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 - '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32
이십 년 차 생활로 얻게 된 보이차 구입 노하우
보이차에 입문하는 다우들에게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생차는 저렴한 차 한 통 값으로 두 편을 사라고 한다. 한 통은 주저하지 않고 구입하지만 두 편을 그 가격에 산다고 하면 한참 고민하게 된다. 한 통과 두 편은 네 배나 비싼 값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통으로 구입하면 덤으로 한 편이 따라올 수도 있으니 고민하지 않고 구입한다면 거짓말이라 하겠다.
보이차 생활을 시작하면서 매일 차 마시기에 흥미를 붙이게 되면 먼저 차 구입에 관심을 갖게 된다. 녹차는 세작이라 해도 80g에 5만 원은 주어야 하는데 보이차는 357g 한 편에 그 값 이하로도 구입할 수 있는 차가 즐비하다. 보이차 입문 시기에는 누구나 입맛이 겸손해서 어떤 차를 마셔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값이 저렴한 보이차를 통 단위로 망설임 없이 구입하는 걸 누가 말릴 수 있을까?
보이차는 후발효라는 특성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차맛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시간은 내 입맛도 변하게 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지금 마시는 차가 훗날에 괜찮을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녹차는 구입한 그해를 넘기지 않고 다 마시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차를 선택하면 한 해 동안 즐거운 차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보이차는 열 편도 아니고 수백 편을 넘어 방 하나를 채워버린 양이 있다면 내 입맛이 변해 버린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구입할 당시 내 입맛에 맞아서 선택한 게 아니라 단지 싸다는 기준으로 선택한 차는 후발효라는 보이차의 특성을 믿고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한 셈이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보이차를 값싸고 좋은 차로 미래를 기약하는 건 로또를 구입하며 일등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 아니라는 말도 있다. 아무 생차나 다 묵히기만 하면 내 입맛이 바라는 향미로 변화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래 묵히면 좋은 차가 된다는 건 假說가설일 뿐 내가 소장한 차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건 보장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한 편에 3만 원인 차와 그 열 배인 30만 원인 차가 포장지로 보면 별반 달라 보이지 않으니 도대체 어떤 차를 구입해야 한단 말인가? 분명한 건 30만 원을 주고 산 차가 내 입맛에 맞아서 계속 그 차를 마셨다면 3만 원짜리 차는 다시 마시기 어려울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래서 싸다고 부담 없이 구입한 보이차가 방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보이차는 소량 다품종으로 구입하는 게 좋다고 본다. 두 편으로 구입하라는 건 한 편은 마시고 다른 한 편을 보관해 두기 위함이다. 357g을 하루에 5g씩 마시면 70번을 마실 수 있는데 그 차만 마시는 게 아니지 않은가? 보이차를 매일 마셔도 소비되는 양보다 또 다른 차를 구입하는 양이 더 많을 게 분명하다. 한 통 값으로 두 편을 구입한 차라면 시간이 지나 내 입맛이 변한다고 해도 만족한 향미를 즐기게 될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염소 새끼를 키우면서 소가 되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면 신차(新茶)를 구입할 때 송아지인가 확인을 해야 한다. 분명한 건 지금 마셔서 만족하는 차가 송아지이니 오래되면 그 차는 소가 되어 있을 것이다. 보이차를 보는 바람직한 시각은 싸고 좋은 걸 바라는 구매 기준을 버리는 데 있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내가 마실 찻값을 자신의 경제적 여건을 감안해서 얼마나 치를 것인지 신중하게 정해야 하는데 맛있는 차와 그렇지 않은 차의 구분이 모호한 게 문제이다.
여덟 편 값으로 두 편을 사서 한 편을 마시면 차를 마실 때마다 정성을 기울여 우리 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한통을 쟁여놓고 한 편을 마시게 되면 아마도 차에 대한 각별함이 없을 테니 가벼이 대하게 된다. 차를 마시면서 한 편을 다 마셔가고 있는데 남은 한 편을 여는 게 망설여진다면 좋은 차를 마시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 사람과 차는 서로 궁합이 좋은 관계라고 볼 수 있으니 올바르게 구입한 게 틀림없다고 할 수 있겠다.
