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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를 동력원으로 변하고 있는 국가와 도시

들어가며


전세계적으로 블록체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하고 핵심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ICO에 대한 입장은 국가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스위스, 에스토니아, 독일의 경우 자국 내 ICO를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과 호주의 경우 ICO를 허용하되 부분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중국 산업정보기술부에서 블록체인 기술 표준화를 주도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ICO와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ICO 규제 접근방식(출처: 코인텔레그래프)[1]


ICO와 암호화폐가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국가와 도시차원에서는 일자리 창출, 세수 확보 및 연계 산업 발전과 같은 ICO 기업 유치로 인한 장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ICO 허용으로 해외 기업 유치를 통한 크립토밸리(Crypto Valley) 조성과 ICO에 우호적 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역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전세계 ICO 허용 국가별 현황


전세계 ICO 친화적 국가 현황


2018년 6월 발간된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리히텐슈타인, 몰타, 지브롤터 등이 현재 ICO에 비교적 완만한 규제 방침을 취하고 있는 나라들입니다.[2] 또한, 2018년 7월 ICO 평가 업체인 ICO 레이팅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ICO를 진행하고 있는 180개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42개 업체가 근거지로 삼고 있는 곳은 케이맨제도, 지브롤터, 버뮤다, 맨섬 등의 영국령이었습니다.[3]


현재 영국령은 아니지만 과거 영국령이었던 몰타를 포함해 케이맨제도, 지브롤터, 버뮤다, 맨섬 등의 영국령에서 ICO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언어적, 지리적 이점에 더해 영국의 선진 금융시스템의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 정부 주도적으로 ICO 친화적 정책을 펼치는 점도 ICO 기업들을 끌어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나라들은 제조업, 중공업 등의 기업이 성장할 만한 자원이나 영토가 제한적이라 판단하여 오래전부터 조세회피 사업이나 온라인 도박 사업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기업을 유치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추어 다음 먹거리로 블록체인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자 ICO에 개방적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스위스 주크(Zug)


주크는 2016년 기준 인구수 12만 9,000명으로, 스위스를 구성하는 26개의 칸톤(주) 중 가장 면적이 작은 지역입니다. 그러나 주크는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 15만 CHF(한화 약 1억 7,000만 원)로 제네바와 취리히를 제치고 바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부유한 도시입니다. 거주자 10명 중 8명이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인당 9만 달러에서 14만 달러의 높은 소득을 얻고 있습니다.[4]


주크는 전통적으로 농업과 중공업을 중심으로 운영된 도시였지만 다국적 기업, 특히 제약 및 의료 회사들의 높은 선호를 받아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샤이어(Shire),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및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이 주크에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주크는 크립토밸리로 육성되기 이전에도 취리히와 루체른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낮은 세율로 스위스 내 금융 및 무역의 중심지였습니다.


2013년 스위스 정부는 ‘암호화폐의 허브(Hub)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포부와 함께 취리히와 주크를 크립토밸리로 만들겠다고 선포했습니다. 2014년 당시 정부와 규제 당국이 먼저 나서서 암호화폐에 개방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비트코인 기반의 온라인 블랙마켓인 실크로드(Silk Road)가 FBI에 의해 폐쇄되었을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Gox)가 해킹으로 붕괴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크 정부는 당시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 직원이자,  이후에 비트코인 스위스(Bitcoin Suisse)의 설립자가 된 니콜라스 니콜라슨(Nikolas Nikolajsen)과의 심도 있는 토론과 분석을 통해 암호화폐 활용방안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5]


