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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AI리포트] AI,지능정보기술의 방향_권용현

카카오는 AI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논의의 재료로 AI가 쓰일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매달 리포트를 내고 있습니다. 카카오도 AI 기반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준비하지만, 기술 생태계를 키우고 사회를 바꾸는 것은 모두의 몫이라 믿어요. 현안을 나누고 지혜를 모으는데 조금이라도 거들겠습니다. 


'카카오 AI 리포트 Vol 2'는 다음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01. 앤드류 응이 말하는 AI, 그리고 경영전략 

02.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딥러닝

03. AI, 지능정보기술 개발 및 활용의 바람직한 방향 (이번글)

04. 인간의 길, AI 로봇의 길

05. AI 온라인 강의 모음


카카오 AI 리포트 Vol. 2 전체글 다운받기 



권용현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사회추진단 기획총괄팀장님 글입니다. 




작년 여름 골드만삭스 뉴욕 본사에서 우버와 인공지능(AI) 기업 켄쇼(Kensho) 등에 대한 투자를 담당했던 최고책임자와 관련 부서 임원 등을 만났다. 골드만삭스가 켄쇼라는 AI 플랫폼을 주가분석 및 주식거래에 이용하기 위해 투자한 것은 2014년이다.  “예컨대 북한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고 가정합시다. 예전에는 한국시장에 투자한 회사의 펀드매니저가 저희 같은 기업의 영업 부서에 연락해 한국 주식시장 전망을 묻습니다. 저희 담당자는 내부 애널리스트에게 분석을 요청하고, 그 결과를 몇 시간 후 또는 다음날 펀드매니저에게 알려주면서 저희를 통해 거래하도록 지원합니다. 애널리스트는 나름대로 몇 가지 변수를 토대로 예상하지만, 사실 갑자기 분석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확한 예측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영업 담당자는 이런 경우, 곧바로 켄쇼 팀에 연락합니다. 불과 몇 분이면 켄쇼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한국 주식시장은 OO%의 확률로 XX% 정도 하락하지만 99%의 확률로 2~3일 사이에 평균 주가를 회복한다’고 알려줍니다. 걱정 말고 주식을 사라는 의미죠. 켄쇼는 사람이 살펴보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변수와 데이터를 훨씬 빠른 속도로 분석합니다. 평소 자가 학습을 통해 어떤 변수가 특정 사안에 더 유의미한 관련성을 갖는지 계속 업데이트합니다.” 



작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며 시작되었고,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이후 국내 AI 관심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골드만삭스가 켄쇼에 투자한 건 이미 2014년. D.E.Show, Two Sigma 등 퀀트 펀드를 운용하는 다른 헤지펀드들도 AI를 이용해 훨씬 정교한 투자모델로 수익률을 높였고, 펀드 수탁고도 늘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기술


최근 흐름을 4차 산업혁명 혹은 뭐라고 부르든 변화는 분명하다. 무엇인가 큰 변화가 발생할 때 그 변화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대응의 첫 걸음. 많은 사람들이 AI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동인인 것으로 이야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변화의 동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AI만 이야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골드만삭스와 켄쇼 사례에서 드러나듯 혁명적 변화의 동인은 195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한 AI 알고리즘 기술만은 아니다. 알파고는 3,000만 건 이상의 기보를 자가학습하고 1,200대의 컴퓨터를 인터넷으로 실시간 연결하여 이세돌 9단과 대결했다. 켄쇼도 엄청난 규모의 시장 및 금융 데이터에 접근, 실시간 학습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즉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를 일으키는 동인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생성된 수많은 데이터(정보)를 AI가 스스로 학습하여 판단(지능)을 내리는 기술’이라고 개념화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지능정보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지능정보기술은 거의 모든 산업에 융합되어 기하급수적 생산성 향상을 일으키고 산업지형 자체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능정보기술이 로봇에 활용되면 기존 산업용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여 제조공정을 맞춤형으로 제어하는 지능형 로봇으로 탈바꿈한다. 지능정보기술이 의학 분야에 활용되어 방대한 양의 유전체 정보를 인공지능이 분석할 경우에는 개인 맞춤형 진료 및 신약개발에 혁신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지능정보기술 활용 사례



지능정보 핵심기술 개발 노력


AI 등 최근 변화를 일으키는 기술들은 범용기술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시간차는 있을 수 있어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라와 기업은 찾기 힘들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지능정보기술 분야에 가장 많은 국가적 투자와 민간생태계 조성에 애를 쓰고 있는 나라들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이다. 전세계 GDP 1~4위 국가들이 새로운 패러다임과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여 정부 차원에서 노력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기 충분하다.


