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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치 Apr 26. 2023

어느 날 출간 제안 메일이 왔다

구독자 수 겨우 74명인데...?

남편과 양평에 땅을 보러 다니고 집 짓는 과정을 브런치에 쓰고 있었다. 글이 쌓이고 모이면 언젠가는 책으로 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썼다. 의욕이 넘치거나 소재가 많을 때는 자주, 그렇지 않을 때는 드문드문 글을 올렸다. 먼 미래는 너무 불확실하니 당장 오늘의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눈앞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부모님, 할머니, 언니들과 살던 어릴 때 집부터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지냈던 기숙사, 고시원, 빌라, 아파트에 대해 썼다. 집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다 보니 그사이 우리는 땅을 사고, 설계를 하고, 집을 짓고, 이사를 왔다. 2020년 11월에 쓴 첫 글이 2022년 10월 즈음 마무리가 돼가고 있었다.


조금씩 글이 쌓이자 모르는 사람들이 하트를 눌러주고, 가끔 메인에 노출되어 방문자가 폭발하기도 했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로 구성된 열 명도 안 되던 구독자도 차츰 늘어 74명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적을 수 있지만 '74'라는 숫자는 글쓰기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글만 보고 구독을 눌러주다니 얼떨떨했다. 구독 알림, 라이킷 알림은 매번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금 다른 알림이 와 있었다. '출간, 기고' 목적으로 제안이 왔다는 내용이었다.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온 메일이었다. 그 메일을 시작으로 출간 계약을 하고 글을 다듬고, 새로 썼다. 2022년 11월에 계약하고, 이제 인쇄에 들어갔으니 6개월가량이 걸렸다. 편집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책을 맡았지만 직접 저자가 되어 글을 쓴 건 처음이었다. 책의 에필로그에도 밝혔지만 집 짓기가 걱정의 최고봉인 줄 알았지만 내게는 책 쓰기가 더한 일이었다.


사진: Unsplash의Thought Catalog


브런치에 쓴 글은 원고의 일부일 뿐, 많은 부분을 새로 쓰고 써놓았던 글도 단행본의 흐름에 맞춰 수정했다. 기존 글을 토대로 출간 제안을 받더라도 그 글을 그대로 실으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마시라. 단편적으로 나열된 글을 하나의 주제로 묶이는 단행본으로 엮기 위해서는 많은 수정을 거쳐야 한다. 새로 쓸 부분도 많고, 흐름에 맞지 않아 빼야 할 글도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좌절했다. 쉽지 않은 책 쓰기에 따박따박 날짜 맞춰 원고를 보내주던 옛 저자들에게 때늦은 경의를 표했다.


다행히 좋은 편집자님을 만나 힘들 때마다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른 회사에 계시지만, 내 글을 좋게 봐주시고 책으로 기획해주신 편집자님께도 감사하다. 여러 사람의 노고 끝에 책은 무사히 인쇄에 들어가 다음 주면 나온다. 먼 미래는 여전히 너무 아득하다. 다시 한 발씩 앞으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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