암호화폐에 대한 주크 정부의 방침에 이끌려 이 곳에 자리를 잡은 이더리움 재단은 비트코인 스위스의 조언을 받아 2014년 주크에서 ICO를 진행했고, 이더리움 재단이 주크에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주크 내 크립토밸리의 기틀이 마련되기 시작했습니다. 주크의 기업 친화적 정책과 행정 지원은 이더리움 재단을 비롯한 셰이프쉬프트(Shapeshift), 싱귤러DTV(Singular DTV) 등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합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크는 암호화폐 취급에 관한 명확한 지침과 더불어 입주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세금 감면을 시행했습니다. 주크의 법인세율은 통상 14.6% 수준이지만 외국 기업에 9~10%까지 세율을 낮춰주며, 비영리법인에는 제로세율까지 적용해주기도 합니다. 다양한 암호화폐, 블록체인 관련 기업이 주크에 자리잡으며 법률, 세금, 회계, 스타트업, 대학 등 관련 시설들이 자리를 잡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블록체인 경제 생태계가 조성되었습니다. 2017년 초에는 크립토밸리 어소시에이션(Crypto Valley Assocation)이 설립되어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주크 내 암호화폐 생태계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주크 내 총 기업 수는 3만 2,000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트업부터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KPMG까지 다양한 회사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거주자 국적은 131개로 글로벌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2018년 5월 기준 250여 개의 블록체인 기술기반의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문인력만 2,000명 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크립토밸리 형성 이후 주크 내 총 일자리 수는 약 10만 9,000개로 추산됩니다. 인구 12만 9,000명인 주크 주에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기업 약 250개가 들어서면서 관련 사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법률, 회계, 정보통신기술(ICT) 등 각종 고부가가치, 고임금 기업이 몰려들었고, 관련 회의도 연이어 열리면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습니다.[6]


다음에 나올 미국과 싱가포르는 규제 틀 안에서 부분적으로 ICO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8년 7월 14일 발표된 크립토 파이낸스 컨퍼런스(Crypto Finance Conference)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싱가포르는 각각 ICO에 가장 호의적인 국가 1위와 3위로 뽑혔습니다. 이는 상위 100개 ICO를 기금 모금 측면에서 집계, 런칭된 프로젝트의 수에 따라 순위를 매긴 것이기 때문에 각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ICO 프로젝트들이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보아 미국과 싱가포르 역시 크립토밸리가 조성될 가능성이 큰 국가들로 볼 수 있습니다.  


상위 100개 ICO 전세계 분포도 [7]



싱가포르

 

미국과 더불어 싱가포르 역시 전세계에서 ICO가 가장 많이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18년 6월 발간된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ICO가 가장 활성화된 10개국 중 싱가포르는 모금액 6억 4,100만 달러, 종료된 ICO 35개, 종료되지 않은 ICO 13개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2018년에는 모금액 11억 9,200만 달러, 종료된 ICO 53개, 예정된 ICO 52개로 전년도와 동일하게 3위를 차지했지만 그 규모가 훨씬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ICO 허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홍콩이 싱가포르의 뒤를 쫓고 있기는 하지만 ICO 모금액이나 프로젝트 수에서 싱가포르에 한참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기업들에게 싱가포르에서의 ICO가 선호되는데, 실제로 2018년 5월 기준 국내 기업 25곳이 싱가포르에서 ICO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일례로, 국내 벤처기업들이 공동 설립한 암호화폐업체 크립토 컴퍼니(Crypto Company)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와 ICO를 준비하기 위해 5월 초 싱가포르에 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아시아권 ICO가 싱가포르로 몰리는 이유는 싱가포르가 지리적 이점을 가진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원자재 공급사들과 다국적 기업들이 주로 싱가포르에 거점을 둡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암호화폐,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 역시 아시아, 중동, 나아가 유럽으로의 사업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싱가포르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싱가포르는 영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언어 장벽이 낮고 선진국의 금융제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무역, 커뮤니케이션, 지식기반 산업의 강화, MICE 인프라 확충을 통해 MICE 산업의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싱가포르 블록체인 서밋(Singapore Blockchain Summit) 등 크고 작은 암호화폐, 블록체인 관련 행사와 밋업(meet-up)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블록체인 관련 네트워킹이 용이하다는 점 역시 싱가포르의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싱가포르가 인기있는 ICO 지역으로 떠오른 데에는 빠른 행정절차와 명확한 정책 방향성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의 ICO 관련 행정절차에는 2주가 소요됩니다. 스위스에서 ICO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최대 9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업 차원에서 행정절차 단축에 따른 시간과 비용의 절감은 싱가포르를 우선적인 ICO 진행 지역으로 고려하게 만듭니다.

