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살 준비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굉장히 쉬운 것 같지만 의외로 이렇게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건 마음의 소리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
최근 '직장인들이 근무시간 중 1시간 20분 딴짓을 한다'라는 뉴스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인터넷 쇼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부분 사적인 일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적인 일은 어떤 것들일까? MZ세대들은 한 가지 직업이 아닌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 N잡러로 활동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건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도 미래의 부를 쌓기 위해 젊은 세대들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다양한 수입처를 만들어 두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인지 책이나 유튜브에서 이런 고민을 하는 프리랜서나 1인 기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직장에서 1인 기업을 준비하는 걸 권장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 직장을 먼저 그만두면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또 다른 직업이나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딴짓'을 멈출 수 있을까? 새로운 직장이나 일을 하면서 또다시 또 다른 직업을 구하는 일은 멈출 수 있을까?
본질적인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딴짓'과 현실의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직을 하려고 하는 마음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고 돌고 돌뿐이다.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해 들어가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여간해서 딴짓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미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충만감을 느끼고 즐겁기 때문에 대부분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데 시간을 쓰게 된다. 세상의 유혹이나 유행에도 귀가 솔깃해지다가도 중심을 잃지 않고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오히려 관심밖의 일로 대하는 여유를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똑같은 쳇바퀴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반복되는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면 방법이 없는 것일까? 지긋지긋해하면서도 반복되는 고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운명일까?
리처드 바크가 쓴《갈매기의 꿈》에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내용이 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기보다 어딘가에 있을 숭고한 삶의 길을 찾는 갈매기 조나단에게 스승 설리번은 "우리는 이번 생에서 배운 것을 통해 다음 생을 선택한단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면 다음 생은 이번 생과 똑같아. 한계도 똑같고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도 똑같지."라고 말한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도돌이표로 다시 읽고, 다시 읽고, 또다시 읽었다. 인생을 되돌아보니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결하지 않고 회피하면 항상 또다시 비슷한 상황에 놓이는 경험, 모두 다 해 보았을 것이다. 일도 그렇고, 인간관계도 그렇고, 사회생활도 그렇고, 부부관계, 자식문제도 그렇다. 뭐 하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잠시 편하지만 어김없이 메아리처럼 되돌아와 더 큰 부담과 짐이 되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계도 똑같고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도 똑같다'라는 말은 어차피 도망갈 길이 없다는 뜻이다. 회피를 계속 반복한다고 해서 성장하거나 인생판이 바뀌거나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한 번은 과감하게 운명의 변화와 전환기가 필요하다는 설정 속에 우리 모두의 인생이 놓여 있다면 그걸 언제 할 거냐는 선택만 남은 것이다.
좌충우돌하지 않고 먼저 깨닫고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면 좋으련만 난 늘 전자 쪽에 가까웠다. 회피하고 도망가고 후회하고. 그러다 이 문장(나는 늘 책을 통해서 정신차리게 된다)을 접하면서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한 번은 제대로 내 운명과 맞서야 한다는 것을, 상황과 환경이 바뀌어서 내가 변할 수 있는 확률보다 내가 감당해야 할 짐을 올바르고 정당하게 져야만 더 나은 단계의 삶이 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근데 처음부터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하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일본 현대문학의 대가로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다.
"나는 스물아홉 살이 되었을 때 '소설을 쓰고 싶다'라고 지극히 단순하게, 별다른 이유도 없이 불현듯 생각이 나서 처음으로 소설을 썼습니다."
