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프로젝트100의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
2020년 3월 23일부터 6월 30일까지, 100일 간 카카오 프로젝트100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100일의 습관으로 행동, 나아가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 가는 노력을 응원하는 '행동 변화 플랫폼'인 카카오 프로젝트100을 통해, 일정하게 정해진 직업이 없는(무업, 無業) 청년들이 가상의 회사 체험 생활을 100일 간 겪은 것입니다[1]. 가상의 회사 이름은 바로 '니트 컴퍼니'. 여기서 니트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입니다. 해석하면, 교육을 모두 수료한 이후에도 진학과 취직을 하지 않고 직업을 갖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2].
실험에 참가하여, 100일 간의 체험을 마친 참가자들에게 찾아온 변화를 심층 인터뷰, 마인드 맵핑의 연구 방법을 활용하여 정리해 봤습니다.
결혼, 연애, 출산을 포기하였다는 ‘3포 세대’, 그리고 그 이상을 포기하고 산다는 ‘N포 세대’라는 단어와 더불어, 니트족은 취업난으로 인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15-34세 사이의 청년들을 일컫는 대명사로 등장하였습니다. 사실 니트족의 기원은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Neet”란 단어는 1997년 영국의 ‘사회배제방지국’이 작성한 조사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3]. 16-18세 사이의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블레어 총리의 정책의 일환으로 사용되었던 용어는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는 청년실업 전반의 문제를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남재량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의 청년실업 문제를 지적하며 이들을 '구직 니트족'과 '비구직 니트족'으로 구분하였습니다 [4]. 2017년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구직/비구직 니트족의 총 비율은 18.4%로 36개국 평균 수치인 13.4%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5]. 니트족 비율의 상승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한승주 국민일보 논설위원은 관련하여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6]. 첫째, 취업 경쟁에서 밀려난 젊은 세대들은 결혼과 부양도 하지 않아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빨라진다. 둘째, 비자발적 니트족들은 자존감이 결여된 상태여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취업으로 연결되는 다리가 끊어져서 고뇌하며, ‘번아웃(Burn-out)’된 상태의 청년들이 다시 도전의식과 자신감을 갖게 하는 지렛대가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됩니다[7]. 카카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카카오 프로젝트100이 청년과 함께 한 100일동안 만들어 낸 변화는 무엇일까? 이것이 연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니트족들은 무슨 고민을 안고 있으며
카카오프로젝트100이
청년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어떤 기여를 했을까?
이번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 니트생활자와 카카오프로젝트100이 공동 기획하여 진행한 것으로, 만 18세부터 39세 이하의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3월 23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진 니트족 참여자는 우선 신청기간 내(3/2~3/15) 참가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해 묻는 랜선 면접과 100일 간 해야 할 일에 대해 안내받는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프로젝트에 최종 참여했습니다.
100일 간의 프로젝트는 간단했습니다.
무엇이든 나를 바꿀 수 있는 일 한 가지를 정해 매일 실천하고 실천한 인증샷을 다른 참여자와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기
마지막으로 종무식에서 그동안의 인증 내역을 바탕으로 전시회 개최
연구는 니트컴퍼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참여자 중 연구 참여 희망자 16인을 선정하여 진행했습니다. 참여자는 구직 니트족 8인과 비구직 니트족 8인로 구성됐습니다. 참여자 16인 중 여성이 10인, 남성이 6인이었습니다. 연령은 20대부터 30대 중반으로 분포됐습니다. 과거 직장 경험이 있는 참여자가 9명, 경험이 전무한 참여자가 7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 1차 인터뷰: 반구조화 초점집단 인터뷰(Semi-structured Focus Group Interview)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2회에 걸쳐 초점집단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가 진행되었습니다. 1차 인터뷰는 7월 16일에 이루어졌으며 8명씩 한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3시간씩, 총 6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1차 인터뷰는 반구조화 면접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는 연구자가 연구의 가이드를 큰 틀에서 정하고 진행하며 동시에 응답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연구 방식입니다.
1차 인터뷰에서는 연구대상자에게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 참여 계기, 활동내역, 활동의 가치, 현재 상태, 미래의 계획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룹 당 3시간씩, 총 6시간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 동안 참여자들은 참여 동기에서부터 완료 후 소감까지의 과정에 대해 자유롭게 진술하였습니다. 주요 진술 내용과 그 의미에 대해서는 결과 부분에서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1차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참여자들이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에 대해 평가한 부분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자신에게 니트프로젝트가 어떤 의미인지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였는데 16인이 표현한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에게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란?” 질문에 대한 참여자들의 답변 목록
징검다리, 가능성의 발견, 전망대, 카르페 디엠(Carpe diem), 같이의 가치, 노림수, 뭐라도 되겠지, 리프레시, 활력, 기름, 열쇠, 미래, 새로운 시작, 치어리더 ,해외여행, 변화
2. 2차 인터뷰: 마인드 맵핑(Mind-Mapping) & 카드 분류(Card Sorting)
1차 인터뷰의 종료 후 저희는 초점집단 인터뷰 내용을 문장 구조화 작업 단계로 통합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가 응답한 내용은 회의를 거쳐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을 중심으로 81개의 주요 진술문으로 편집되었습니다.
