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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 Madigun Apr 10. 2016

선택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그 사이의 간극

굉장히 케케묵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것인가? 아니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살 것인가? 무엇이 더 행복한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서 좋아하는 일을, 너의 가슴을 진정으로 뛰게 만드는 일을 찾아 그것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남이 시키는 일이 아니라 너의 가슴이 시키는 일. 남이 좋아하는 일이 아닌 너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많은 이들은 그렇게 우리에게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 성공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 리처드 브랜슨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너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


아마 나만이 아니라 모두들 살면서 굉장히 많이 듣는 이야기일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더 잘 하게 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니 진정 너를 가슴뛰게 하는 것을 찾아 너의 업으로 삼으라고. 그러면서 여러 성공한 이들의 삶을 예시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근데 나는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 그렇게 좋으면 너가 하지 왜 나한테... 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난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을 일반적으로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왜 우리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고 업으로 삼기를 조언하는 것일까? 누군가는 세상에서 자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고, 누구는 멍때리고 망상의 세계에서 꿈을 꾸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근데 이러한 것들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어떻게 살까?


부디 자는 것을 좋아하니 숙밥업을 망상을 좋아하니 소설이나 영화감독의 꿈을 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그건 좋아하는 것과 업이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면 집에서 잠만 자는 히키코모리이고, 말도 안되는 꿈만 꾸는 몽상가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말라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자신의 업(그것이 비록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일지라도)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게되고,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의무적으로 정해진대로 해야한다면 그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십중팔구는 싫어진다. 그래서 난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삼으라고 이야기한다(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잘 하는 것을 정말 잘 해서 좋아하는 것도 더 잘하기도 한다).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려면 결국 잘 해야하는데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까지 하는 것도 결코 쉽지않다. 좋아하니 많이 하고 열심히 하니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즐기면서 하면서 피를 토하며 노력하는 이들을 넘어 잘하게되기는 쉽지않다.


물론, 이루어낸 사람들은 있다. 그것도 꽤나 많이. 그래서 나는 그들을 보며 꿈과 희망을 갖는 이들이 그런 꿈과 희망을 버렸으면 한다. 그들이 그 자리에 올라간 현재 모습을 보고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자신들의 실패를 그들에게 전가하지 않기를 바래서이다. 그들의 현재의 모습 뒤에 무엇이 있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꺼내는 이유는 내가 지금 그러한 딜레마에 다시 빠져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떠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갈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을 나중에 좋은 선택으로 남기기 위해서 내가 걸어가야할 수많은 역경과 고난들을 넘어서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남에게는 하지 말라고 해놓고 나 자신은 하고 싶은 이 아이러니함 속에서 나는 또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것일까?


내가 바라고 원하는 일을 잘 하게 되고, 그로인해 행복해지기까지 난 얼마나 행복하지 못하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며 살 것인가?


이러한 두려움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아마 나는 불평하고 후회하고 좌절할 것임을 그렇게나 잘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뛰어들 것이다. 그리고 내가 성공한다면 앞에서 말한 남들에게 성공한 인생을 쟁취한 멋진 사람으로 회자될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지금 이 글을 적고 사람들에게 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고 말하는 이유는 내가 어리석다고 이야기한 사람들처럼 내 자신의 선택을 희화하고 사람들을 속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선택의 순간 부디 그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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