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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Jul 28. 2024

2024 파리올림픽,  창의성의 경계를 무너뜨려라.

-공간과 형식의 틀을 깨고 창의성을 극대화 한 새로운 방식의 세리머니-

이토록 자유분방하고 로맨틱한 올림픽 개막식이라니..


이번 파리 올림픽은 지금까지의 올림픽 개막식의 전형성을 와장창 깨버리는 파격적이다 못해 혁명적인 개막식이었다. 그만큼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일부 장면들은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모두 수용하기 힘든 측면도 있었으나, 이 수많은 논란을 뒤로하고도 역사상 가장 새롭고 멋있는 행사로 평가받을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갖고 있다.


일단 개회 전부터 메달 디자인, 트레이, 단복, 성화와 메달을 보관하는 트렁크와 같은 올림픽 소품에 LVMH계열의 명품 브랜드를 접목하며 '세상에서 가장 럭셔리하고 예술적인 올림픽'을 표방,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비단 소품뿐만이 아니라 대회를 치르는 방식도 새로웠는데 이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올림픽 경기장이 아닌 센강 및 파리 시내에서 펼쳐지는 개막식이었다. 리허설을 하기도 어렵고, 너무 개방된 공간이다 보니 치안, 공간 통제, 연출에서 엄청나게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준비과정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 주 경기장이 없이 파리 도시 전체를 활용한 개막식.

기존과 다른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을 그런 행사.

이 행사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주최 측의 이 놀라운 시도에 감탄이 먼저 나왔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 장면 중
기존 올림픽 개막식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모두 올림픽 경기장을 포함하고 있다. 경기장 안에서 펼쳐지는 국가별 상징을 담은 공연들, 손은 흔들려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국가별 단복을 선수들, 경기장 위 어딘가에 높이 솟아있는 성화,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플래시와 환호를 터뜨리며 열광하는 관중들.  그래서 항상 매 올림픽에서는 이번에는 [경기장 안에서] 어떤 공연 혹은 연출이 있을까? [경기장 어딘가에 위치할] 성화는 어떤 방식으로 점화가 될까? 등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여태까지 치러진 매 올림픽마다 신선한 공연들, 그리고 연출방식은 늘 있어 왔다. 그런데 이번 파리 올림픽이 유독 새롭게 다가왔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올림픽 스테디움이라는 갇힌 공간
vs 파리라는 도시 전체를 무대로 활용하는 개방성


개최하는 나라, 그리고 시대에 따라 올림픽 개막식은 계속 변화, 발전해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있었다. 바로 '올림픽 경기장'이라는 제한된 연출 무대이다.


창의력이 뛰어난 예술가 집단에게 캔버스를 하나 주고 어떠한 주제와 형식을 표현해 줄 것을 부탁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물론 그들은 창의적인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내겠지만 그 예술작품은 태생적으로 '캔버스'라는 테두리를 한계로 갖는다.


그런데 만약 그 테두리가 없다면? 캔버스와 관계없이 네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해 봐!라고 한다면 예술가의 창의성은 캔버스의 테두리를 넘어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기존 올림픽에서는 경기장이란 물리적 한계를 지닌 공간에서 리프트를 사용할 것인지, 바닥 LED에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 아니면 경기장 벽면을 활용해서 무엇인가를 연출할 것인지, 경기장 안에서 성화를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위치시킬 것인지, 등을 고민하는 형태, 즉 태생적인 한계 내에서 창의성을 펼쳐야 했다면, 이번 주최 측은 파리라는 예술적인 모든 공간을 활용한 열린 결말의 개막식을 구상할 수 있었다.


2024 파리 올림픽 공식 포스터


얼굴을 가린 미스터리 한 남자가 성화를 들고 파리 시내 건물 위를 뛰어다니며 파리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보여주고, 단두대에서 처형된 마리 앙투아네트가 투옥되었던 바스티유 감옥에서는 헤비메탈 공연이 펼쳐진다. 극장에서는 레미제라블의 대미를 장식하는 '민중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각국 선수들은 배를 타고 파리의 주요 명소를 지나며 센강으로 입장한다.


