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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Jan 26. 2022

중학생인데 스마트폰이 없다고요?

우리 집 중딩이 아들 이야기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우리 아들은 스마트폰이 없다. 전화기는 폴더폰을 사용하고(사용자가 없다 보니 요즘엔 오히려 폴더폰이 귀해져 어떤 건 저가 스마트폰보다 비싸졌다고 한다.), 노트북과 아이패드로 스마트폰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엄마, 나 학교 사회 시간에 스마트폰 가져오래. 검색해야 한다고.”     


  이렇게 학교에서 정식으로 스마트폰을 가져오라고 하는 날은, 집에 있는 공기계를 주고 사용하게 한다. 선생님께서 아이패드는 분실되면 안 되니 가져오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에 쓰다 안 쓰는 스마트폰 공기계를 들려 보낸다. 부모 명의로 된 유심칩을 하나 만들어 끼워 보내면 부모가 이용하고 있는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통화나 일체 다른 기능은 쓸 수 없고 데이터 이용만 가능).     

 

  사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정말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간단히 해결될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아직까지 아들에게 스마트폰을 사 주지 않고 있다.        


  ‘버틸 때까지는 버텨 보자’는 각오로 지내고 있는데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일단 아이에게는 대학교 입학을 할 때 스마트폰을 사 주기로 이야기를 해 둔 상태다. 이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하면 "그게 가능해?"라는 반응이 대다수이다. 어쨌든 이를 위해 아들에게 두 가지 ‘보상 조건’을 제시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 스마트폰을 사 줄 때는 가격이 얼마든 간에 무조건 아이가 원하는 최신형의 스마트폰을 사 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안 사 주는 대신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크리스마스는 물론 ‘어린이날’ 선물까지 살뜰히 챙겨 주기로 했다.


  하지만 꼭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분야나 취미가 생기면 그때마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가능한 지원해 주고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은 스마트폰이 없어도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특히 아빠가 틈날 때마다 몸으로 놀아주며 아들이 좋아하는 활동들을 함께 하려고 애를 썼다(그래서 중학생이 된 지금도 아빠와 아들은 함께 집에서 스펀지 총 싸움도 하고, 피트니트 센터에 가서 운동도 한다.).

주말 저녁, 아빠와 스펀지 총 싸움을 하는 모습


  스마트폰 구입을 최대한 늦추려고 하는 부모에게 있어 제일 먼저 위기가 시작되는 곳은 다름 아닌 초등학교이다. 많은 부모들이 가장 마음이 약해지는 건 아이가 이 말을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엄마, 우리 반에서 나만 스마트폰이 없어. 다른 친구들은 다 가지고 다녀. 나도 사 줘.”     


  이 말을 들으면 부모는 마음이 약해지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어린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가뜩이나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지기 때문에 단박에 이런 불안감에 휩싸이고 만다.     


  ‘우리 애만 스마트폰 없다고 무시당하면 어떡하지?’

  ‘친구들하고 약속도 못 잡아서 외톨이 되는 거 아니야?’     


  나도 만약 어린 아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면 분명 위와 같은 생각들을 하며 고민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을 때 깊은 고민을 하다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신중하게 알아보고 교육 방침이 마음에 들었던 한 기독교 대안학교(기숙형 학교가 아닌 매일 통학해야 하는 곳)에 아이를 입학시켰는데, 학교가 남양주에 있어 근처로 이사까지 감행했다.      


  이 학교의 규칙 중의 하나가 초등학생들의 ‘휴대폰 사용 금지’였다. 대신 ‘키즈폰’ 정도는 사용이 가능했다. 지금은 어떤 기능이 추가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 키즈폰은 스피커폰으로만 통화가 가능하고 제약이 많아 그야말로 최소한으로밖에 사용이 불가능했다.     


  몇 년 전에 인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이 학교에서 졸업은 못하고(참고로 이 학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 과정이 다 있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만 다녔다. 이 학교에 다니는 4년 동안은 휴대폰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반 친구들 모두가 휴대폰이 없으니 사 달라고 조를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위기는 이사를 오고 난 후에 느꼈다. 5학년 시작할 때 근처에 있는 일반 공립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는데 고학년이라 그런지 휴대폰, 즉 스마트폰이 없는 친구가 반에 우리 아들 말고는 한 명 정도인가밖에 없었다. 아이는 지금껏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대한 흥미가 크지는 않아 사 달라고 조르지는 않았다. 학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담임선생님과 학부모 상담을 했는데 선생님께 이런 상황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공립학교가 처음이라 여러모로 모르는 게 많은 때였다.    


