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썩게 만드는 리더가 가진 7가지 특징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리더를 만나면 해주고 싶은 한마디 "피하세요"

by kaily
처음엔 정상인 같았다.

몇 주가 지나고 첫 원온원에서 "잘 듣는 리더가 될게요." 라며 원온원 시간을 꽉 채워 본인 말만 할 때도

그냥 전형적으로 말 많은 일반적인 리더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태껏 운이 좋게도 젊은 꼰대를 만나보지 못해서 나이 차이가 크지 않는 리더가 오히려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팀에 대한 기대가 깨진 건 입사 후 몇 주 지나지 않아서였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이번 이직이 실패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달라지면 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할 수 있는 한 이 조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 애썼다.


조직이 건강하려면 그 조직에 있는 조직원들이 건강해야 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같이 일하는 메이커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지금 와서 보니 이 모든 노력은 이미 썩어버린 구조에 혼자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였다.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바위는 굳건했고 계란은 조용히 깨져갔다. 썩은 바위는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조직 전체를 오염시켰고,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일은 불쾌함을 넘어 꺼림칙함에 가까웠다.


잠깐은 정상인처럼 보였던 리더는 썩은 바위에 달라붙은 이끼 같았다. 바위가 조직 안에서 자리를 잡을수록 이끼는 거침없이 번져가며 조직을 어지럽혔다. 겉으로는 큰 문제없어 보였기에 더 오래 방치되어 왔다.

이 과정을 꽤 긴 시간 가까이서 지켜보며 '사람이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어쩌면 '사람이길 포기하면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직장 생활하며 나름 다양한 빌런을 만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유형은 처음이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리더"

인생에서 다시는,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유형이었다.

이러한 도덕성과 사회성이 결여된 리더를 가까이에서 보고 느낀 특징은 다음과 같다.

만약, 어떤 조직에서도 이러한 유형을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가능한 한, 최대한 빨리 피하세요.


이 조직을 썩어가게 만드는 리더는 '썩은 바위'와 '그 위에 붙은 이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둘의 특징을 모두 나열하기엔 결이 좀 달라서 오늘은 썩은 바위에 붙어 있는 '이끼형 리더'의 특징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이 리더는 다음과 같은 7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1.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한다.

"오늘 오후 4시까지 문서 작성해 주세요"라고 말해놓고 2시부터 문서 작성이 되어있지 않는다고 팀원들을 멘션해 재촉하기 시작했다. 분명 본인 스스로가 오후 4시까지라고 말해놓고 속으로는 '이쯤이면 다 해놨겠지'라고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2시까지 해달라고 말했어야 했다. 잘못된 가이드를 주고 팀원을 나무라는 모습은 통제하고 싶어 보이는 불안에 더 가까워 보였다.


또, 어느 날은 팀 전체가 같이 점심을 먹지 않는다고 "그건 잘못됐다"며 점심을 먹지 않는 팀원들에게 누구랑 무엇을 먹었는지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런 일은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 됐다. 또, 본인의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팀원이 있다면 그 순간 다른 팀원에게 가서 그 팀원의 험담을 시작했다. 그렇게 팀에 균열이 생기고 조직은 서서히 썩어가기 시작했다.


2. 공은 모두 본인 몫이다.

"이 프로덕트가 잘 돌아가는 이유는 제 덕이예요." 누군가 담당 프로덕트를 칭찬하면 대화는 늘 이렇게 끝났다. 누가 적극적으로 일하거나, 다른 부서에서 칭찬받거나, 지표가 오르면 모두 본인이 신경을 잘 쓴 덕, 본인이 가이드를 잘 준 덕, 본인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잘한 덕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말투에는 자신감보다 지독한 인정 욕구가 묻어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유능한 리더라고 믿고 싶어 했고, 그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의 성과를 끊임없이 흡수하려고 했다. 이 감정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닌, 함께 일하던 동료들 역시 모두 일관되게 불편함을 느꼈다.


3. 가스라이팅의 생활화

어느 날 퇴근길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정말 이 리더 없이는 못 하는 사람인가?'

그 순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언제나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고, 즐겁게 일하던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에 대한 생각을 하니 그 리더와 대화할 때마다 그 리더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너는 내가 성장시켜 줄 거야, 내가 조금만 더 가이드 주면 최고가 될 거야, 내가 이렇게 코칭해 주니까 네가 이렇게 칭찬받는 거야, 내가 너를 위해 이렇게 해주면 너는 정말 감사해해야 해"라는 발언을 매일 같이 들었다.

나는 원래 배우고, 성장하는 걸 좋아하고 여태껏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왔던 사람인데 이게 어느 순간 '저 리더가 나를 이렇게 만들어줬다'라는 프레임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면 DM이 왔다. "오늘 고마웠어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견 내주셔서. 많이 변하셨네요"라는 디엠이었다. 내 원래 모습은 점점 지워져 가고, 모든 긍정적 변화는 마치 그의 성과인 것처럼 프레임 씌워져 있었다.


4.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다.

팀원과 의견이 맞지 않아 회의실에서 미팅을 하는 자리였다. 본인이 리더인데 본인의 말에 수긍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설득되지 않는 상대방이 답답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펜을 집어던졌다고 들었다. 다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 중에도 쉽게 화를 냈고, 본인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목소리를 높였다.


