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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 Madigun Jan 19. 2018

블록체인 그리고 암호화폐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

오늘 정부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발표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어제 이에 대한 JTBC 긴급 토론이 있었다.



정부가 정한 앞으로의 방향이 발표되기 전에 잠깐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생각 정리에 앞서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cryptocurrencies) 의 호칭에 대해서도 이미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암호화폐가 가상화폐의 하나의 부분집합(subset) 이라는 위정현 교수의 의견(http://m.gametoc.han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6475&looketapps=1)에 동의한다. 그렇기때문에 정확하게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가상화폐가 가지는 의미가 게임머니, 기업의 브랜드 포인트 등을 모두 내포하기 때문에 특히 정부의 규제 등에 있어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용어를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암호화폐의 현 상황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투기로 변질되었으며, 이로 인한 금전적 피해자들이 양산될 것이라는 사실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정부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와 법제가 필요하다라는 필요성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다만, 이러한 규제와 법제가 투기열풍의 억제와 국민들의 재산권 보호를 넘어서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조심스럽다.



바로 이 부분이 현재 암호화폐 중개소의 폐쇄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 대립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암호화폐 중개소란 용어에 대해서는 토론에서 유시민 작가의 의견에 동의한다. 현재 거래소라 불리는 암호화폐 중개소들은 대부분 이런 화폐/제품에 대한 거래의 중개역할 이외의 안정성 확보, 시장감시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기때문에 정부의 규제와 법제를 기반으로 중개소들이 거래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하거나, 폐쇄해야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고 본다.



