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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Mar 14. 2022

게으름을 부리다

멈춤이 많았던 시간들

  지난주를 돌아보면 정말 게으름을 많이 부렸던 것 같다. 평소에 꾸준히 하던 것들을 많이 멈추었던 한 주였다. 여유롭던 방학이 끝나고 수업을 시작해서 그래...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해 본다.




  일단 첫 번째로 멈추었던 것은 영양제 먹기였다. 매일 한 움큼씩의 영양제를 잘 챙겨 먹었었는데 지난주에는 한 번인가 밖에 먹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우리 남편과 아들도 안 먹는다는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영양제 먹는 것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각자의 약 종지 그릇에 담아 놓고 채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 밥만 싹 먹고 영양제는 안 먹고 일어나는 일이 왕왕 있어 항상 잔소리를 해야 한다.


  우리 부부가 먹고 있는 영양제는 가장 기본으로 먹는 비타민C를 비롯하여 비타민D, 오메가 3, 유산균 2종류, 마늘환(솔직히 이건 진짜 먹기 싫다.), 프로폴리스, 루테인, 죽염 포도당 등이다. 중학생인 아들에겐 비타민C와 유산균, 면역력을 강화해 주는 영양제 정도만 준다.


  사실 이 수많은 영양제 중의 70퍼센트는 내가 구입한 것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이 사다 주시는 것이다. 당신들 것을 사시면서 우리 가족들 것까지 챙겨 주신다.


  아, 이렇게 쓰다 보니, 김치냉장고에 감금되어 몇 달째 먹어 달라고 울고 있는 흑염소즙도 생각이 난다...어머, 타트체리도 있구나! 윽.




  두 번째로 외면했던 것은 책 읽기이다. 수업을 위한 책들은 당연히 읽었지만(역시 뭐든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웬일인지 나를 위한 책 읽기는 '멈춤'이었다.


  얼마 전까지 한 블로거님이 주최하셨던 21일 독서 챌린지에도 참여하여 열심히 인증을 해 가며 책을 읽었었는데 챌린지가 끝나고서는 맥없이 독서를 멈춘 것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무엇에 홀린 것마냥 잠만 늘고. 


  지난주에 읽으려고 책장에서 골라 놓았던 책은 아이리스 머독의 '바다여, 바다여'라는 책이었다. 민음사의 세계 문학 전집 중의 하나인데 작가도 생소하고 제목도 생소한 책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끌려서 빼놓은 책이다. 그런데 실컷 표지만 감상하고(표지 그림이 특이하다!) 막상 한 장도 들춰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세 번째로 외면했던 것은 브런치 글쓰기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아직 두 달이 채 안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로 매일 글을 썼었다. 심지어 어떤 날은 하루에 두 편씩도 썼었다. 남편과 아들이 코로나에 확진이 되어 정신이 없었던 와중에도 빼놓지 않고  오던 글쓰기였는데... 지난주에는 두 번인가 정도밖에 쓰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일단 글을 쓰려면 내 머릿속, 마음속에 있는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있어야 하는데 지난주에는 그 안테나가 고장이 난 건지 기능이 떨어진 것인지 별로 작동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또한 육체의 피로가 안테나의 기능을 떨어뜨린 거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 본다. 컴퓨터 앞에 앉기보다는 침대나 소파와 친하게 지낸 한 주였으니까 말이다. 이 몹쓸 저질 체력.


  글쓰기를 외면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글감이 되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것 자체가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아, 이런 것으로도 글을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하고.


  이번 주 수요일부터 브런치 작가이기도 하신 신현수 동화작가님의 동화 창작 수업을 듣기로 했다. 3월 16일에 개강을 해서 5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총 10회 20시간 과정의 줌 강좌이다.


  평소 수업을 위해서 동화를 많이 읽다가 동화 쓰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동화를 많이 읽어 보긴 했지만 써 보는 것은 처음이라서 매우 기대가 된다. 동화 창작 수업을 듣는 동안은 적어도 나의 글쓰기가 멈춤이 될 일은 없을 테니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일단 오늘 아침에 영양제 먹기를 재개하였다. 영양제의 특성과 기능에 따라 아침에 먹으면 좋은 것, 오후에 먹으면 좋은 것 등이 있다고 하는데 그러다가는 만날 잊어버릴 것 같아서 그냥 아침에 한꺼번에 다 먹어버린다. 우리 남편과 아들도 나 때문에 덩달아 영양제 먹기를 재개했다. 영양제가 하도 많아서 세 번에 나누어 먹고 나면 배가 부를 정도이다.


  책 읽기는 오늘 필라테스를 다녀온 뒤에 단 몇 장이라도 읽을 것이다. 이렇게 브런치에다가 호언장담을 했으니 꼭 읽어야지. 내 성격 상 이렇게 해 놓으면 누군가와 약속을 한 것 같은 기분에 반드시 지킬 것이다.


  브런치 글쓰기는 이 글을 씀으로써 다시 시작한 셈이다. 그런데 전처럼 매일 쓸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목표치를 좀 낮추어 볼까?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대신 방학 때는 또 매일 쓰는 식으로 말이다. 매일 쓰겠다고 큰소리를 다가 약속을 못 지킬까 봐 이러쿵저러쿵 타협하고 있는 것이 또 우습다.


  그래도 어찌 됐든 나 자신이 기특하다, 기특해. 이렇게 게으름의 늪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해 보려고 몸부림친다는 것 자체가 기특한 일이다. 


  힘을 내 보자!!!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한다는 게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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