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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1200년, '호태호' 백앵산 야생차를 마시고

올해 만든 햇차인데 회감, 생진, 후운, 차기를 느낄 수 있었던 보이차

by 김정관

보이차 카페에서 자주 댓글 다담을 주고받는 다우께서 차를 보내왔다. 댓글로 차를 한 편 나눔 하고 싶다고 해서 온 편은 부담이 되니 몇 번 마실 양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다우는 윈난성 징홍에 살고 있으며 그곳에서 차가게를 하면서 직접 보이차를 만들고 있었다. 그가 보내온 차는 ‘호태호(好太號)’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 차는 2025년, 올해 만든 수령 1200년 백앵산 야생차이다. 백앵산 차는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아 마셔보지 못했는데 다우 덕분에 마시게 되었다. 야생차는 여러 종류를 마셨지만 특유의 야생차의 향미가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아서 일상에서는 잘 마시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가 공들여 만든 차인데 내 입맛에 맞지 않아 시음기도 쓰지 못한다면 피차 곤란할 것 같아 샘플로 조금만 보내달라는 청을 넣었었다.


하지만 그는 200g 소병으로 만든 온전한 한 편을 다른 차와 함께 보내왔다. 차를 마셔보니 그동안 마셨던 야생차와는 결이 다른 건 물론이고 고수차와도 확연히 달랐다. 오랜만에 시음기를 쓸 거리가 있는 차를 만나서 우선 내게는 생소한 차산지 백앵산에 대해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백앵산에 대한 정보를 공부해 보니 보이차에 대한 내 지식이 얼마나 얕은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앵산 고다원은 임창시 윈현 만완진(云县 漫湾镇)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은 창강 문명의 근원인 "망회 신석기 문화"의 핵심 지역입니다. 세계 차나무의 발상지는 윈난성이며, 윈난 차나무의 발상지는 란창강 중류입니다. 백앵산은 란창강 중류에 위치하며 차나무 발상지의 중심 지역에 속합니다. 백앵산 다원의 총면적은 5만 6천4 무(畜)이며, 12종, 야생, 재배, 전이성 고대 차나무 200만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본산차, 얼가즈(二嘎子) 차, 맹고대엽차, 허칭차, 본산대엽백봉차, 백봉차, 흑차, 두미차, 홍봉차, 유엽차, 등즈차 등 지금까지 발견된 차나무 품종 중 가장 다양한 품종을 보유한 고차원입니다. 수형은 교목형, 소교목형, 관목형으로 나뉩니다. 잎의 크기는 특대엽, 대엽, 중엽, 소엽 등 모든 종류의 차나무를 포괄하며 차나무 품종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중 수령 100년 이상의 고차수 차나무가 1만 그루가 넘습니다. 세계 차나무 유전자은행이자 차나무 기원과 진화의 살아있는 화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 沧江明珠云县


백앵산 차산지 지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백앵산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2006년 5월, 중국 임창에서 열린 제1회 차문화박람회의 "차의 기원"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백앵산은 야생차에서 재배차로 이어지는 차나무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현재까지 발견된 유일한 지역으로, 야생차가 재배 작물로 변모하는 여러 단계를 보여줍니다. 백앵산 고다원은 지금까지 발견된 차 품종 중 가장 다양한 차 품종을 보유한 고대 다원으로, 차 유전자원 자원의 보고이자 차나무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 천연 실험실입니다.

2016년, 임창시 인민정부는 백앵산 마을을 중심으로 12,400 무(畝) 규모의 고대 다원을 임창시 최초의 경작 고대 다원 보호 목록에 포함시키고, 810 무(畝) 규모의 핵심 보호구역을 설정하여 중점 보호 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2020년 학술대회에서 차 전문가들은 "윈현(云县) 백앵산(白莺山)은 세계에서 차 품종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유일한 지역입니다. 이곳은 차 문화의 기원, 진화, 그리고 역사를 연구하는 살아있는 화석과 같습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차 유전자원 자원의 천연 유전자은행이자 가장 중요한 농업 문화유산이자 자연 문화유산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출처 : 茶叶日告



차의 본고장인 백앵산은 당나라 때부터 보이차의 고향이었습니다. 중국 서예가 선팽(沈鵬) 선생이 쓴 "중국 불교 차 성지(中國佛教茶聖地)"라는 비문이 있습니다. 선(禪)과 차는 하나의 맛입니다. 수천 년 동안 불교와 차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선(禪)과 차(茶), 두 문화는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서로 관련이 없습니다. 이곳은 유명한 불교 차 성지이자 "선(禪) 차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원의 흰 휘파람새는 또한 이야기의 화신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백앵산은 원래 불교 영지산(靈智山)이었는데, 부처님께서 영지를 남겨 두셨는데, 이 영지는 산에서 춤을 추며 자연과 어우러졌다고 합니다. 후에 백앵산의 차 농부들은 이곳에 흰 휘파람새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마치 정령들이 바람에 춤추며 정토를 수호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다원에 깃든 생명의 아름다움을 기리기 위해 영지산을 백앵산으로 개칭했습니다.-출처 : 小院清茶



백앵산 고다원은 차 품종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야생 차나무에서 재배 작물로 발전하는 여러 단계를 보여주며, 차의 기원을 증명하는 역사적 증거입니다. 당나라와 송나라 때, 남쪽을 지배하던 남조국과 대리국은 수도인 대리가 백앵산에서 불과 3~4일 거리에 있었습니다. 남조국과 대리국 시대에 불교가 번성했습니다. 불교와 차는 항상 뗄 수 없는 인연이었습니다. 승려들이 불교를 수행하던 시절, 백앵산의 "대합선사"는 "수천 명의 승려가 차를 재배하는" 역사적인 사건을 목격했습니다.