  “선생님, 저희 아이는 아직 스마트폰이 없는데요, 혹시 그것 때문에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있을까요?”     

 

  선생님께서는 반 아이들의 단톡방은 만들지 않을 것이고, 학교에서도 스마트폰이 없어서 불편한 일은 없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걱정과 달리 그 어떤 친구도 우리 아들이 스마트폰이 없다고 무시하거나 따돌리지 않았다(아이들은 휴대폰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서로 만날 일이 있으면 문자나 전화로 연락하며 친구들과 잘 지내고 전학 온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2학기 때는 반장으로까지 선출이 되었다.     


  그렇게 5학년을 무사히 보내고 6학년이 되었다. 6학년 담임선생님께도 상담 때 똑같이 염려되는 부분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6학년 때는 학부모 단톡방 외에도 아이들 단톡방이 만들어지기는 했는데, 그야말로 공지사항 안내용 정도였다. 그래도 아들은 자기도 반 아이들이 있는 단톡방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집에 있던 아이패드에 카톡앱을 설치해 아이가 공지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스마트폰이 없어도 큰 문제 없이 6학년까지 마치고 무사히 초등학교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대망의 중학교 입학.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들께서 부모에게 일일이 모든 내용을 전달을 해 주셨으나 중학교부터는 선생님께서 직접 아이들과 소통하시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그룹으로 수행평가를 많이 하기 때문에 아이들끼리도 긴밀하고 신속하며 효율적인 연락이 필요해졌다. 스마트폰 구입을 최대한 미루려는 우리 같은 부모에게는 심각한 2차 위기가 찾아오게 된 것이다.     


  이 위기를 잘 넘기기 위해서는 아이의 불편도 최소화하고 마음도 달래줄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아들에게 중학교 입학 선물로 기존의 낡은 노트북 대신 새 노트북을 선물해 주었다. 더 성능 좋은 새 아이패드도 사 주었다. 6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패드에 카톡앱설치하고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소통이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했다.


  아이패드는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휴대가 힘들어서 집 안에서만 사용을 하게 된다(집 안에서도 늘상 끼고 다니긴 힘들다. 작아서 휴대가 용이한 스마트폰과 대비되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해 주면 필요할 때만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화면이 크니까 눈에도 덜 무리가 간다.     


  “혹시 너희 반에 스마트폰 없는 친구는 없니?”

  “응, 한 명도 없어.”    

 

  초등학교 때는 그래도 반에 한두 명 정도는 있었는데 중학교에 가니 한 명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엄마, 나도 스마트폰 사 주면 안 돼?공기계는 인터넷이 좀 느린데.”     


   드디어 아들 입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 정말 스마트폰이 필요한 것 같아? 네가 정말 그렇다면... 진짜 필요하다면 사 줄게.”     

 

  진심을 숨기고 벌렁거리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을 때 돌아온 대답.     

  

  “음... 아니야. 꼭 필요한 건 아니긴 해.”     


  아들도 내심 친구들처럼 스마트폰이 갖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찌 안 그렇겠나. 그 마음을 내비치긴 했지만 기특하게도 심하게 조르지는 않았다. 이미 어려서부터 스마트폰 없이 오랜 기간 생활해 왔기에 이 생활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 스마트폰이 없다고 해서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에 아주 큰 불편함은 없었으니 갖고 싶긴 하지만 참을 만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부모의 염려와 달리(단 염려하는 걸 아이가 눈치채게 하면 안 된다.) 아들은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아무 문제없이 친구들과 잘 소통하고 만나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반 친구들 그 누구도 우리 아들에게 스마트폰이 없다고 뭐라 하지 않는다.      


  “엄마, 나 중학교가 초등학교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아!”     


  전화로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을 때도 아들이 공부도 너무 열심히 잘하고, 모든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낸다고 칭찬을 많이 해 주셔서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른다.    

