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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쏭 3시간전

'첫'으로 시작하는 설렘

우리는 첫(first)~ 멤버스(Members)~^^

우리는 첫(first)~

멤버스(Members)~^^


'첫'으로 시작하는 말에는 설렘이 있다.

첫 번째~ 첫눈~ 첫사랑~ 첫 만남~


그리고 첫 비행~


2박 3일 국내선 비행 중 두 번째 날, 4개의 비행레그를 마치고 제주 호텔로 복귀하기 위해 램프지역을 빠져나가는 크루버스를 탔다.


“모두들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산-제주-광주-제주의 연속 국내선 비행을 함께 해준 크루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기장님~”


사무장의 일상적인 인사와 함께 뒤에 말이 이어졌다.


“기장님~ 저 혹시 기억하세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난 가물가물한 이전 비행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아…어… 이전 비행 기억이 살짝 있긴 한데, 우리가 언제 비행을 했을까요?”


상냥하고 워낙 인상이 좋은 사무장이라 살짝 기억이 날 법도 한데, 특별한 기억이 나질 않는다~(사실 비행을 같이 한 크루들을 기억하려면 아니, 기억에 남으려면, 레이오버를 같이해서 투어 같은 단체 이동을 하거나, 식사 정도를 해야 기억에 남는 경우인데, 아니면 차라리 비행 중 업무로 불편하게 부딪친 이러한 경우이지만, 모두 아니었기에 더더욱 기억이 나질 않았다.ㅜㅜ)


사무장이 웃으며 이야기한다.

”오래전에 비행이라 아마 기억이 안 나실 거예요~“

”2018년이에요~^^“


2018년이면, 음~벌써 6년이 다 되어간다.

기억이 안 날 법도 하다고 나 스스로 위안을 해보며,

”아~ 제가 30대 후반~ 시간이 제법 많이 흘렀네요”라며 얼버무렸다.


“기장님이랑 비행이 제가 사무장으로 근무 한 [첫 비행]이었어요~” 라며, 핸드폰을 뒤적이며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사진을 살펴보니, 내가 부기장시절, 사무장의 첫 듀티를 축하하며 기념 케이크(객실 승무원들이 준비한)와 함께 앞 겔리에서 웃으며 기념으로 찍었던 사진이었다.


드디어 기억이 났다. 기타큐슈 퀵턴 비행이었고, 날씨가 안 좋아 공중에서 30분 가까이 체공하며 기다리다 가까스로 기상이 좋아져 내렸던 비행이었다. 인천에 돌아와서 퇴근하며 서로 고생했다며 경려하고 마지막으로 사무장 첫 비행을 축하했었다.


이어 옆에 있던 부기장도 이어서

”기장님! 저도 기장님하고 [첫 비행]이 제가 부기장 훈련 평가마지막 체크 비행 때 세이프티로 뒷방(Jump seat)에 기장님께서 타셔서 평가관님 알게 모르게 뒤에서 많이 도와주셨던 비행이었어요! 지금도 감사해요 “


나에겐 이건 더 오래된 기억이라 가물가물한 비행이었지만, 바로 기억이 났다.


그때~ 버스 뒤쪽에 앉아있던 막내 승무원이 이에 질세라 큰소리로 외쳤다.

”기장님! 저는 오늘 비행이 [첫 비행] 이예요!! “


이 친구는 신입 승무원으로 입사 후 훈련을 마치고 정식 승무원으로 첫 비행이었던 것이다.

”와~ [첫 비행] 축하드려요!! “


이런 인연이 너무 신기하고,

무엇보다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에 남았다는 사실에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다.


”저희 모두 [첫 비행]으로 인연인데, 사진 한 장 같이 찍어서 기념으로 남길까요? “


누가 시키기나 한 듯 이구동성으로

”네~~~~~~“

”하나, 둘, 셋 “

‘찰칵~~’


이 사진도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아 몇 년 뒤에 다시 행복한 마음으로 꺼내 보며 인생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기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s. 위 사진은 SNS 게시 허락을 사진 속 모든 분들께 받았습니다. ^^


ref. 뒷방(Jump Seat)

; 조종실애 위치하는 의자로서, 항공기 조종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 앉는 의자. 대부분은 아직 자격을 갖추지 못한 조종훈련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비행시 자격을 갖춘 다른 조종사가 Safety Pilot으로 탑승하며, 때로는 다른 공항으로 이동하는 승무원, 국토부 점검관 또는 항공사 직원들이 관 숙을 위해 해당 의자에 탑승하기도 함.

; 의자의 위치가 조종석보다 뒤쪽에 위치하고 있기에,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애칭으로 뒷방이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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