즉, 파리 시내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되어 시민과 관광객들은 센강변, 그리고 다리 위에서 개막식을 감상하고 강가에 사는 주민들은 집의 발코니에서 이 모든 쇼를 감상한다. 성화가 튈르리 공원의 최종 주자에게 전달되고 , 열기구가 떠오르며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에서 셀린디옹이 '사랑의 찬가'를 부르는 순간....


A balloon carrying the Olympic cauldron above The Louvre museum. REUTERS, Arlette Bashiz.


와... 올림픽 개막식에서 이런 로맨틱한 장면을 보게 되다니... 셀린디옹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 내 마음도 몽글몽글 해지는 순간이었다.


기존의 갇힌 공간 내 입장권을 산 특권자들만 누리던 개막식이 파리 전역을 무대로 모두에게 오픈되며, 실로 도시 전체의 축제로 열렸다. 비단 개막식뿐만이 아니라 많은 경기들은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며 진행되어, 프랑스는 올림픽 기간 내내 본인들이 가진 문화유산과 예술성을 온 세계에 알릴 것이다. 그야말로 이번 올림픽은 공식적으로 펼쳐지는 파리홍보 라이브 쇼이며, 각국의 사람들은 안방에서 파리 여행을 즐기는 경험을 하게 될 예정이다.


이번 올림픽은 경기장이 아닌 파리 곳곳의 랜드마크와 유적지에서 경기가 진행되는데, 에펠탑 앞에서의 비치발리볼, 그랑팔레 미술관에서의 펜싱과 태권도, 콩코드 광장 앞에서의 3대3 농구, 그리고 스케이트 보드,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농구, 승마, 샹젤리제 거리에서 치러지는 사이클 경기 등. 기존의 정해진 규격과 모습의 경기장이 아닌 도시 곳곳을 활용하여 올림픽 경기를 치른다. 이번 올림픽 경기는 선수들이 펼칠 훌륭한 경기 외에도 파리지엥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건축물과 실내공간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쯤에서 들었던 한 가지 궁금증...

한국, 서울에서도 이런 올림픽 개최가 가능할까?

일단 한국도 유럽 못지않게 유서 깊은 역사가 있는 나라이고, 그 수도인 서울 역시 전통과 현대가 아주 잘 어우러진 공간으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파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파리를 비롯한 많은 유럽 도시들은 전통의 공간을 '옛 것'으로만 두지 않고 시대에 맞게 활용하며 현대에도 살아 숨 쉬는 일상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데 반해, 한국은 '옛 것'들이 다수 보존되어 있지만 그 공간은 우리의 일상생활공간과 철저히 분리되어 문화유산, 관광지로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덕수궁 전경  


현재 문화유산으로 관리하는 공간을 대중에 개방하여 다른 목적으로 쓰는 것이 가능할까? 많은 검토와 준비가 필요한 옵션이고 대회가 끝난 후에도 철거와 복원에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을 이용한 수영경기나 한강공원에서의 경기 등은 가능할 수 있으나, 이번 파리처럼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에서의 개막식 혹은 경기진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한국에도 다시 올림픽 개최의 기회가 온다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의 좋은 시도들은 적극적으로 검토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든지 처음은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새로운 형식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나는 이 개막식의 새로운 시도를 온몸으로 반기는 바이지만, 어떤 이들은 난해하고 복잡한 구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금은 파리를 넘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된 에펠탑도 당시에는 그 파격적이고 기이한 외형 때문에 사람들에게 외면당했었다. 단순한 비호감을 넘어 애물단지로 취급받아 준공 20년 만에 철거될 위기에까지 놓였으나, 모두가 알듯이 에펠탑은 현재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건축물이 되었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는 어렵다. 제대로 된 리허설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 새로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고민을 했을까? 일부 진행 상의 미숙함도 있었으나 프랑스의 정신을 담아 모든 것을 새롭게, 혁명적으로 시도해보고자 했던 올림픽 준비위원회의 노고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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