 

싱가포르는 ICO에 대한 규제와 요구조건이 정확하기 때문에 해당 규제를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는 가장 자유롭게 암호화폐 관련 사업이 가능합니다. 특히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2017년 11월 14일 발표한 ICO 가이드라인은 MAS에서 최초로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아니지만 ICO에 적용될 수 있는 현행 규제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는 ICO에 대해 자본시장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증권형 ICO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8]

 

ICO 허브로 도약하는 싱가포르의 현 상황은 핀테크 분야에서 싱가포르 정부의 주도적인 움직임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MAS는 금융부문 기술 및 혁신 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약 1억 6,9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할 예정입니다.[9]

 

이를 통해 MAS는 타 지역 대비 싱가포르 금융산업의 혁신 강화를 유도, 사용자 친화적 금융 서비스 확충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입니다. 싱가포르의 블록체인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태도는 질리카(Zilliqa), 카이버(Kyber) 등과 같은 성공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몰타(Malta)


몰타는 지중해에 위치한 섬나라로, 서울 면적(605km2)의 절반 수준(316km2)인 인구 약 43만 명의 작은 나라입니다. ‘몰타’라고 하면 ‘조세회피처’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몰타는 관광업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1인당 연간 GDP 3만 1,847달러의 부유한 국가입니다.


몰타는 농업, 제조업 등의 기반 산업이 취약하여 정부 주도로 관광산업 중심의 투자정책을 펼치며 국가의 경제적 수입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러나 무계획적인 개발과 준비되지 못한 관광산업 계획으로 산업이 쇠퇴하면서 몰타 정부에서는 20년 단위로 중점 산업을 선정하여 집중하는 국가 경제정책을 펼쳤습니다. 지난 20년간 항공, 조선, 게임산업 등이 집중 육성 산업으로 선정하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였고, 그 결과 전세계 수많은 항공, 조선, 게임회사들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몰타 정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로 눈을 돌리며 새로운 육성 산업을 적극 직원하고 나서는 모습입니다.


유럽연합(EU)이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사이, 몰타는 기업에게 유리한 법인 설립 요건과 낮은 세금을 내세우며 전세계 암호화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몰타에서 ICO를 진행할 경우 최소 자본금은 약 150만원, 서류 처리 기간은 2일, 법인세(35%) 감면 등으로 실제 세율이 매우 낮습니다. 외국기업이 몰타에서 ICO를 하게 되는 경우 5%의 거래세를 부과 받게 되는데 토큰 세일의 모델에 따라서는 세금을 전액 면제받을 수도 있습니다.[10]


몰타 정부의 합법적인 지원 정책 역시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몰타는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을 통하여 ‘금융의 중심 허브’, ‘유럽의 실리콘밸리’가 되고자 2017년 7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을 수용하는 최초의 국가가 되기 위한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2018년 4월 24일 내각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한 3가지 법안인 ‘Malta Digital Innovation Authority Bill’, ‘Virtual Financial Assets Bill’, ‘Technology Arrangements Service Bill’을 승인했습니다. 2018년 6월 26일 몰타 의회에서 위 3가지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몰타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포괄적 규제 프레임을 확립한 나라가 되었습니다.[11]


몰타 총리 조셉 무스카트(Joseph Muscat) 트위터 내용


몰타 총리 조셉 무스카트(Joseph Muscat)는 현지시간 2018년 7월 5일 트위터를 통해 “몰타는 공식적으로 블록체인 및 분산원장 기술을 규제하는 포괄적 입법 프레임을 가진 전세계 최초의 국가입니다. 우리는 이 분야 시장 리더를 위한 글로벌 허브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12]


