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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May 13. 2022

오늘의 사치_커피 한잔

부럽지가 않아 

커피 한잔을 대략 5000원으로 잡고, 일주일에 두 잔이면 만원, 한 달이면 4만 원. 

커피 안 마신다고 뭐 어떻게 되겠어? 나에게는 4만 원이 더 중요한데? 

남의 돈으로 생활을 이어간 지 3년째, 물론 남이라곤 할 수 없는 남의 편의 돈이지만 여전히 내 돈처럼 쓰지 못한다. 회사생활하던 때의 씀씀이는 쪼그라든 지 오래이고, 환경보호로 합리화시켜가며 옷을 사지 않은지도 오래다. 회사를 다닐 때도 사치를 하지는 않았지만 한 두 달 소비를 줄이면 어김없이 다음 달에 지름신이 내려와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 커피 한잔 사 마시는 것도 우리 집 벌이에 과소비라는 생각에 고민만 백만 번쯤 한다. 

누군가는 하루 커피 한잔 값을 아껴 그 돈을 투자해서 복리로 굴려 굴려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하루 커피 한잔 자신에게 쓰는 걸 아까워하지 말라며, 그만큼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이며 그 시간으로 인해 더 나은 자신이 될 거라고도 말했다. 머리는 전자를 따르고 싶어 하지만 마음은 후자에게 끌린다. 

친구들과의 단체 카톡방에서 친구 한 명이 사고 싶은 옷을 보내왔다. 사진도 같이 보내주길래 예브다고 너에게 잘 어울리겠다며 호응의 대답도 날려준 후 조심스레 가격을 검색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순간 머릿속에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가 켜졌다.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그 노랫말은 틀렸다. 나는 그 순간 친구가 엄청 부러웠다. 비싼 옷을 사는 게 부러운 것이 아니다. 스스로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자신을 위해서 그런 옷을 살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물론 친구에게도 비싼 가격은 부담이었는지 심사숙고하는 중이라 했다. 그래서 나도 오늘만큼은 나에게 맞는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바로 커피 한잔. 

그리고 그 맛은 정말 끝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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