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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Oct 16. 2021

아이 하나 더 낳으라는 말 마세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지랖의 베스트 상대는 바로 이 삼십 대 청춘남녀들이다. 결혼 적령기가 돼서는 결혼은 언제 할 거니?  결혼을 하고 나면 아이는 언제 가질 거니? 첫 아이를 낳고 나면 하나는 외로운 데 둘은 있어야지.  아빠 엄마 그리고 토끼 같은 자식 두 명.  이 전형적인 가족원을 구성하기 전까지 아니 어쩌면 내가 임신할 수 없는 나이가 될 때까지 위의 마지막 문장은 내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될 것이다. 물론 나도 아이를 낳기 전에는 당연히 둘은 낳아야지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첫 아이를 낳고 키우며 둘째 생각은 주머니에 고이 접어 넣었다. 첫 아이를 낳기 전 상황은 이랬다. 남편은 새벽같이 출근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했으며 주말 공휴일 무시하고 4주 6 휴를 하는 회사에 근무했다. 친정 시댁은 머나먼 남쪽나라.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내가 아이를 낳을 때만 해도 내가 다니는 회사는 출산휴가 3개월 후 복직하는 게 당연한 회사였다.  이런 상황에 아이를? 

그때 나에게 아빠가 한 말이 있다. " 낳으면 어떻게든 다 키운다"  이 말에 혹해서 낳은 건 아니지만, 사실 낳으면 어떻게든 방도가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물론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이는 온 마을의 힘을 합쳐 키운다는 말이 있다. 결국 나는 머나먼 남쪽에서 매주마다 올라오신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두 분의 헌신으로 아이를 키웠다. 내가 직장어린이집으로 데리고 다니기 전까지 정말 온 가족의 힘을 합쳐 아이를 키웠다. 나 홀로 출퇴근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전쟁을 치르다 보니 내가 지금 내 그릇에 넘치는 일을 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이는 정말 너무 예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 자식을 대신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말. 그 말들이 다 진실이라는 걸 아이를 낳고 나서 알았다. 하나보다는 둘이 둘 보다는 셋이 더 좋고 예쁘단 걸 나라고 모르지 않는다. sns 에는 일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우고 거기다 부부 사이까지 완벽해 보이는 집들이 많다. 반면 나는 일도 맞지 않았고 아이도 잘 케어 못하는 것 같았고 부부 사이는 정말 최악이었다. 온전히 홀로 육아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신랑을 향했고 싸우지 않아도 될 일로 싸우기 일쑤였다. 그리고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아등바등 지켜온 일이었지만 사실 진작에 포기했어야 할 일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서적을 많이 읽었다. 그때마다 알게 된 건 결국 양육자인 부모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가 아니라,  행복한 엄마 밑에서 즐겁게 키우고 싶다. 둘째는 사랑이겠지만 첫째 혼자로도 충분히 사랑스럽다. 둘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안된다면, 그릇이 안 된다면 넘보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가족의 형태는 없다. 그리고 정답도 없지만, 지금 나에겐 하나가 정답이다. 둘째 낳으란 소리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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