매년 음력 3월 16일이면 이곳에서는 성대한 다회(茶會)를 엽니다. 승려들은 부처님께 예불하고, 명상하고, 불경을 외우고, 친구들을 만납니다. 하루 종일 차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산에 사찰을 짓고 사찰 옆에 차를 심는 것은 오랜 풍습이 되었습니다. 수천 년 전부터 불교와 차는 이곳에서 연결되어 왔습니다. 선종과 차가 하나로, 다른 국적, 다른 종교, 다른 문화가 융합되어 공존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백앵산은 "선종과 차는 일품(一品)"이라는 의미를 해석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되었습니다. 출처 : 乡野好物


수령 1200년 차나무로 만든 백앵산 얼가즈 야생차, 호태호라는 생소한 보이차 브랜드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게 의아할 정도이다.


다우가 만들어 보내온 차를 살펴보니 보통 차품이 아니었다. 차산지에 대해 공부해서 알게 된 백앵산은 차체 하고라도 수령이 무려 120년이 아니라 1200년이다. 게다가 재배차가 아닌 야생차인데 백앵산이 야생차와 야생차에서 재배차로 넘어오는 과도기 차, 그리고 재배차까지 고수차의 종합 박물관이다. 야생차의 중에 얼가즈(二嘎子)라는 종류를 따로 지칭하는 건 처음으로 마시게 되었다.


햇 보이차의 병면이 검게 보이는 게 야생차의 특징이다. 탕색에서도 검은색이 두더러져 보인다.


차산지인 백앵산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이곳 야생차가 다른 산지와는 다르다는 것도 받아들이고 나서 차를 대하니 사뭇 경외감이 들었다. 게다가 차나무의 나이-수령이 무려 1200년이라고 하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접하게 되는 야생차는 그냥 수령도, 산지도 알 필요가 없다는 듯 대하게 된다. 수령 1200년 백앵산 얼가즈 야생차를 마셔보자.


야생차가 재배차와 다른 점은 병면을 보면 알 수 있다. 햇차인 경우 병면을 보면 재배차는 어두운 녹색인데 비해 야생차는 검붉은 색이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야생차 아엽으로 만들어진 차 이름이 혈아병(血芽餠)이니 느낌이 오지 않은가? 차를 우려보아도 야생차는 검붉은 탕색을 보인다. 또 향미에서도 야생차 특유의 향이 느껴지는데 나는 차향에서 거부감이 느껴져서 잘 마셔지지 않았다.


야생차는 병면과 탕색, 엽저에서도 검은 색이 많은데 향미는 부드럽기 그지 없다. 아마도 1200살 노수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호태호 얼가즈 야생차를 우려서 마셔보니 검은빛이 나는 탕색에도 불구하고 야생향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백앵산 차의 특징이 고삽미가 적다고 하더니 이 차도 단맛이 많고 고삽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단맛은 입에 넣자마자 다가오는 단맛(甛味)에다 바로 회감과 생진이 더해진다. 단침이 계속 솟아나니 그야말로 설저명천(舌底鳴泉) 그 자체이다.


나는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해도 열 포 이상 잘 우리지 않는 편이다. 보통 내포성이 좋은 차라며 스무 포에서 서른 포까지 우려낸다고 하지만 좋은 향미는 열 포 이내에서 그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향미를 맛보는 취지에서 적당한 선에서 그치자는 취지이다. 그런데 이 차는 올해 만든 햇차인 데도 고삽미에서도 그렇지만 햇볕에 말린 쇄청미도 감지되지 않는다.


누구든지 온 편을 보내준다고 하면 사양하고 있는 이유가 내 입에 맞지 않으면 공치사(空致辭)를 해야 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록해서 남겨두어야 할 차로 마시니 이 차를 보내준 다우께 고마운 마음이 듬뿍 담을 수 있어서 좋다. 회감, 생진, 후운에다 차기라고 할 만한 긍정적인 몸 반응을 느낀다.



입안에서는 적당한 쓴맛에 회감과 단침이 계속 솟아나 맑은 느낌이 충만하다. 목 넘김을 하면서 걸리는 게 없이 편안하며 속이 후련해진다. 그리고 에어컨 아래에서도 등줄기가 따뜻한 느낌이 감지된다. 차의 향미를 표현하면서 차향을 낱낱이 느끼지 못하는 게 아쉽고 송구하다. 참 좋은 차를 마시게 해 준 다우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