 정착될 때라 하겠다. 다기를 써서 차를 우리는 걸 귀찮아하지 않으면 이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면 어떨까 싶다. 그렇지만 이 단계에서는 보이차나 다기를 가성비로 자주 구입하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 이 단계를 지나 삼 단계의 관문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건 왜일까?


삼 단계에 들어서서 보이차 생활을 해야만 비로소 차와 다기의 너비와 깊이를 알게 된다. 보이차는 많이 모으면 돈이 된다는 축재의 마인드를 극복한 사람이 하게 되는 차 생활이다. 보이차 생활은 차를 많이 모으거나 많이 마셔서 좋은 게 아니라 지금 마시는 차의 진미(珍味)를 음미하고 찻자리를 가지면서 다담(茶談)을 일상에서 즐기는 소확행의 가치를 아는 데 있다.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 - '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29

원문 읽기 :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6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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