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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쏭 Jun 07. 2024

굿바이.. 도깨비...

F-4 팬텀(Phantom) 마지막 비행을 함께하며...

작별…

Farewell...


굿바이.. 도깨비…

Goodbye.. Phantom…

.

..

난 도깨비를 탔다.

정확히 말하면 도깨비 등 뒤에서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다.  하늘에서 도깨비와 함께 한 시간이 9년 6개월~


중등 훈련을 다 마치지 못하고 팬텀 대대로 전출을 왔다.

그땐 훈련을 다 마치치 못한 내 스스로에 대한 무기력감과 꿈을 잃은 상실감이 마음속 가득했었다.

그래도 비행은 어떻게든 하고 싶어 지원한 팬텀 후방석~


소위 계급장을 달고 전입온 난 한동안 수원 기지인 10전투비행단 장교 식당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일반적으로 전투비행단에는 고등훈련과 CRT 등 비행훈련을 모두 수료한 조종사들이 배치되며 그 기간이 대략 2년여 시간이 흐르기에 훈련을 받는 동안 소위에서 중위로 진급한다.)


그 시절의 선택은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꿔주는 계기가 되었다.

131 비행대대 배치 되었을 때 대대장님을 비롯해 대대 모든 선배님들이 반겨주고 언제나 부족한 나를 지근에서 챙겨주셨다.


그 때문에 낯설었던 나의 비행대대 생활은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그 시절  힘들었던 나의 마음은 차차 정리되기 시작했다.


비행대대에서 생활하는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다!

아니 정말 정신없이 신나게 살았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선배들과 때론 후배들과 항상 함께하는(팬텀은 복좌 항공기) 비행도 정말 신났고, 더욱이 팬텀 비행대대만의 북적북적하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선배, 후배들과의 대대 생활도 너무나 행복했다.(지금 되돌아보면 그 시절엔 걱정 근심 없이 살았다.)


다시 오늘~

20대의 젊은 시절의 소중한 인연이, 20년 후 청춘과 정열을 불태웠던 수원기지에 다시 모였다.


비행단 정문을 통과해 행사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굴다리를 보는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20년 전 항상 BOQ를 가기 위해 지나던 눈에 익은 그 길이다. 내가 결혼 전까지 살았던 BOQ도 그대로다.


식장 입장부터 본행사 진행까지 공군애서 정말 멋지고 체계적으로 잘 준비했다.


행사 하나하나가 정성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팬텀을 몰고 오신 원로 선배님의 축사는 감동적이었고, 팬텀과 함께 영공수호를 하다 순직한 조종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셨던 공군참모총장님의 기념사는 숙연함과 함께 그 감동을 더 했다.


마지막 임무 명령을 받고 출격한 2대의 팬텀은 천지를 울리는 특유의 엄청난 굉음과 함께 내 눈앞에서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했다.


임무를 마치고 모기지인 우리가 있는 수원으로 RTB 한 팬텀의 활주로 상공 접근은 그 어느 전투기보다 위풍당당했다.


마지막 착륙 후 속도 처리를 위해 펼쳐지는 디-슛(Drag-chute)은 내 인생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기에 마음속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오길 정말 잘했다!!

아니 전역해서 이젠 민간인이 되어버린 나를 잊지 않고 초청해 준 대한민국 공군에 너무 감사했다.


내 인생을 바꿔주고~

그리고 나와 수많은 소중한 인연들을 맺어준~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게 해준 나의 사랑 F-4 팬텀!!


고맙다!!

영원히 너를 잊지 못할 거야!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젠 편안히 영면하길…


안녕..

굿바이.. 내 소중했던 친구여…


ref. 도깨비방망이

; 도깨비가 가지고 다닌다는 방망이. 이것을 휘두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 난 교관무기통제사(IWSO)인 후방석 조종사였기에 도깨비를 조종하는 조종사 뒤에서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음.^^


ref. RTB(Return To Base)

; 임무를 마치고 기지로 귀환을 의미하는 약어.


ref. 디-슛(Drag-chute)

; 착륙 후 제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낙하산 모양의 장치

; 대한민국 공군에서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해당 장비를 사용하는 항공기는 F-4 팬텀이 유일


ref. BOQ (Bachelor Officer Quarters)

; 독신자 장교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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