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임신하면 임산부가 결정할 수 있는 출산의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자연분만. 두 번째, 제왕절개. 물론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자의로 두 번째를 택하는 경우도 있고, 의사의 만류에도 첫 번째를 선택하기도 한다. 자연분만을 선택한 산모들은 인터넷 카페를 들락날락하다 보면 아래와 같은 단어를 만나게 된다. 바로 "자연주의 출산".
1. 자연주의 출산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자연주의 출산이란, 출산을 도와주는 인위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출산을 말한다. 여기서 인위적인 개입이란 촉진제, 무통주사 등이다.
첫아이를 가지고 나니 임신, 출산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아픈 건 너무 싫다! 그렇다고 배를 째는 건 더 싫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출산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글밖에 더 있겠나 싶어 출산에 관련된 책을 주야장천 읽었다. 그러다 발견한 ' 황홀한 출산'.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욕밖에 안 나온다는 수많은 출산 후기들 그 어디에도 황홀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가 없는데, 출산이 황홀하다고요? 어서 책의 도입부를 살펴보자.
출산은 육체적, 감정적, 영적으로 큰 만족감과 감동을 주는 경험이다. 본래 여성의 몸은 임신기엔 잃어버렸던 직관과 지혜와 다시 연결되도록, 그리고 출산 시엔 진통을 넘어선 황홀경 속에서 아기를 맞이하도록 만들어졌다.
이 글귀를 읽고 나서, 자연주의 출산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성의 몸이란 것은 본디 출산을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나는 최대한 아프지 않게 출산하고 싶었다. 웃으면서 내 아이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출산의 고통, 총상보다도 더 아프다는 고통 말고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최고의 상황에서 출산해 보기로 결심했다.
2. 자연주의 출산은 어디서 할 수 있나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할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흔히 자연주의 출산이라고 하면 의료적인 개입이 들어가지 않기에, 조산원이나 집에서 출산하는 방식을 떠올리곤 하는데, 나는 그곳에서의 출산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저 혼자만의 견해입니다). 여자에게서 출산만큼 위험한 행위는 없다. 예전에는 출산 후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 나 역시도 출산 후 수혈 직전의 수준까지 출혈이 있었다. 하여 언제든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있는 곳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유명 연예인들이 간혹 방송에서 수중 분만한 경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중분만도 자연주의 출산의 방법 중 하나이지만, 출산 시 이물질로 인하여 산모, 태아에 감염 위험이 있어 일반적인 자연주의 출산보다 위험의 부담이 있다.
결정은 오롯이 부부가 상의하고 고민하여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내가 아이를 낳을 때만 하더라도,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병원도 많지 않았고 정보도 많지 않았으나, 요즘에는 대형병원에서도 자연주의 출산이 가능한 곳들이 꽤나 있다. 그만큼 산모들에게도 주어진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으니 모든 산모들이 깊게 생각하고 좋은 결정을 하길 바란다.
3. 자연주의 출산을 위해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
내가 선택한 병원에서는 출산 전에 부부가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할애해서 자연주의 출산에 관한 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다. 자연주의 출산에 관한 정의부터 부모가 출산 전에 준비하여야 할 것들을 미리 알려주는 좋은 시간이다 (특히, 회음부 절제를 하지 않고 출산을 하기에, 회음부 마사지가 중요한데 그에 대한 것도 배울 수 있다 ). 위에 언급한 '황홀한 출산' 책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자연주의 출산에서 중요한 것은 둘라이다. 둘라는 출산을 할 때 옆에서 모든 것을 도와주시는 분이다. 진통시간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고 긴 싸움이다. 그 시간 내내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옆에 계속 계셔 주지 않는다. 둘라는 줄곧 옆을 지키며 마사지, 자세 바꾸기 등 정서적 물리적으로 도움을 준다. 사실 최고의 둘라는 남편이라고도 한다.
출산 시에 필요한 것은 옥시토신인데,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남편이 최고의 둘라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진통하는 아내 옆에서 사랑의 호르몬이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 둘라로 출산을 경험해본 나는, 그냥 전문 둘라 님을 두는 걸 추천한다. 전문가가 계신 것은 다 이유가 있다(자세한 사연은 뒤에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다, 기대하시라).
보통 우리는 임신을 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출산과 관련된 정보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출산 가방같이 출산 후 필요한 물품들에 대한 설명만 인터넷에 가득할 뿐, 출산을 할 때 산모의 몸의 상태변화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공포와 두려움만 가득한 출산 후기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고 만난 아이는 너무 사랑스럽더라 정도일까. 출산은 모두에게 있어서 정말 위대하고 가치 있는 일이기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