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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훈 Jan 02. 2018

월간회의 편

#두번째 이야기

회의(會議) : 모여서(會) 의논함(議). 

모을 회(會) / 말씀 언(言)과 옳을 의(義)가 합쳐져 의논할 의(議)
즉, 모여서 옳은 말을 의논한다. 

                         

월간회의 편

1. 매월 한다.

 다년간 직장생활의 경험으로 월간회의를 이미지화해본다면 큰 산이자 무거운 짐, 마음에서 오는 불편함이 먼저 였던거 같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성과와 실적 여부와는 관계없이 시작도 하기 전 거리낌이 있는 마음가짐은 월간회 내용의 본질적 토론보다 무탈하게 잘 넘어가길 바라는 사람이 다수였던 거 같다. 

월간회의 분위기는 우리 부서만이 아닌 타 부서의 분위기로도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전월에 발표한 계획이 미달성 이더라도 성과분석을 정량적/정성적으로 분석 후 달성에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여 다음번에 사례로 활용한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되는데 왠지 모를 죄의식을 느낀다. 미달성된 내용을 숨기거나 감추고 포장하기 시작하면 그 회의는 무의미 해진다. 회의의 본질은 말씀 언(言)과 옳을 의(義)가 합쳐져 의논할 의(議)다.


월간회의를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Daily Meeting을 매일 하고 있었지만 월 단위로 To Do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분석하는 일들이 잘 되지 않았다. 일련의 일들이 유기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하루하루 급한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모두에게 익숙지 않았고, 매일 중요한 일, 급한 일을 나누고 우선순위를 매겨 하루하루 바쁘게 일을 해왔다. 해도 해도 일은 계속 늘어만 갔고, 그럴수록 놓치는 부분들과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져 갔다. 제일 중요한 건 재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진정으로 하게 되고 재미가 있어야 집중력과 집요함 또한 생기기 마련이다. 결과물은 나의 보람이 되고 진행되는 과정은 아기를 돌보듯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월간회의가 시작되었다.

월간회의로 우린 앞으로의 3개월을 계획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3개월 전부터 미리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콘텐츠가 풍부해졌고 결과물에 대한 완성도 또한 높아지기 시작했다.

Why, What, How를 생각하고 기획이 들어갔으며, To Do관리와 공유 대상자, 예상 결과물이 예측 범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며, 일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2. 월간회의 자료 검토

플레이스는 고객 접점 부서와 그렇지 않은 부서 크게 두 분류로 구분된다. 부서별 특성에 맞게 기본 양식은 만들어서 배포를 하고, 월간회의 D-3일 전 각 부서장으로부터 월간회의 자료를 받아 검토를 한다. 오타자부터 내용의 적정성까지 체크하여 각 부서장들께 피드백을 드린다.

각 부서장들은 나보다 직급이 높거나 직책이 높은 분들이 많다.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피드백을 드려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지만, 플레이스의 조직문화는 직급체계에 의해 실행되는 일도 있는 반면, 각기 프로젝트에 매니저가 있어 PM역할을 하는 구조도 있다. 어떠한 프로젝트가 있을 시 그 일을 진행함에 있어 가장 합리적인 사람이 PM의 역할을 맡게 된다.

 

우선 두 가지에 신경을 쏟기로 했다.

첫째 커뮤니케이션, 월간회의 PM이란 자리로 자칫 권력의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매우 신경을 많이 썼다. 월간회의를 잘 진행한다는 것은 그 시간에 오롯이 얼마나 유의미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포커스를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함께 고민을 하게 된다면 아이데이션 측면에서 실효성이 커진다.

동료들에게 존중과 예의를 표하고 논쟁을 포기할까, 존중과 예의보다 논쟁에서 원하는 바를 이뤄야 하는 걸까? 두 가지 모두 중요하기에 밸런스를 잘 유지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부분은 걷어내고 온전히 내용에만 집중하여 풍성함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고, 그 답은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했다.

1) 자료에 대한 내용을 면대면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2) 논쟁은 활발히 할수록 좀 더 나은 결과물이 도출된다.

3) 팩트를 정리하여 메일로 공유한다.