  


  아들은 중학교를 졸업하면 자사고에 입학할 계획을 세우고 현재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아들이 지원하려고 하는 학교 또한 휴대폰 사용을 교칙으로 금지하고 있다(기숙학교인데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반입을 금지한다. 노트북은 반입이 가능하지만 이것도 사용 제약이 있다.). 그런데 만약 이 자사고에 입학을 하지 못하고 일반 공립고등학교에 가게 되더라도 우리 부부는 스마트폰 구입에 대한 기본 원칙(대학교에 입학하면 사 주겠다는)을 최대한 지켜볼 생각이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면 그때는 어느 정도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고 믿기에 아이가 공립고등학교에 진학 시, 진정으로 필요해서 사 달라고 한다면 사 주려고 한다.     

 


  부모들이 스마트폰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몇 차례 찾아오는 위기를 지레 겁먹지 말고 잘 넘길 수 있는 용기와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어찌 보면 부모의 지나친 염려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혹시라도 무시당할까 봐, 따돌림을 당할까 봐 무조건 스마트폰을 사 주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 전에 내 아이를 믿고(또한 아이의 친구들과 선생님을 믿고) 부딪쳐 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부딪쳐 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융통성 있게 방법을 강구해 나가면 되니까 말이다(적절한 보상이나 절충, 스마트폰의 유해성에 대한 설득, 공기계 이용, 태블릿PC 제한적 사용 등).    

 

  우리 아들의 경우를 보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1을 마친 지금까지 스마트폰이 없다고 해서 (다소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학교 생활이나 교우 관계에 문제가 생긴 적은 한 번도 없다. 중학교부터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초등학교 때까지는 부모가 아이를 세심히 살펴주고 선생님들께도 미리 잘 말씀드리면 스마트폰 때문에 크게 곤란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최대한 늦게 주고 싶은 부모라면 소신대로 밀고 나가 보길 바란다.



  스마트폰이 없어서 좋은 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일단 확실히 시간 절약이 많이 되고, 온갖 유해한 영상물로부터 100%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아이를 보호할 수 있다(현재 아들의 아이패드도 10시 이후엔 잠기게 설정되어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PC도 반드시 사용 제한과 규칙이 필요하다.).      


  남자아이들의 경우에는 확실히 게임 의존도가 낮아진다. 우리 아들도 게임을 좋아하는 보통 남자아이인데 주말에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만 게임을 한다. 대신 아들 친구들이 모처럼 집에 놀러 와서 같이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면 그 날만큼은 자유롭게 하게 해 준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시간에 다른 여러 활동들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갈수록 비슷한 성향의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는데 스마트폰 사용이 적은 남자아이들은 확실히 운동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빈도가 높은 것 같다.      


  또 우리 아들은 큐브에 재미를 붙여 거의 큐브 박사가 되었다. 그 많은 큐브 공식들을 스스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외우고 익혔다. 반 친구들이 쉬는 시간마다 아들에게 와서 큐브를 배웠다고 한다.      


아들이 사 모으고 있는 큐브들. 이것 말고도 더 많다.


  또한 생물학자가 꿈이어서 집에 어항을 두 개나 놓고 물고기들을 기르는 중이다. 어항 청소며 먹이 주기 등 모든 책임은 100% 아들에게 있다.      


아들 방에 있는 두 개의 어항. 맨 위에는 철갑상어인데 곧 한 마리를 더 들이고 밑에 있는 어항은 큰 것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독서도 매일 정해진 시간 동안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담임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최재천 교수의 <과학자의 서재>라는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자신의 꿈을 더 확실히 다지고 있는 중이다. 남편도 이 책을 읽는 중이고, 나도 곧 읽어 볼 생각이다.     


처음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아들이 이건 꼭 소장해야 한다며 사 달라고 해 산 책이다.



  스마트폰과의 전쟁은 생각보다 무척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힘들다고 시작도 해 보기 전에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썼다.      


  물론 나도 완전히 이 전쟁을 끝낸 것은 아니다. 이제 중학교 2학년. 크고 작은 유혹과 위기의 순간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을 테니까. 그래도 또 그 상황에 부딪치다 보면 아이를 위해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의 방법들을 찾게 되지 않을까.


  부모로서 마음을 굳게 먹고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며 닥쳐올 어려움들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려고 한다.

가파르게 디지털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무조건 역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그 흐름에 중심 없이 휩쓸려 떠내려 가는 건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인지적으로 정서적으로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어린 자녀들이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몸과 마음이 상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부모는 물론 학교, 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들이 쓰고 있는 폴더폰. 이 폴더폰을 볼 때마다 왠지 짠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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