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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Feb 04. 2022

#1. 조용하고도 시끄러운 새해를 맞이했다

코로나 일기: 2022.2.1(화)~2.2(수)

  2022년 2월 1일, 음력 새해 첫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세상은 하얀 눈으로 소복이 덮여 있었다. 만져 보면 차갑지만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눈. 눈이란 참 신비한 양면성을 지닌 존재다.      

2022.2.1. 새해 첫날 6:00 AM. 우리 집 거실에서 내다본 풍경

  거실 창가에 앉아 한참 눈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 있던 그때, 그 고요함을 깨뜨리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나 감기 증상이 있네.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야겠어.”     


  ‘다시 한번’. 그렇다. 남편은 이미 이틀 전, 그러니까 1월 30일에 검사를 받은 뒤였다. 그때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음성. 그런데 이틀이 지난 오늘, 감기 증상이 생겨 다시 검사를 받기로 했다.

    



  1월 29일 토요일, 남편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직원 중 한 분의 가족(부인과 자녀)이 밀접접촉자로 PCR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그 직원 분도 이날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했다.      


  우리는  직원 분의 가족들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만에 하나’를 대비하자는 심정으로 1월 31일과 2월 1일에 예정되어 있던 양가의 설날 가족 모임들을 취소했다. 시댁 식구들은 1월 31일에 우리 집에서 모이기로 되어 있었는데 큰아빠 집에 못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린 조카들이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아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께 세배하는 동영상을 찍어 보내 드리고 온라인으로 세뱃돈을 받았다. 우리 부부는 양가 부모님들께 역시 온라인으로 설날 용돈을 보내드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명절이 부담스러운 며느리로서는 몸이 편해져 내심 좋은 점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편은 무겁고 아쉬웠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해 내 무의식이 무언가를 느낀 걸까.  




  남편은 1월 28일 금요일에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했다. 그 직원 분과는 같은 건물 내에서 목요일까지 근무를 하긴 했지만 같이 식사를 했다거나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눴다거나 하는 접촉점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1월 29일 토요일에 선제 검사를 받으러 갔으나 이미 오후라 대기자가 너무 많아 검사 마감이 된 상태였다.     


  1월 30일 일요일 아침 일찍 다시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결과는 음성), 당연히 괜찮으려니 생각했다. 잠시 뒤에 그 직원 분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회사에서는 2월 4일까지 전 직원 재택근무를 하고, 2월 5일에 코로나 검사를 받은 뒤 음성 확인이 된 직원만 2월 7일에 출근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평화롭기만 했던 새해 첫날 아침, 감기 증상이 나타난 것이 염려된 남편은(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틀 전에 남편이 추운 곳에서 떨다가 검사를 받아 살짝 감기가 온 것으로 생각했다.) 다시 검사를 받아 보겠다고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나갔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남편에게서 온 문자.     


  ‘여보, 나 신속항원검사 받았는데 희미한 두 줄이라고 PCR 검사도 받아야 한대. 검사 받고 갈게.’     




  ‘희미한 두 줄’이라고? 무슨 임신 테스트 결과도 아니고 희미한 두 줄이라니. 어쨌든 이런 경우는 양성으로 보고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PCR 검사까지 받고 남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왔다.     


  결과는 다음 날 나오지만 이때부터 남편과의 격리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안방 옆에 있는 작은 ‘골방’으로 들어갔고, 안방 안에 있는 화장실을 혼자 사용했다. 식사는 내가 방문 앞에 놓아두면 남편이 가지고 들어가 먹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남편이 설마 양성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금요일에 재택근무까지 했는데... 그 외에 식당이나 다른 곳에 간 적도 없고... 감기도 코로나의 일종이라니까 신속항원검사 때 희미한 두 줄이 나온 걸 거야... 그래, 그런 걸 거야...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 말이다.     


  이제껏 우리 가족은 양쪽 집안 통틀어서 코로나에 확진된 가족이 한 명도 없었다. 밀접 접촉으로 인해 격리를 한 적조차 없다. 걱정이 돼서 선제 검사만 한두 번 받아 본 것이 다였다. 확진자가 폭발하고 사람들이 마스크도 제대로 안 쓴다는 미국에 사는 남동생 가족도 한 번도 격리되거나 확진된 적이 없었다. 남편 직장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코로나를 ‘뉴스’로만 접해 온 터였다. 검사를 받은 다음 날, 2월 2일, 남편이 보건소로부터 이 문자를 받기 전까지는.        


  박 oo 님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 양성입니다(검사 일자: 22.02.01).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랄까. 조용히 ‘집콕’을 하며 우리 가족끼리 조촐한 새해를 맞이하나 싶었는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머릿속은 온통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조용하지만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평화로웠던 우리 집에 선전포고처럼 날아온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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