몇 해 전부터 첫물 고수차를 마시게 되면서 보이차의 珍味진미가 바로 이런 맛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곡우, 중국에서는 청명이 되기 전에 처음 올라오는 어린잎으로 만드는 첫물차의 향미는 진하면서 부드럽다. 순 하나에 잎 두 개일 때의 일아이엽(一芽二葉)은 짧은 시기에 찻잎을 따내야 하므로 차를 만들 수 있는 양이 한정된다. 이 귀한 차는 3g을 작은 호(壺)와 잔으로 마시는데 차를 머금으면 향미가 입 안에 스미는 듯하다.
보이차는 포장지가 다 비슷해서 마셔보지 않으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다. 차를 다 마시고 난 뒤에 이파리를 살펴보아서 어린잎은 큰 잎에 비해 고급 차라고 볼 수 있다. 몇 특정 산지를 제외하면 고수차라고 해도 첫물차가 찻값에서 큰 부담이 없다. 차 생활을 하는데 보이차는 다른 차류에 비해서 가격이 싸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물차는 거의 들어오지 않고 가성비를 강조한 차가 많이 유통되는 건 소비자의 구매 취향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보이차를 스무 해 가량 마시고 있는 지금은 차 생활을 양보다 질이라는 기준을 잡고 있다. 아침 식전에 마시는 숙차도 고수차 모료로 만든 차, 오후와 밤 시간에 마시는 생차도 거의 첫물 고수차이다. 예전에는 큰 잔으로 꿀꺽꿀꺽 마셨는데 지금은 작은 잔으로 홀짝홀짝 마시고 있다. 차를 마시는 횟수는 줄이지 않고 차호(茶壺)와 찻잔을 작은 용량을 써서 차 향미를 음미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날에는 차를 마시는 시간이 마냥 좋아서 틈나는 대로 찻물을 끓였다. 매일 세네 차례 차를 마시다 보니 차를 구입하는 양도 적지 않았던 게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차를 시작한다면 한 통 단위로 구입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내가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했었던 그때는 찻값이 저렴해서 어떤 차라도 한 통으로 구입해도 부담이 없기는 했었다.
고수차가 보이차 시장의 대세가 된 지금은 한 통 단위 구입이 부담되는 차가 많아졌다. 보이차 일곱 편이 들어있는 한 통 찻값이 부담 없다면 오래 보관해서 마셔야 할 차라며 구입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마셔도 좋은 차가 아니라면 얼마나 지나서 좋은 차로 변화될 런지 알 수 없지 않은가? 알 수 없는 미래의 좋은 차를 가성비로 통 단위 구입한 차는 방 하나를 채우고 있는데 지금 마실 차는 없어서 망설이게 된다.
이제는 소장하고 있는 차로도 평생 마셔도 남을 정도이니 더 좋은 차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렇지만 해마다 내가 모르고 있는 산지의 차가 나오면 그 향미를 맛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구입 조건은 고수차로 첫물차라야 한다는 것이다. 운남성 넓은 땅에 곳곳에 차산이 있으니 내가 마셔보지 못한 차는 수없이 많다. 새로 만나게 되는 차산의 차는 꼭 두 편만 구입해서 한 편은 마시고 남은 한 편은 차를 좋아하는 손주의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어떤 물건을 구입하면서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지만 물건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그만한 값을 치러야 한다는 걸 안다. 보이차도 예외 없이 싸고 좋은 차는 없다는 걸 이십 년 차 생활을 통해 알게 되었다. 노반장이나 빙도 차가 가장 귀하고 비쌀 수밖에 없는데 그 이름을 붙인 차가 가장 흔한 건 왜 그럴까? 고수차가 아니고 첫물차는 더욱 아닌 찻잎으로 만든 이름만 노반장에 빙도 차이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보이차 회사의 차를 찾아서 첫물차로 만든 고수차를 구입하면 어떤 차를 찾아 마셔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어떤 보이차 브랜드라고 해도 내가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차의 종류와 가격이 있다. 가성비로 찾으면 통 단위로 구입할 수 있지만 그 가격대로 한 편이나 두 편을 구입하면 첫물 고수차를 찾을 수 있다. 그 차가 비록 노반장이나 빙도 차가 아니라고 해도 보이차의 진미(珍味)를 음미하면서 매일 즐거운 차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무 설 자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 - '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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