몰타 정부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련 기업을 유치하면서 대형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 비트케이(bitK), 오케이엑스(OKEX) 등이 본사를 몰타로 이전하거나 확장하여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초 세계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인 바이낸스(Binance)는 본사를 홍콩에서 몰타로 이전한다고 발표하였는데, 바이낸스는 몰타 정부로부터 통화와 암호화폐 간 직접적인 거래가 가능한 은행과의 제휴를 약속 받았습니다. 또 엔터테인먼트에 특화된 암호화폐인 '트론(TRON)'도 몰타로 이전하는 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2018년 4월 29일 발간된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암호화폐 거래 보고서에서 몰타는 전세계에서 암호화폐 거래량이 가장 많은 국가로 뽑혔습니다.[13]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몰타는 산업의 다변화를 통해 진보를 거듭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몰타 내 도박 산업은 270개 이상의 기업을 자랑하며 9,000명 이상의 전문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도박 산업은 2017년 약 12억 9,000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했으며, 2015년 매출 193억 3,000만 달러에서 2020년 예상 매출 291억 달러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한 몰타의 명확한 규제 체계는 몰타 경제에 유사한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14]


실비오 스켐브리(Silvio Schembri) 몰타 금융부 정무차관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법률이 시행되면 은행들이 법적 안정성을 갖춘 업체들에 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하며 금융 분야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15]


 

맨섬(Isle of Man)


맨섬은 유럽과 영국을 잇는 570km2의 영국 왕실령 섬입니다. 영국령이기 때문에 맨섬에 대한 국제적 관리는 영국이 책임을 지지만, 맨섬은 자체 입법 의회, 사법 제도, 과세 제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맨섬은 자본이익, 도장세, 부유세가 0%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에게 인기 있는 역외 목적지입니다. 맨섬의 주요 산업 분야는 은행 및 관광 산업이며 지역 총 GDP 40억 달러, 1인당 GDP 5만 달러의 부유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맨섬은 e-게임 및 e-스포츠 회사들의 주요 근거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맨섬은 법인세가 없고 기업 친화적 규제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의 하이테크 기업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지역으로 손꼽혀왔습니다. 그러나 EU 차원에서 조세회피처인 맨섬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산업 내 경쟁이 심화되어 지난 10년간 e-스포츠 스타트업들이 맨섬에 자리잡는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16]


결과적으로 맨섬의 새로운 산업 육성에 대한 고민이 제기되었습니다. 맨섬 정부는 맨섬 경제의 핵심 산업인 도박, e-게임과 암호화폐 기술의 접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며 암호화폐만을 등록, 관리하는 기관을 신설하고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사업체의 운영 지침을 개발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많은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맨섬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17]


영국 정부는 2015년부터 왕실 직할령인 맨섬을 암호화폐 특별지구로 지정해 육성 중입니다. 다른 곳도 아닌 왕실 소유 영지에서 암호화폐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2017년 8월 맨섬은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복권에 대한 라이선스를 발급했습니다.[18]

이는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이 비즈니스를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제대로 된 사례를 통해 맨섬의 핵심 산업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브라이언 도네건(Brian Donegan) 맨섬 경제개발부 e-비즈니스 행정 담당자는 “복권은 시작일 뿐이다. 우리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이 맨섬의 앞서가는 e-게임 분야를 완전히 변혁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 9월 그는 맨섬 정부 차원에서 ICO 산업을 장려하기 위한 규제 기관을 개발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19]


이처럼 맨섬은 법인세가 없고 친화적 규제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기존의 조건들을 활용해 ICO 기업을 유치하기도 하지만, 기존 대표 산업과 암호화폐의 결합이 가져올 시너지에 주목하고 암호화폐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입니다.



지브롤터(Gibraltar)


지브롤터는 스페인 최남단에 위치한 항구 도시입니다. 지브롤터 역시 영국령으로, 영국의 선진 금융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주크가 크립토밸리라면, 지브롤터는 크립토 하버(Crypto Harbor)라 불릴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지브롤터에서 ICO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료정보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국내 기업인 메디블록 역시 자체 암호화폐(MED)에 대해 지브롤터에서 ICO를 진행했고 약 300억 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지브롤터는 법인 설립 자체가 다른 곳에 비해 간편합니다. 법인 설립은 대체로 5일 이내에 마무리될 수 있으며, 회사 소재지가 지브롤터 내에 지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법인 설립을 위해 지브롤터를 직접 방문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금 역시 매우 저렴한데 지브롤터의 법인세율은 10%로 매우 낮은 편이며, 추가적인 면세 혜택을 더하면 법인세 부담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지브롤터 안에서 이뤄진 영업 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며 현지에 법인을 세우더라도 해외에서 수익이 나면 과세하지 않습니다. 또한 부가세, 양도소득세, 자본이득세, 배당세 등이 없습니다.