2차 인터뷰에서는 참여자들로 하여금 연구자들이 정리한 최종 진술문의 유사성을 분류하고 평가하는 단계가 진행되었습니다. 81개의 진술문을 분류하고 각각의 문장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7점 척도(1:전혀 중요하지 않음~7:매우 중요함)로 평가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분류 단계에서는 한 문장을 여러 묶음에 둘 수 없고, 모든 문장을 한 묶음에 둘 수 없다는 대전제로 그룹으로 분류하도록 하는 카드 분류(Card Sorting) 기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진술문을 분류하기에 앞서 참여자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하였던 결과를 핵심 키워드로 구분하고 상대적 중요도를 1차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은 연구의 직접적인 결과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카드 분류를 보다 원활하게 하기도 합니다. 또한 “참여자들로 하여금 프로젝트 전/중/후에서 느꼈던 나”를 키워드로 분류하도록 하여 각각의 진술문이 어느 단계에서 형성되었는 가를 알아보도록 하였습니다.
이후, 참여자들이 분류한 진술문은 동일한 진술문은 1, 동일하지 않은 진술문은 0으로 처리되어 81*81의 유사성 행렬표로 코딩되어 집단 유사성 행렬표(Group Similarity Matrix)로 작성되었으며 이후 다차원척도법(MDS, Multi-Dimensional Analysis)을 실시하여 일관된 군집으로 분할하였습니다.
다차원 척도법을 통해 참여자들이 구분한 핵심가치는 총 11가지 주제로 분류되었습니다. 11개의 주제는 각 주제에 따라 분류된 진술문의 평가를 평균하여 상대적 중요도가 산출되었으며 가장 높은 중요성을 가진 주제는 몰입(6.12)과 자신감(5.43)이었으며 이어 소속감(5.27), 루틴(5.15)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참여자들에게는 100일간의 활동을 통해 몰입을 통한 자신감과 소속감 확인이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각 주제별 진술문은 부록 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진술한 니트컴퍼니 프로젝트의 핵심 가치가 프로젝트 중에 어떻게 반영되었는 가를 도식화하도록 요청받았습니다. 프로젝트 참여 전, 심심하고 무기력하며 플랜만 짜고 있던 답답했던 참여자들은 니트프로젝트를 통해 도전적인 변화를 실천하고 다양한 삶을 발견하며 단련되어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참여 후에는 책임감과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자립을 위해 느리지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응답하였습니다.
포커스 그룹 참여자들이 진술한 개념들 간의 유사성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유사성 메트릭스(inter-attribute similarity matrix, IAS matrix)를 구성하였습니다. 유사성 계수는 주어진 한 쌍의 속성이 동시 발생하는 정도를 의미하며, 계수의 수치가 클수록 두 개념 간의 관계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계수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로 시각화하여 보면 참여자들이 니트컴퍼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위와 같은 핵심가치가 참여자들의 태도변화를 어떻게 이끌었는가를 보다 종합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처음 많은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있던 참여자들은 니트컴퍼니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인증을 거치는 동안 책임감을 가지고 같은 참여자들 간의 격려와 지지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성실한 참여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도록 연계하였고 이는 결국 자신감의 상승과 가치관의 형성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도출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상력이 만들어 낸 행동 변화 플랫폼 '카카오 프로젝트 100'을 통한 일상 속에서의 작은 생활 변화와 사회적인 소통은 결국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목표와 자신감을 부여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완수하며 설정한 목표가 구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자신감이 길러진다는 면에서 구직에 대한 목표 달성도 용이할 것"이라고 연구 참여자들은 덧붙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니트족들이 정보와 소통을 교류할 수 있는 공적 공간(Public Sphere)의 필요성도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연구 결과, 참여자들이 100일간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참여자들 간의 격려와 지지, 이를 통한 책임감 상승이었습니다.
덧글: 번아웃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상담 치료를 받던 한 청년에게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 참여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이 청년은 프로젝트를 마친 후, 지금은 건축회사에 새로 취직해서 자신만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1]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의 운영 주체는 비영리단체 니트생활자입니다. https://project100.kakao.com/project/1020/introduce
[2] https://ko.wikipedia.org/wiki/%EB%8B%88%ED%8A%B8%EC%A1%B1
[3] Maguire, S. (2015). NEET, unemployed, inactive or unknown–why does it matter?. Educational research, 57(2), 121-132.
[4] 남재량(2006). 청년 니트(NEET)와 중년 니트(NEET)연구.
[5] https://www.oecd-ilibrary.org/social-issues-migration-health/2019_8a72ad9f-ko
[6] http://m.kmib.co.kr/view.asp?arcid=0924144942
[7] https://www.smlounge.co.kr/woman/article/4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