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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Oct 03. 2021

자연주의 출산? 자연분만? 다른 건가요? _2부


4. 내가 경험한 자연주의 출산


수많은 세월 동안 인류는 많은 것들을 만들어내고 해결하고 엄청난 발전을 해왔다. 이쯤에서 난 궁금했다. 출산의 고통은 왜 그대로인가. 상상은 해보았나 공장 같은 병원 대기실, "몇 번 산모님 들어오세요" 하면 쪼르르 들어가 얼굴도 몇 번 못 뵌 의사 선생님 퇴근 시간을 지켜드리기 위해 있는 힘없는 힘 쥐어짜 내며 아이를 낳는 내 모습을.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니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처음 자연주의 출산을 위해 찾았던 병원에서, 원장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보통 이곳에서 출생하는 아이들은 밤이나, 새벽에 나와요. 아이들이 조용하고 아늑하고 캄캄한 그 시간대를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결정했다. 이곳에서 낳아야겠다고, 아이를 가지는 건 내 의지였지만 태어나는 것만큼은 네가 원하는 시간에 준비가 다 되었을 때 이 험난한 세상에 나오기를 바랐다. 


예정일을 일주일 앞두고 양수가 터졌다. 보통 양수가 터지면 24시간 내에 출산을 하여야, 태아에게 위험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 자연주의 출산은 진행을 도와주는 촉진제도 맞지 않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촉진제를 투여한다. 촉진제는 옥시토신이다. 보통은 자연적으로 몸에서 발생하여 자궁을 수축시켜 진통을 유발하지만, 임의적으로 옥시토신을 체내에 주입하여 진통과 분만을 유도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촉진제는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자연 진통이 시작되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새벽 2시에 진통은 시작되었고 나는 그날 밤 9시에 아이를 낳았다. 19시간의 진통이었다 (정녕 엄마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통이 진행되는 동안에 조산사님께서 나를 케어해주신다. 진통이 덜 느껴지는 자세로 바꾸기도 하고, 짐볼 위에서 고통을 완화시키기도 한다. 조산사님 말에 따르면 산모마다 편안함을 느끼는 자세가 다르기에, 각자 아이를 출산하는 방식도 다르다고 하셨다. 앉아서 낳는 경우, 누워서 낳는 경우, 쭈그리고 앉아서 낳는 경우. 그리고 고통이 하이라이트에 다다랐을 때쯤, 욕조에 들어가서 아픔을 최소화시키기도 했다 (이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자연주의 출산이 아니었으면 아마 온전히 출산 침대에 누워 진통을 감내했을 것이다. 


조산사님의 말에 따르면, 그 달 병원에 온 산모 중에서 내가 고통을 잘 참는  세 손가락 안에 들 거라고 하셨다. 19시간을 진통했지만 사실 소리를 거의 지르지 않았다. 입을 악다물고 버텼다. 견뎌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다. 고통을 참느라 내 몸 안의 근육들이 경직되어 있어서 아이가 그 길을 내려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라마즈 호흡법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해진 호흡을 통해 긴장을 이완시키고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훌륭한 호흡법이다. 내 인생에 둘째는 없지만 꿈에서라도 낳게 된다면 누구보다 더 열심히 연습할 것이다. 앞서 얘기했던 둘라 역할을 가장한 남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내 고통을 나눠갖지도, 그렇다고 사랑의 호르몬이 나오게 해주지도 않았다 (물론 열정 가득한 훌륭한 남편 둘라도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전문 둘라를 강력히 추천한다). 19시간의 진통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나와 조산사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모두 하나가 되어 아이를 세상 밖으로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냈다. 딱딱한 출산 의자가 아닌, 하루 종일 진통한 이제는 집 같은 침대 위에서 달이 해보다 빛나는 시간에 아이는 조용히 태어났다. 


5. 자연주의 출산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친한 친구 녀석이 둘째를 가졌고 나에게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물어봤다. 친구는 첫째를 낳았을 때의 경험이 너무 끔찍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두 번 다시 그런 출산은 하고 싶지 않다고, 산모와 아이를 위한 출산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친구에게 자연주의 출산 추천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결정은 본인의 몫이다. 백 번이 모자라다면 천 번을 고민해도 될 만큼 중요한 일이다.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남이 결정해 줄 수는 없다. 내가 확실하게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출산이어야 한다는 거다. 내 아이와 만나는 순간에 엄마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은 황홀한 일은 없을 것이다. 자연주의 출산은 그런 경험을 하게 도와준다.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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