지브롤터의 경우 2018년 1월부터 제 3자에 속하는 가치를 저장하거나 전송하는 데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할 경우 '분산원장기술 제공자(DLT Provider)'는 GFSC(Gibraltar Financial Services Commission)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여기 해당하는데, GFSC가 밝혔듯이 분산원장기술 제공자에 대한 규제가 곧 ICO 또는 ICO 발행자에 대한 규제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20]


지브롤터 역시 맨섬과 유사하게 온라인 도박을 핵심 산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온라인 도박은 지브롤터에서 약 3,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지브롤터 지역 총 인구의 약 10%에 해당합니다. 지브롤터의 경제부 장관인 알버트 아이솔라(Albert Isola)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서 온라인 도박과 비슷한 가능성을 보았고, “다음으로 중요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흐름”이라고 말했습니다.[21]


지브롤터 정부는 지난 2월 공식적으로 ICO 관련법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나, 지금까지의 맥락에 비추어 보았을 때 ICO 관련 법을 만들겠다는 지브롤터 정부의 입장은 ICO를 막거나 금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를 통해 ICO와 암호화폐 산업을 진흥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미국


2018년 6월 발간된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ICO가 가장 활성화된 10개국 중 미국은 모금액 17억 2,200만 달러, 종료된 ICO 87개, 종료되지 않은 ICO 40개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18년에는 모금액 10억 9,200만 달러, 종료된 ICO 56개, 예정된 ICO 50개로 4위에 그쳐 순위가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모금액과 많은 ICO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ICO 거래량 상위 10개국 [2]


2018년도 ICO 시장 규모가 2017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에 비해 미국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6월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이 ICO에 증권법을 적용해 규제하겠다고 말하는 등 SEC가 ICO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규제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유가증권을 주식, 채권, 선물, 스왑, 투자 계약 등으로 광범위하게 포괄하고 있어서 SEC는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ICO의 토큰을 유가 증권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22]


앞서 2017년 7월 SEC는 ICO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모든 블록체인 토큰이 증권으로 규정될 필요는 없고,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SEC의 발표 이후 미국에서 정식으로 ICO가 이루어졌으며, 2017년 9월 마감된 파일코인(Filecoin)은 최초의 SEC 규정을 준수한 ICO로 2억 5,700만 달러를 모아 성공적으로 ICO를 마쳤습니다. 이후 미국 내에서 지속적으로 정식 ICO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ICO가 많이 진행된다기 보다는 ICO가 많이 파생되는 국가입니다. 2017년 12월 발간된 EY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전세계에서 ICO가 가장 많이 시작되는 국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ICO가 파생되는 국가 순위 [23]


많은 ICO 프로젝트들이 미국에서 시작되는 이유는 IT기업들의 기술개발과 더불어 기업들과 벤처캐피탈들이 다각도의 조사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평가하고 투자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력, 투자,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는 실리콘밸리는 ICO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입니다. 또한, 미국은 전세계에서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블록체인 관련 기술에서 앞서 나가면서 기술생태계가 잘 조성되어 있다는 점 역시 많은 ICO 기업들이 미국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투자 사업인 크립토 펀드(Crypto Fund)가 활발하게 조성되고 있다는 점 역시 미국 내에서 ICO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2018년 8월 8일 크립토 펀드 리서치(Crypto Fund Research)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크립토 펀드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으며, 국가별 크립토 펀드에서 미국이 252건으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24]



