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머릿속 도서관

by 원준


나는 머리가 좋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머리는 아니다. 내 머리는 기억력에 대한 것이다. 물론 공부도 기억력에 비롯되지만 내 머리는 조금 다르다. 쉽게 말해서 공부하는 머리는 아닌데 머리는 똑똑하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걸 나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별거 다 기억한다. 친구가 학창 시절 뭘 했는지, 친구의 사촌이 어디 대학을 갔는지, 친구들의 이성관계까지 정말 이해가 안 갈 정도로 기억한다. 그래서 간혹 이 생각이 든다.

' 이 머리가 공부 머리로 갔다면 ' 하고 말이다.


뭐 이렇게 얘기하면 잘 모를 테니 최근에 있었던 한 가지 에피소드를 꺼내보겠다.

나와 친한 친구는 코인 노래방을 자주 가곤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서로 자주 부르는 곡들이 있고 가끔 새롭게 도전하는 노래가 있다. 그날은 친구가 새로운 노래를 도전하겠다고 했다. 나는 궁금하게 친구가 검색하는 걸 봤다. 그것은 안예은 가수분에 잉어왕이었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 아니 전에 내가 이 노래 얘기하니까 네가 잉어킹인가?라고 했던 노래잖아 " 하고 얘기하였다. 친구는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 아니 내가 그랬나? "라고 답을 하였다. 나는 그 친구와 카톡으로 얘기했던 것이 기억나서 바로 카톡 검색 기록으로 찾아보았다. 그렇게 나온 검색 결과는 2024년 11월 26일에 대화를 하였다. 그리고 이 말을 한 날은 2026년 1월 7일이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대화였는데 왜 기억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친구는 신기하게 날 쳐다보았다. 내가 봐도 나 스스로가 신기하였다. 이것 말고도 독특한 것들을 잘 기억한다. 그래서 뭔가 기억해 낼 때 마치 내 머릿속 안에 커다란 도서관에서 문서 찾는 기분이다. 이 도서관의 문제는 별거 다 갖고 있다. 이 문서는 이제 좀 버렸으면 하는데 그것이 안된다.


그러던 중 나는 이 도서관을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였다.

' 아니 분명히 메모리 카드의 용량은 큰데 어떻게 사용하지? '


나는 내 머리의 특성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은 나는 단기 기억력이 약하였다. 그래서 몰아서 공부하는 것에 쥐약이었다. 반대로 내가 신문을 본 지 1년이 되어가는데 이것은 차곡차곡 쌓여서 그런지 대략적으로 기억이 난다. 그래서 주식에 관한 뉴스를 보면 눈물이 난다. 왜냐하면 주가가 저평가된 것들을 잘 기억해 냈다. 아무리 단기적인 하락을 맞았다는 기사를 보아도 " 오히려 이번 조정장이 기회가 되겠다 "라고 하였고 그렇게 주가는 반등하였다. 그게 뭐가 있냐고? 현대 자동차, 삼성전자, 알파벳, 유나이티드 헬스, 닌텐도 등등 더 있지만 슬프다 그만 알아보자

물론 어느 정도 상승과 하락을 하였지만 내가 처음 예측할 때와 지금 주식창을 보면 배가 아프다.

아무튼 그런 것처럼 장기적인 기억력은 좋다.


그다음에는 이 머리는 내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기억을 잘 못한다. 예를 들어 중학교 친구들과 모이는 자리가 있어 갔는데 솔직히 그날에 대략적인 대화만 기억나고 거의 대화가 기억이 안 난다. 물론 " 그 친구들이 나의 친구가 아니다 "라는 것은 아니지만 중학교 졸업 이후로 처음 본 거였기에 기억할 이유가 있나 싶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정이 많지만 아닐 때도 있는 것 같다. 대신에 앞에 나온 친구처럼 내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잘 기억한다. 어떻게 봐서는 좋지 않은 면일수도 있지만 몇 년에 한 번 보는 친구와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적어도 한번 보는 친구가 같은 것은 모순이 아닐까? 싶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나는 스위치처럼 내 사람들에게 내 도서관 문서 자리를 내어준다.


이 머리를 요약하면 장기적인 기억에 강하고 선택적으로 기억을 저장한다.

그러나 반대로 단기적인 기억에 약해서 외우는 부분이 어렵고 나의 사람에 대한 내용은 정말 별거다 기억한다. 흐음 이렇게 써서 정리해 보니 이 머리가 참으로 좋은 듯 안 좋다.

뭐랄까? 좋은 컴퓨터를 샀는데 깔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기분이다.


그래도 다행이긴 하다. 이 머리는 작가로서는 좋은 머리 같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나의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들을 모두 기억할 수 있어 참으로 귀찮게 기쁘다.

앞으로도 이 거대한 도서관에 어떤 문서들이 들어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토요일 연재
이전 05화결혼은 어떤 사람과 해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