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2022년은 2015년 양띠 아이들이 처음으로 학교를 가는 해이다. 그리고 내 아이도 2015년 청양 띠에 태어났다. 7년 전이지만 어제처럼 그때의 기억이 생생한데, 그 작았던 아이는 어느새 커서 자기 등 만한 가방을 메고 학교를 갈 준비를 하는 중이다.
18개월에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입소하였을 당시에 나는 워킹맘이었다.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울고불고하는 아이를 억지로 들여보내 놓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원에 맡기고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6살이 된 아이는 그다음 기관인 유치원에 들어갔다. 그때의 난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맘이 되어 있었다. 9시 40분에 셔틀버스를 태워 보내면 보통 3시 반에 집으로 돌아온다.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교육기관에 있는 시간은 줄어만 갔다. 그리고 내년이면 아이는 초등학교에 간다. 슬쩍 주변에 초딩 맘들에게 물어보니 12시 반이면 집에 온 단다. 그래, 아이가 학교에 가서 몇 시간을 의자에 앉아있다가 오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 그래도 너무 빨리 오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살짝 더 든다.
초등학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는 다르다. 오롯이 아이가 스스로 걷는 첫걸음이다. 아이가 걱정된다고 일과 도중에 전화를 할 수도, " 우리 아이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어요 " 하는 선생님의 친절한 알림장도 없다. 그래서 부모의 멘털이 중요하다.
할아버지의 재력도, 아빠의 무관심도, 엄마의 정보력도 우리 집에 해당되는 것은 없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많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은 있다. 아이를 믿어 주는 것. 사실, 모든 아이는 똑똑하다. 그 사실을 엄마만 모른다. 아이는 스스로 헤쳐나갈 힘이 있다. 살짝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자라는 내내 우리가 열심히 심어줬다. 공부며 친구 관계며 불안한 것 투성이지만, 엄마가 믿어 준다면 아이는 잘 자랄 것이다.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꼿꼿한 나무처럼 아이의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여러 번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아이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보통 공부를 왜 하는지 물어보면 "엄마가 하라고 해서요" , "안 하면 혼나요" 등의 대답이 제일 먼저 나온다. 공부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공부로 느껴지는 감정이다. 일단 아이가 공부의 공 이란 소리만 꺼내도 미간이 찌푸려 진다면, 이미 부정적인 감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한 공부는 잘될 수가 없다. 엄마의 노력으로 어느정도 선까지는 올려놓을 수 있어도 결국 끝까지 해야하는 건 아이의 몫이다. 6살 아니 요즘엔 5살만 되어도 주변에 하나 둘, 학습지며, 영어를 시작한다. 아이가 잘 할수 있는데 내가 해주지 않아서 뒤쳐지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된다. 그래서 호기롭게 시작한 엄마표 공부에서 나는 아이에게 제대로 성질을 냈다. " 아까 다 배운거잖아, 또 까먹으면 어떡해?, 집중 좀 하자" 그리고 끝은 파국이었다. 부부사이에 운전연습은 금물이듯이, 아이와 부모사이의 공부도 금물이다. 서로에게 안 좋은 감정만 쌓일 뿐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고등학교 까지, 아니 사실 더 중요한 대학교 까지, 아이는 앞으로 십여년 동안 공부를 해야 한다. 굳이 지금부터 공부를 싫게 만들면 될 것도 안 된다. 공부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쌓는 것을 시작으로, 아이 스스로가 배움에 즐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것, 부모가 학부모가 되는 것은 가족 모두에게 설레는 일이다. 다가올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 학교생활에 대한 걱정, 이런 감정들은 잠시 놓아두고, 학교에 가는 일이 얼마나 설레고 즐거운 일인지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다. 나 또한 그때 그렇게 설레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