국가별 크립토 펀드 조성 현황


ICO가 활성화되면서 미국은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며 건강한 ICO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적격 투자자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벤처캐피털과 부유층인 개인투자자 등 일정 자본과 수입을 지닌 적격 투자자에 한정한 ICO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미국 ICO 조달 총액의 약 60%가 적격 투자자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적격 투자자용 ICO의 경우 기업은 자금조달 후 SEC에 신고할 필요가 있지만 토큰을 SEC에 등록할 의무는 면제받을 수 있어 수고는 덜면서 SEC의 보증도 받을 수 있습니다.[25]



마무리

크립토밸리로 손꼽히는 주크, 크립토밸리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몰타, 맨섬, 지브롤터, 그리고 크립토밸리 조성 가능성이 엿보이는 미국, 싱가포르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전세계 여러 지역에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고 앞다투어 ICO를 허용하거나 ICO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블록체인 산업과 ICO 과정에서 상당한 후생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법인세 등의 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세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이 특정 지역에 자리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일자리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현지 채용을 의무화하면서 생겨나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일자리 역시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ICO 기업이 로펌, 회계법인 등 현지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지역 내 관련 금융, 법률, 회계 서비스가 활성화됩니다.


이처럼 ICO와 지역 발전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단순히 특정 기업의 지역 유치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인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와 연결되어있다는 측면에서 블록체인과 ICO로 창출되는 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자료

[1] https://cointelegraph.com/news/from-gibraltar-to-australia-how-countries-approach-icos

[2] https://www.pwc.ch/en/publications/2018/20180628_PwC%20S&%20CVA%20ICO%20Report_EN.pdf

[3] http://decenter.sedaily.com/NewsView/1S221WVJM8 

[4] https://lenews.ch/2018/01/15/swiss-fact-nearly-50-of-swiss-gdp-comes-from-4-cantons/

[5] https://www.businessinsider.com/what-its-like-in-zug-switzerlands-crypto-valley-2018-6#-9)

[6] https://www.zg.ch/behoerden/volkswirtschaftsdirektion/kontaktstelle-wirtschaft/publikationen-wirtschaftsforderung/film-und-praesentationen/downloads/online-praesentation-ueber-den-wirtschaftsstandort-1/view

[7] https://cointelegraph.com/news/us-ranks-as-most-favorable-country-for-icos-in-recent-report

[8] http://www.mas.gov.sg/Regulations-and-Financial-Stability/Regulations-Guidance-and-Licensing/Securities-Futures-and-Funds-Management/Guidelines.aspx

[9] https://platum.kr/archives/103181

[10] http://research.ibk.co.kr/research/board/economy-news/details/251244?url=L2JvYXJkL2Vjb25vbXktbmV3cy9saXN0

[11] https://coincentral.com/government-of-malta/

[12] https://twitter.com/josephmuscat_jm/status/1014543196330786816

[13] https://www.businessinsider.com/cryptocurrency-exchanges-trading-locations-volumes-2018-4

[14] https://coincentral.com/government-of-malta/

[15] https://bitcoinmagazine.com/articles/blockchain-friendly-malta-attracts-another-blockchain-company/

[16] https://cryptocurrencyhub.io/startups-and-bitcoins-in-the-isle-of-man-eb4436292e3a

[17] https://www.independent.co.uk/news/uk/home-news/bitcoin-how-the-isle-of-man-is-sparking-a-cryptocurrency-revolution-a6794756.html

[18] https://www.computerworlduk.com/infrastructure/isle-of-man-turns-blockchain-protect-egaming-sector-from-fraud-3675018/

[19] https://news.bitcoin.com/isle-of-man-official-announces-permissive-ico-regulations/

[20]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9/2018052985059.html

[21] https://www.nytimes.com/2018/07/29/technology/cryptocurrency-bermuda-malta-gibraltar.html

[22] https://www.cnbc.com/2018/06/06/sec-chairman-clayton-says-agency-wont-change-definition-of-a-security.html

[23] https://www.ey.com/Publication/vwLUAssets/ey-research-initial-coin-offerings-icos/$File/ey-research-initial-coin-offerings-icos.pdf

[24] https://www.cryptoglobe.com/latest/2018/08/new-crypto-funds-are-launching-at-a-record-pace-in-2018/

[25] https://www.bitcoinmarketjournal.com/ico-investment-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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