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낙방, 다시 합격!
부끄럽게도 브런치를 알게 된 것은 이상한 경로였다. 브런치로 뭘 먹으면 좋은지 알아보기 위해 '브런치'를 검색했더니 이상한(?) '브런치'가 검색되었다. 구글에서 상위 검색어로 떠오른 브런치 메뉴, 브런치 카페, 브런치 맛집은 알겠는데 브런치 작가라니, 이건 뭐지? 호기심이 발동!
'브런치' 최상단 검색어를 꾹 눌렀더니 브런치 홈페이지에 작가신청, 브런치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이 나와있다. '당신의 글을 또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보세요. 작품이 되는 이야기' 라며.
미국이민 11년째. 미국의 브런치와 한국의 브런치는 먹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으로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이렇게 신기하고 흥미로울 수가.
필력도 없으면서 '작가'라는 단어에 끌려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브런치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누구나 될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듯 대충 작가신청을 해버렸다. 5일쯤 지나 이메일이 왔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워터마크 'SORRY'를 넣어 정성스럽고 조심스럽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고 거절을 한다. 잘렸다.
왜? 브런치가 뭔데? 브런치가 대단한 건가?
알아보니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카페' 같은 게 아니었다. 대충 신청만 하면 붙여 주는 것이 아니라 뭔가 엄격한 나름의 심사가 있다는 걸 떨어지고 나서야 알았다. 누군가 끼워주지 않으면 다시는 얼쩡대지 않는 성격인데 자존심 상하게도 브런치 작가로 끼고 싶어 이번에는 '브런치 작가'를 검색해 보았다.
블로그와 유튜브에 '브런치 작가 한 번에 되기' '브런치 작가 합격하는 방법' 등의 다양한 정보가 넘쳐났다. 몇 개의 블로그의 글들을 읽고 유튜브도 보며 브런치 작가가 뭔지 조금은 감을 잡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 하는 동기부여는 되지 않았다.
그러다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는 브런치 작가 신청 안내 글이 눈에 들어왔다.
브런치스토리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해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중략) 출간 경험이 없어도, 등단을 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 세상을 향해 글을 쓰는 사람 누구나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브런치스토리는 좋은 글을 쓰는 작가들의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널리 전하고자 합니다.
평범하기만 한 내가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얼마나 알릴 수 있는지는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명에게라도 용기를 주고, 격려를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작가의 가치는 있는 법. 이거다.
이번에 마음을 담아 다시 재신청. 5일 뒤.(이게 뭐라고 가슴이 두근두근)
결과는? 합격이었다.
진심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합격 이메일이 왔다. '소중한 글'을 기대한다니 소중한 글을 쓰고 싶다.
이제는 나도 브런치 '작가' (괜히 이 두 글자에 힘을 주고 싶다)
금수저 모임에 흙수저를 끼워준 느낌. 자격이 없는데 기회를 제공받은 느낌. 지금은 무명의 작가이지만 무명이라 자유롭고 좋다. 아무도 따갑게 비판하지 않으니까. 여기에 천천히 색을 더해나가면 색깔 있는 '나'를 만나게 되리라. 그런 나는 어떤 색깔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친구들과 브런치 뭐 먹을까 검색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쓰게 되었지만, 이 브런치는 소중한 놀이터가 되었다. 여기엔 참으로 신비함이 숨겨 있다.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미국에 살아 한국사람들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그런 목마름마저 채워져 고맙기까지 하다. 게다가 글쓰기에 고수들인 선배들이 있고, 나의 멘토가 되어 달라고 사정하고 싶은 작가들도 가득하다.
뭐 하나 제대로 배우려면 이리저리 꼬시는 문구로 결국 돈을 요청하거나 물건을 팔려는 세상인데 다 꽁자라니. 대박이 별거인가? 이런 거다.
브런치 타임, 이제 브런치를 먹으면서 브런치 글을 쓰려고 한다!
내가 받은 선한 영향력을 결초보은의 자세로 갚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