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이로스엘 Mar 08. 2022

너무나 힘든 운동 습관 들이기

운동아, 친해지자

  평생 운동에는 관심도 재능도 없던 나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일관되게 제일 싫었던 과목도 체육이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5학년 때인가 6학년 때인가 정확하진 않지만) 100미터 달리기를 무려 23초에 뛰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뛴다고 뛰었는데 결과가 그 모양이었다. 선생님을 비롯해 모두를 놀라게 한 대기록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달리기는 남녀 통틀어 반에서 늘 꼴찌 아니면 꼴찌 근처를 맴돌았다.


  단거리뿐만이 아니었다. 지구력도 부족해서 오래달리기도 거의 항상 맨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사실 오래달리기는 달린 게 아니고 너무 힘들어 반 이상은 걸었다. 제대로 뛰지도 않고 반 이상은 걸었는데도 양심도 없이 내 심장은 전력 질주를 한 사람처럼 터질 듯이 아프고 목구멍에서는 쇳내음 같은 피맛이 느껴졌었다.     




  이렇게 체육 혹은 운동에 전혀 재능도 없었고 흥미도 없었다. 우리 부모님도 운동이나 운동신경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기 때문에 나는 그냥 유전인가 보다 하고 체념하기도 했다.      


  학교에 다닐 당시 제일 신기했던 게 쉬는 시간마다 나가서 공을 차며 놀았던 남자아이들이었다. 그 짧은 쉬는 시간에 굳이 저렇게 땀 흘리며 힘들게 뛰어다녀야 할까? 싶었다(아들 엄마가 된 지금은 물론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 내가 이제 중년이 되어 건강 때문에 운동에 관심이 생겼다. 나 스스로도 필요를 느꼈고, 주변에서도 끊임없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랐다. 계속 이렇게 살면 큰일 난다면서. 그 후로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을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조깅을 하자니 걷는 것도 싫어하는 내가 하기에는 분명히 하루 만에 포기할 것이 뻔했다. 운동 왕초보에게는 걷기가 제일 만만하긴 할 텐데 걷기는 날씨와 미세먼지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온갖 핑계로 빼먹는 날이 많을 것 같았다.      


  헬스 같은 것은 혼자 아무것도 모르고 하면 이도 저도 아닐 것 같고, 그렇다고 트레이너와 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러웠다.      


  우리 시어머님께서는 요가를 추천해 주셨었는데 물구나무를 서거나(어차피 이 동작은 내겐 불가능하지만) 몸을 뒤집어 구부리는 동작들이 많을 것 같아 포기했다. 왜냐하면 몇 년 전에 이석증이 한 번 온 뒤로 가끔 어지러울 때가 있어서 몸을 뒤집다가 이석증이 재발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운동이 필라테스였다. 작년 가을에 큰맘 먹고 100회 분 1년 수강권을 끊어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씩 운동을 해 왔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이 뻐근하고 아팠다. 그런데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몇 달 동안 꼬박꼬박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어느 정도 습관이 들려고 하던 찰나... 마침 설날 연휴로 인해 필라테스 수업도 쉬고 있던 그때 남편과 아들이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고 그 덕분에(?!) 나는 격리를 하느라 몇 주 동안 운동을 쉬게 되었다.      


  누군가는 그런다. 자기는 운동을 하다가 안 하면 몸이 근질거리고 너무 답답하다고. 그래서 운동을 안 하면 못 배긴다고 말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나는 2월 한 달을 집에 콕 박혀 지냈는데도 전혀 그런 증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나름 그 전에 몇 달 동안 필라테스를 꾸준히 했지만 내 몸은 운동을 전혀 안 하고도 아무런 답답함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정당한(?) 사유로 운동을 못한 것이니 괜찮아...라는 생각에 마음도 편했다.       



  

  그렇게 안락한 생활에 빠져 있다가 1년 수강권 때문에(역시 돈을 투자해야 억지로라도 할 의지가 생기는 모양이다.) 어제 다시 운동을 재개했다.


  한 달을 아무것도 안 하고 룰루랄라 쉬었던 나의 몸은 몇 달간 운동했던 것을 홀랑 까먹었는지 운동을 마치고 나자 또다시 근육통을 선사했다. 지금도 웃으면 배가 좀 아프고 걸을 때마다 허벅지 뒷부분이 뻐근하다. 아마 처음에 그랬듯 몇 번 더 운동을 해야 이 근육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운동 재개만으로도 힘든데 내가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한국어 수업도 시작한 날이라 너무 피곤한 나머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쉬었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내내 침대와 한몸이 되어 붙어 있다가 10시도 안 되어 일찍 잠들었다. 역시 나는 저질 체력이다.      


  나도 운동이 습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처럼 운동을 안 하면 못 배기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러한 나의 열망과는 다르게 모레 또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것이 벌써부터 귀찮다. 가기 전에는 이렇게 귀찮아 하다가도 막상 가면 또 누구보다 열심히 동작을 따라 하려고 애쓴다. 땀을 흘리면서 큰 만족감도 느낀다. 하지만 그다음 수업에 가기 전까지 또다시 엄청난 귀찮음에 빠지는 것이다.

     


 

  아, 이제 운동 없이는 제대로 살 수 없는 나이가 되었는데...


  운동아, 친해지자, 제발... 나도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재미있게 즐기며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는 거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