이런 상황들이 대해 개인적으로는 과연 암호화폐가 실물경제인 원화, 달러 등의 기존 화폐와의 교환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암호화폐의 전신격인 기존 가상화폐를 보면 기존 화폐와의 교황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상화폐 자체가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다는 점이다. 리니지의 아덴을 예로 들면 아덴은 그 쓰임이 명확한 시장이 존재한다. 아덴으로 아이템을 구매하고, 리니지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화폐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아덴은 리니지가 사라지지않는한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가상화폐의 자리를 잡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이런 가상화폐의 하나의 형태로 보면 암호화폐는 과연 그 자체로 화폐의 역할을 하는 시장이 존재하는가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어제 긴급토론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현재는 ICO와 암호화폐간의 거래를 제외하고 암호화폐를 이용한 어떠한 경제활동도 불가능하다. 비트코인 열풍으로 지금처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전에는 일부 국가와 일부 상점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한 구매가 가능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가격변동성과 거래체결 시간의 제약 등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졌다. 즉, 암호화폐가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시장이 중개소 외에는 전무해졌단 이야기이다. 중개소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중개소 폐쇄에 격분하는 것은 중개소가 없어지면 그 어디에서도 이 디지털 데이터로 이루어진 블록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암호화폐로 거래가 가능한 무언가(상품, 서비스 등등)가 존재하는 시장이 있었다면 지금같은 투기광풍이 없었을 가능성도 크고, 무엇보다 중개소 폐쇄에 대해 지금같은 수준의 격한 반응은 없었을 것이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보면 토론의 모든 참가자들이 말한 것처럼 암호화폐 그 자체는 잘 못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그저 정재승 교수가 바라는 암호화폐 생태계, 그 중에서 암호화폐가 통용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많은 기업들과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암호화폐로 커피를 사고, 집을 사는 실물경제와 연결된 시장을 만드는 것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 하지만 요즘 많이 나오는 다양한 구독 소프트웨어의 구매하는 시장에서는 충분히 통용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에버노트의 1년 구독권, AWS의 인프라 사용 비용 등에 대해서 이러한 형태의 암호화폐를 이용한다면 거래체결 시간의 문제에서도 보다 자유로운 부분이 있고(체결 실패 시 회수가 용이), 깃허브와 같은 오픈소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응원(좋아요와 같은)의 대가로 지불되는 경우 보상의 관점에서도 채굴(여기에서는 좋아요를 누루거나 새로운 소스를 공개하는 형태)을 유지할 동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토론에서 나온 채굴과 51%의 공격에 대한 문제는 결국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수단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보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장부를 해당 블록체인의 정보(금전거래, 음원 등등)가 필요없는 사람들에게도 공개되고,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가" 의 여부이다. 정보공개는 퍼블릭이라는 관점에서 응당 당연한 이야기이며, 참여는 바로 채굴에 대한 문제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채굴이라는 행위를 누군가는 해야하는데 이를 이해관계가 없는 불특정다수에게 위임하는 것이 퍼블릭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특정다수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보상을 주어야하는데 현재는 이 보상이 암호화폐이다. 어제 토론의 가장 극명한 대립을 보여준 것이 이 보상에 대한 문제였다. 하지만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과연 보상이 암호화폐밖에 없는가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현실세계의 우리는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물건을 팔거나 지식,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다. 하지만 때로는 돈이 아닌 것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스톡옵션이라고 본다. 노동력의 제공 대가로 노동력이 투입된 기업의 주식을 받는 것이다. 좀 더 일상적으로 보면 맥도널드에서 알바하고 맥도널드의 햄버거를 보상으로 받는 형태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대가로 그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상으로 받는 형태인데 현재는 대부분의 블록체인이 암호화폐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보상이 암호화폐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특정 서비스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채굴을 하면 보상으로 구독권이나 업그레이드 쿠폰을 제공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의 퍼블릭 블록체인이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보상에 대한 많은 고민과 실험들이 이루어져야한다. 그 와중에서 새로운 형태의 채굴과 보상이 생겨나고, 그것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퍼블릭 블록체인을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호현 교수의 아이디어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안전은 모든 인간이 바라는 가치이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인간의 도덕적인 보상(뿌듯함?)을 주는 형태는 가능한 관점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한호현 교수의 아이디어가 불가능한 이유는 그걸 왜 블록체인을 이용해야하는가에 대한 점이다.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형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중앙 집중형에 비해서 속도적인 제약을 갖게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어야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약점을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과 제약이 있기 때문에 모든 분산형 시스템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호현 교수의 아이디어는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특정 지점의 장애/위험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전파하는 문제는 당연히 빨라야한다. 그리고 안전문제는 Type 1 error(실제론 아닌데 그렇다고 판단하는 오류)보다 Type 2 error(실제론 맞는데 아니라고 판단하는 오류)에 대해 민감하다. 즉, 거짓 정보라고 하더라도 많은 정보가 적시에 올라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건데, 이러한 상황에 블록체인은 부적합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만능 기술이 아니고 그것이 필요한 부분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호현 교수가 순간 잊은 것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었다.



마지막 논점은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이다. 먼저 단기적인 관점에서 당장의 중개소 폐쇄는 불필요하다고 본다. 사람들이 중개소가 없다고 거래를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외국으로 이동하거나 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현재 중개소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와 암호화폐에 대한 세금 부과에 대해서는 조속히 실행해야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지금의 투기광풍을 최대한 잠재우고 소위 김치프리미엄이라고 불리는 버블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이들로 구성된 협의체 혹은 관리부처를 신설하여 정부 내부의 이해도 증진과 향후 필요한 정책적인 자문을 암호화폐 관리와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중기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적극적 장려와 육성이 필요하다. 투기광풍과 중개소의 안정화 이후에는 현재 금지된 ICO에 대한 규제가 해제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양한 형태의 블록체인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열어두고 이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통해 건강하지 않은 블록체인 혹은 암호화폐는 시장진입이 어렵도록 만들어야한다. 이 시점에서 앞의 블록체인 협의체/관리부처의 역할이 중요해지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명백하고 명문화된 정의 역시 필요하다. 중개소의 경우 지난 기간의 철저한 감시를 통해서 거래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되어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ICO 장려나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와 함께 암호화폐가 유통될 수 있는 건전한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민간이 함께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고 활용도나 효율성이 높은 사업분야를 발굴, 육성하고, 이 토대 위에서 암호화폐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토론하고 협의함으로써 또다른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면 한국이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시장경제의 선두주자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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