보통 대학을 갓 졸업한 주니어들이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하는 건 종종 봤는데 리더가 이렇게까지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해 욱하는 모습을 보는 게 생소하고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어디서, 어떻게 일을 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여도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몸소 증명하고 있었다. 본인 스스로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고칠 의지는 전혀 없어 보였다.


5. 사내 정치와 라인 만들기

원온원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정치가 왜 나빠요? 제가 정치 안했으면 이렇게 힘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회사의 규모가 크던, 작던 정치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말한 정치는 내가 알던 정치와 달랐다. 그는 잘 보여야 할 사람에게는 굽실대고, 약한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했다. 그리고 그렇게 굽실대며 얻은 권력을 감정에 따라 휘둘렀다. 그리고 팀 내 본인을 따를 만한 사람들로 라인을 만들었다.


저녁을 먹으며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고, 친목을 다지며 누가 잘하네, 못하네 평가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욕하며 일 못하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그렇게 본인 마음에 들지 않은 약자들을 조직에서 제거하며, 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성과를 가져가 조직에서 점점 굳건해져 갔다. 물론 팀 외부에는 그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조용히 협박했다. 팀원 중 한 명이 이직한다고 하니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ㅇㅇ님이 좋은 회사에 가게 해줄 수는 없어도, 못 가게는 할 수 있어요."


6. 보복성 평가를 한다.

1년 동안 이 팀에서는 총 7명이 퇴사하거나 팀을 이동했다. 휴직을 한 팀원도 있었는데 최상위리더는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썩어가는 조직을 보며 윗선의 눈을 가리고 "건강하다"라고 주장하며 인력을 다시 채워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많은 피해자들은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건 아니라며 그들과의 충돌을 피하고 퇴사를 선택했다. 입사했을때 다짐했던 목표를 이루고 나가자며 꾸역꾸역 견디고 버텨온 나도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는지 어느 날부터 사무실에서 숨 쉬기가 힘들었다. 나는 휴직을 고민하다 "곧 팀을 이동시켜 주겠다"라는 말을 믿고 기다리며 담당 프로젝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그리고 연말 성과 평가 시즌이 왔고, 나의 성과는 이전 리더인 이끼와 썩은 바위가 최종 평가했다. 모든 등급은 최하 등급이었고, 왜곡된 사실만이 가득 적힌, 스팸 편지와도 같은 피드백이 돌아와 있었다. 이 피드백을 최종 승인한 사람 역시 같은 부류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막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당연히 인사팀에 이의 제기했으나,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인사팀이 제대로 동작했다면 이 조직이 이렇게 썩어가는 걸 보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


7. 피해자 코스프레의 달인

퇴사를 하거나, 팀 이동을 원하는 팀원이 생기면 그는 늘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저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 그분이 그렇게 받아들이셨다면 정말 잘 못 받아들이신 거예요...

제가 그분께 들인 시간과 노력이 참.... 저는 정말 그분을 위했는데...." 그러면서 눈물을 흘렸다.

묻지 않아도, 보이는 많은 리더와 동료를 붙잡고 본인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리고 며칠 뒤 커피를 마시며 태연하게 이런 말을 했다.

"저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눈물을 흘릴 수 있어요. 제가 우니까 대표님도 눈시울이 붉어지시더라고요"

그 순간 확신했다. 이 사람은 본인이 한 일, 본인이 한 행동이 진심으로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는구나.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있구나. 평생 달라지긴 어렵겠다.



마무리

한동안은 화가 났다. 그리고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조직을 망가뜨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슬펐다.


나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 와중에 업무를 잘하시는 분들이 이 조직에 계시는 게 아깝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직장 생활하면 이런 유형(소패/사패)이 곳곳에 많다던데 나는 그동안 운이 좋았던 탓인지 한 번도 못 봤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런 유형을 만나 일해 본 동료들은 이들을 마주치면 내가 점점 피폐해진다고 했었는데, 후기대로였다. 실제 그들은 사람을 도구를 이용했고, 쓸모가 다했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의 감정은 신경 쓰지 않고 무참히 버렸다. 그리고 이런 행동들이 문제가 없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내게 한 가지를 분명히 알려줬다.

사람을 도구로 쓰는 리더 아래에서 버티는 건 '성장'이 아니라 '자기 소모'일 뿐이라는 것.

추후 내가 리더로 올라갈때는 이들이 했던 행동 그대로를 모방 하며 올라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위로 올라가더라도 이렇게 더럽게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멈추는 쪽을 선택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일이란 '동료들과 즐겁게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곳에서, 나를 갉아먹어가며 버티는 미련한 짓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그것은 나의 소중한 기회비용을 날리는 일이니까.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잠시 내게 묻었다. 스치는 동안 내게 묻은 오물들을 올 한 해 깨끗이 털어내고

내년부터는 좋은 팀, 좋은 사람들, 좋은 기운들만 채우며 올해 고생한 나를 보상해 줄 것이다.

그리고 훗날, 이 선택이 내 인생에서 가장 나다운, 손꼽히게 멋진 결정이었다는 걸 앞으로의 내 삶으로 증명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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