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 [나도, 에세이스트] 2020년 4월 대상
운전을 해야지, 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생각에 중고차를 덜컥 샀다. 그 차로 운전연수를 받고, 가까운 마트도 다녔다. 운전을 하면 생활 반경이 넓어지고, 삶의 질이 올라간다더니 실제로 그랬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까지 걸리는 버스 배차 간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운동도 다닐 수 있었다.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중이라 차가 많지 않아 초보 운전자가 다니기엔 최적이었다.
초보 운전자의 애환을 써서 채널예스에서 매달 개최하던 에세이 공모전에 글을 냈고, 운 좋게도 4월에 대상을 받았다. 이 글이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시작점이었다. 모니터를 보다가 '헉' 소리를 낸 건 살면서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는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험 번호를 입력했는데 '합격' 두 글자가 떴고, 나는 말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바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알렸다. 수화기 너머 아빠의 상기된 목소리가 그대로 전달됐다.
두 번째는 채널예스의 에세이 공모전 수상자 발표 화면이다. 시작 문단을 죽죽 읽다가 불현듯 내 이름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대상이라고 했다. 너무 놀라서 이번엔 '헉' 소리도 안 나왔다. 심사를 맡은 김은경 작가님이 써주신 심사평은 내게 동아줄과 같았다. 심사평 마지막 문장은 "이 정도의 유머와 글 센스를 탑재한 김진경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진심으로 궁금하고 다른 글들도 보고 싶다."였다. 내가 지구의 먼지처럼 느껴질 때면 저 말을 붙들고 묵묵히 글을 썼다. 계속 써서 다른 글도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쓴 글들이 모여 결국 출판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대학 합격에 버금갈 정도로 기뻤던 공모전 수상 소식, 물꼬를 열어준 고마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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