그는 29살 어느 날, 그냥 소설이 갑자기 쓰고 싶어 쓰기 시작했고 그 후 35년이라는 시간 동안 소설을 쓰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대단한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잘 써지는 날도, 전혀 쓸 것이 없어 괴로운 날도 똑같이 4000자를 쓰는 것을 루틴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주변에서 천재 소리를 들으면 갑자기 유명해진 작가들은 꽤 있지만 35년이라는 시간을 지속해서 글을 쓰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기 드물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 면에서 천재적 소질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끈질기게 성실하게 이어가는 것이 결국 소질이 되고 재능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말하자면, 매우 단순한 얘기지만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라는 것이 한 가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나오는 내용이다. 전 세계 수많은 무라카미 하루키 팬들은 궁금하다. 그가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 소설가가 된 계기가 있었는지, 천재적인 재능에 이끌렸는지도 궁금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법, 마음의 소리를 따라 직업을 구하는 법이 너무나 궁금하다. 그에 대한 궁금증을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찔러 이야기한다.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라는 반대 질문을 통해 어떤 기준으로 일을 선택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대답해 준다.
최근에 MZ세대인 조카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직업에 어떤 고민들이 있는지 들어 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괜찮은 회사에 들어가 일을 했지만 계속 고민이 되었다고 한다. '이게 내가 원하는 일인가, 계속할 수 있을까, 나는 행복한가'에 대해.
조카 친구 중 한 명은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 부품 관련 회사에 일하다 자신의 꿈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분야가 정말 뜬끔없다고 생각했지만 원래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고 자신만의 브랜드와 식품을 만들고 싶어 열심히 배우면서 미래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조카는 피아노 전공인데 자신이 관심이 있었던 PT 선생님이 되었다. 음악에서 체육이라니 이 또한 정말 뜬금없게 느껴졌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또 다른 조카는 대기업에 다니다 자신만의 1인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그만두고 준비과정을 통해 지금은 1인 기업을 운영 중이다.
"이모,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전체적으로 우상향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예전보다 내 일을 하니까 행복해요."
나도 그렇지만 대학 가서 전공을 고를 때는 너무 어린 나이여서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 뚜렷하지가 않았다. 졸업을 할 때쯤 '사회에 더 필요한 기술을 배울 걸' 후회도 해봤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전공 따라 흘러 흘러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면 고민이 시작된다. 이 길이 내 길인지, 적성에 전혀 맞지 않지만 먹고살아야 하는 현실 때문에 그대로 그 자리에 눌러앉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그래도 20대에 방향을 전환하는 사람은 크게 세부류다. 용기 있거나, 재능이 뛰어나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나는 첫 번째에 절반정도 해당한다. 대단한 용기는 아니지만 남은 인생의 길이를 생각했을 때 빨리 후회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오해를 하면 안 되는 게 해보고 싶은 일을 노력해서 하게 된다고 해서 더 이상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간절히 원해서 하게 되면 그 자리에는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같은 일을 천직이라고 여기며 꾸준히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어 진다.
여기서부터 쳇바퀴만 돌던 사람들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새로운 도전까지의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두려워도 도전하게 되고 어느 정도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쌓는데도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 않는다. 하던 일에서 새로운 일은 교집합이 생기면서 영역도 넓어지고 깊이도 깊어지는 심층 경험이 쌓인다.
세상은 정말 빨리 변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무전기 장난감만 갖고 있어도 동네 스타였는데 지금은 1살이 되기 전부터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아이패드를 눌러서 동요를 듣거나 애니메이션을 본다(어린 조카를 보니).
꼭 변해가는 세상에 발맞추어 뭐든지 따라가야 되는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따라갈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시점은 알 수 없어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때, 새로운 도전이 해보고 싶을 때, 이미 그런 근육이 몸에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용기를 내는 면에서도, 실제로 도전하는 면에서도 확실히 다르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 진직부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설령 그 길에 변수가 생기더라도 다시 쉽게 힘을 내어 새롭게 걸어갈 수 있는 용기를 낸다. 나이가 들어도 점점 멋있게 사는 길을 추구한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이는데서 시작된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법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무라카미 하루키가 스스로에게 한 질문처럼 나 자신에게 다시 질문해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 일을 찾을 것!
반드시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도전해 볼 것!
죽기 전까지 늦은 때는 없다.
행복할 권리,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낼 시간이다.
N잡러: N(2개 이상의 복수를 뜻함)+잡(job. 직업을 뜻함)+러(er. 사람을 뜻함)
본업 외에도 개인이 지닌 재능을 발휘해 다수의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