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차?'보다 '어떻게 마셔야 할까?'
보이차를 주로 마시는 차 생활을 20년째 하고 있습니다.
짧지 않은 지난 차 생활을 돌아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숙차 위주로 마셨던 차는 생차로 바뀌었고
욕심은 많지 않았지만 모인 차도 제법 많습니다.
무턱대고 마셨던 차를 가려 마실 수 있는 것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죠?
차를 우리는데 필요한 세 가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첫째는 차, 둘째는 물과 다기, 셋째는 나 자신입니다.
이 세 가지 중에 우선이 무엇이라고 보아야 할까요?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차라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차라고 해도 다기와 물이 온전하지 않으면
우려낸 차의 향미는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차를 좋은 물에 좋은 다기로 우린다고 해도
차를 서투르게 우려낸다면 이 또한 제대로 차맛을 낼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신전에 따르면 '차 마시는 자리는 혼자일 때 신령스럽고, 둘이면 뛰어나게 좋으며
셋이면 즐겁다'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셋째로 들었던 차를 마시는 '사람'은 좋고 나쁜 걸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차?'를 구입해야 할지 애달파하면서
'어떻게 차 생활을 해야 하는가?'에는 등한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구입해 둔 차가 적지 않은데도 무작정 욕심을 내는 게
차 생활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말입니다.
저는 보이차 생활을 하면서 '어떤 차?'보다 '어떻게 마시고 있는가?'를 돌아봅니다.
'차'보다 '차 생활'에 관심을 가져야만 제가 일상의 소확행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다신전의 가르침을 차 생활에서 실천해 보니
홀로 있는 시간에 차를 마시면서 내면의 나를 돌아볼 수 있으면 신령스럽고.
부부가 마주 앉아 차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보다 더 좋은 게 없더군요.
딸과 사위, 손주와 함께 삼대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면 더 바랄 게 없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