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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Sep 05. 2024

잠시 주유소에 들릅니다.

나를 브랜드로, 나를 브랜딩

난다 긴다 하는 슈퍼카도 기름을 넣어야 계속 달릴 수 있다. 내 차(몸)도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에 들러야 할 시간이 오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것! 자동차 계기판에 남은 주행거리는 10km로 표시되었는데 주유소까지 12km 남았다면? 실제 상황이었다. 미국에서 가족 여행으로 요세미티에서 LA로 돌아가던 중에 발생한 일이다. 인적이 드문 광활한 사막 같은 곳에 기름이 없어 차가 선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기름을 넣으라고 했잖아." 남편에게 잔소리를 퍼붓었다. "이렇게 10km라고 떠도 실제는 15km, 20km 거뜬히 달리니까 걱정 마." 태평스럽다. "걱정을 하지 않게 하고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해야지,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걱정하지 말라는 게 말이나 돼." 다시 잔소리. 


이렇게 달리는 자동차에는 계기판이 있어 어딘가 문제가 생기면 미리 알려줘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내 몸엔 계기판이 없어 암이 걸린 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었나 보다. 갑자기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암판정을 받게 되었다.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몸이었는데, 이미 기름이 떨어졌는데 왜 진직 주유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몰려왔지만 늦었다.


그때 우리 차는 남편 말대로 무사히 주유소까지 갈 수 있었다. 잔소리는 남편이 아니라 내가 들었어야 했다. 내 몸은 인생이란 여행길에 퍼지고 말았다. 견인차가 왔어야 했고, 구급차도 필요한 상황. 그딴 사소한 주행거리에 신경 쓸 게 아니라 소중한 나를 돌봤어야 했는데…. 


억지로 기름을 채우기 위해 주유소에 들르게 된 현실. 하고 있던 모든 일들을 멈추고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자동차가 폐차되지 않으려면 정비를 잘 받아야 하듯, 다시 살기 위해 필요한 수리 시간을 맞은 것이다.


사면초가, 사방팔방이 꽉 막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도 프리랜서여서 얼마나 다행인가.' 병가를 낼 필요도 없이 쉬면 되고, 다 나으면 다시 일하면 된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자유롭게 해 오면서 장소와 시간도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둔 것이 큰 무기처럼 여겨졌다.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하면 돼. 괜찮아, 괜찮아.'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다.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떠올려라. 힘든 시기는 좋아질 수 있으며, 압력은 느슨해질 것이고 무거운 짐은 가벼워질 수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적절한 방법을 생각해 내기 때문이다."


그간 병세는 호전되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지금부터 잘 치료받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도 있다. 정말 압력이 꽉 차 폭발할 것만 같았던 두려운 시간도 느슨해지면서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이 스르륵 녹아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차츰 일할 의욕도 생겨났다. 


이번에 좀 색다른 도전을 해 보고 싶다. 그동안 막연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 중에서 새로운 것을 할 생각이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때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를 언제나 떠올린다. 살아보니 그렇다. 일이란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지 않다. 하고 싶은지에 달려 있다. 여기에 기회도 행운도 따라온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지금은 잠시 주유소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여행길에 망가진 부분을 수리도 해야 하지만 휴식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이민 12년 차,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와 지칠 대로 지친 내 영혼을 달래기 위해 주유를 하며 생각한다. 기름이 다 채워지면 어디를 갈까? 가보지 못한 길을 달려 보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쳐 오른다.


인생 2막은 작가에 도전하려고 한다. 글쓰기를 위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 이노우에 히로유끼가 쓴 <배움을 돈으로 바꾸는 기술>은 자극이 되었다. 배움과 돈을 이렇게까지 엮어서 생각하지 못했다. "배웠으면 돈을 벌고, 익혔으면 성과를 내라"는 그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글쓰기를 배우고 익힌다. 성과를 내고 돈으로 바꾸기 위해서.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로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싶다. 


미국 철학자 얼 나이팅 게일은 "사람은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의 사람이 된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음... 나는 글쓰기 작가가 될 것이다." 내가 말한 대로의 사람이 되기 위해 잠시 인생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주유 중. 나는 곧 다시 달릴 것이다. 


'근데 뭐가 이렇게 신나지? 아직 이룬 것도 없는데….'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을 또 발견한 것이다. 멋져~!



#브랜딩

#프리랜서

#글쓰기

#프리랜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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