당연히 아는 내용들이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데 있어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신경도 많이 쓰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복지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감정(불편함)을 덜어내는 것, 각부서가 온전히 월간회의에만 집중하여 플레이스를 유기적으로 흐르게 하는 것 - 내가 플레이스에서 일하는 법이다.


둘째는 자료의 적정성이다. 먼저 적정성의 범위를 정해야 했다. 내용의 본질적 옳고 그름을 판단은 각 부서의 몫이다. 논점이 흐려지지 않게 잡아주는 게 목표였다. 

예를 들어 "이번 달 객실 판매가 저조한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비수기 영향이 큰 거 같습니다."라는 접근은 맞는 것일까? "내 잘못이 아니에요. 어쩔 수 없어요"라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삶에 있어 일과 휴식, 취미, 여행을 나누던 개념의 경계가 허물어저 가고 있다. 단편적인 예가 원격근무, 디지털 노마드족이며 콘텐츠 노마드족도 생겨나고 있다. 날씨와 휴가 정책에 영향을 받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도 허물어져 갈 것이다. 

부서별 10장이 넘어가는 자료의 양을 3~4장으로 줄이고 질을 높이는데 집중하였고 불필요한 자료의 디자인 양식을 걷어내고 흰색 백지에 작성하자 내용에 군더더기가 없어지고 훨씬 직관적이고 간결해졌다. 


3. 술과 함께

월간회의 일자가 잡히면 해야 되는 몇몇 가지 일들이 있다. 회의장소 예약, 월간회의 자료, 당일 현장 세팅으로 구분된다. 첫 월간회의 때가 생각난다.

와인과 맥주를 준비했다.

플레이스 엔터 플러스라는 초록색 인조잔디가 펼쳐진  공간에 딱딱한 의자가 아닌 빈백에 기대어 앉아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는 사람, 힙하게 맥주를 병째 들고 마시는 사람, 술을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논알코올 음료로 각자의 취향에 따라 술과 함께 회의에 참석했다. 전 부서 회의시간에 술을?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 또한 플레이스 다움이다.


김잼(김xx General Manager)님은 딱딱하고 형식적인 보고를 위한 자리를 지양하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많은 아이데이션과 의미 있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시간이 되길 지향하셨다. 우리의 1차 월간회의의 콘셉트는 각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이해하고, 단합이 목표였다. 술 또한 개인 사비로 사주셨다. 난 그 지향점에 매우 공감했다.

직장 생활의 대부분의 시간들이 불필요한 눈치를 보게 된다. 개인적인 일로 상사의 심기까지 하급자는 눈치를 보게 되고 이러한 일들은 회사 전체 분위기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할 때 분위기는 악화되어가고 눈치도 보이고 말수는 적어지고 불편한 분위기는 등줄기에 땀이 맺히는 경우를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더 악화되면 면박과 질타를 받고 마녀사냥당하듯 동료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 정도 진행이 되었다면 솔루션을 찾기보다 이직을 알아보거나 가정이란 책임의 무게 때문에 마지못해 다니는 게 일반적이다.

누군가 다그치지 않아도 본인이 그 무게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분위기로 다그치게 되면 해결책을 먼저 고민하기보다 잔소리로 인지하고 죄송합니다라고만 한다. 동료들은 월급충이 되어 침묵할 것이고, 회사를 위한 의견을 제안하는 건 권력을 가진 소수만이 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원하지 않았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집단지성, 문제의식을 가지고 함께 솔루션을 찾는 조직, 관점의 다각화, 현장의 목소리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우리를 더 견고하게 해줄 것이라 믿었다.



'나의 직장 이야기 : Daily Meeting 편' 첫 글을 쓰고 의아한 반응이 일어났다.

조회수가 하루 만에 1,800 뷰가 넘어 브런치에 글을 쓰면 이런 반응이 일어나는구나..라고만 그땐 생각했다.

헌데, 유입경로를 보니 다음 모바일에서 약 80%가 유입이 되었고 검색을 해보고 알게 된 내용인데 다음 직장 in에 글이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니면...( '')(.. )

브런치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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