민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이끄는 미국의 경우 현재와 같은 기술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를 확보하기까지 정부가 매우 치밀하고 강력하게 지원 및 규제 정책을 펼쳤다. 핵 개발을 추진한 ‘맨해튼 프로젝트’나 달 탐사 프로젝트인 ‘Moon-Shot’ 등 수십조 원이 투자된 정부 프로젝트가 미국 기술 및 산업 발전에 끼친 영향은 막대했다. 애플의 아이폰도 찬찬히 뜯어보면 인터넷을 개발한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물론, GPS는 국방부(DoD)와 해군, CDMA는 미 육군, 리튬이온전지는 환경부(DoE), LCD 기술에는 국립보건원(NIH), 국가과학재단(NSF), 국방부(DoD)가 각각 기여했고 Siri 알고리즘도 DARPA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즉 핵심기술의 경우 정부가 직접 개발했거나 지원, 혹은 사용하면서 발전을 거듭한 사례가 많다고 할 수 있다.(혹자는 대부분이라고도 한다.) 규제 정책의 경우 시장 경쟁을 통해 기술개발이 촉진될 수 있도록, 시장에서 독과점이 발생하면 기업 분할까지 서슴치 않았다. 특정 사업자가 편안한 지위를 누려 혁신을 게을리해도 잘 살 수 있는 구조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도록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3차 산업혁명이라 불렸던 정보화혁명 시대에 민관 협력을 통해 반도체 및 CDMA 시스템 기술개발, 선도적인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적극적인 각 분야 정보화 추진 등을 통해 과거 산업화 시대보다 훨씬 높은 국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구현될 지능정보사회에 우리나라가 더욱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변화의 동인에 해당하는 지능정보기술 분야에 있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AI 분야에서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이 훨씬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그 성능을 계속 향상시킬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해놓은 까닭에 이미 경쟁은 끝난 것이 아니냐고 걱정한다. 그러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모든 산업과 서비스 시장을 전부 독과점한 상황은 전혀 아니다. 골드만삭스가 금융분석 및 거래에서 켄쇼를 사용하듯, 상이한 데이터와 서비스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각각 다른 AI 플랫폼이 경쟁할 수 있다. 특히 경쟁 관계에 있는 수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모두 극소수 지능정보기술 플랫폼에만 의존하는 균일화된 시장 상황은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도 산업이나 서비스 시장 별로 다양한 AI 플랫폼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도 우리나라가 중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인 기술들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두 가지 대표적 사례가 ‘엑소브레인(Exo-brain)’과 ‘딥뷰(Deep view)’라고 할 수 있다. 엑소브레인은 자연어 분석 및 질의응답 핵심기술 개발 프로젝트로 2013년 5월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솔트룩스 등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다. 본 과제의 목표는 ‘자연어를 이해하여 지식을 자가학습하며, 전문직종에 취업 가능한 수준의 인간과 기계의 지식소통이 가능한 지식과 지능이 진화하는 SW’를 개발하는 것이다. 기술개발은 3단계로 2023년까지 추진되며 올해까지 1단계 기술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작년 엑소브레인은 장학퀴즈에 출연하여 역대 우승자를 상대로 승리하며 가능성을 공개 검증하기도 했다. 특히 기술이전 19건, SCI/E급 논문 32건, 특허출원 167건, 국제표준 승인 2건, 국내표준 승인 4건 등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는 문법 및  의미 분석 기술을 고도화하고 법률, 특허, 금융 등 전문분야 지식 추론 기반 서술형 질의응답 기술 개발을 추진하여 상용화 수준의 전문분야 질의응답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엑소브레인 장학퀴즈 우승 장면


딥뷰도 역시 ETRI에서 2014년 4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사진‧영상에서 개체와 행동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시각지능 원천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금까지 기술이전 17건, SCI/E급 논문 82건, 특허출원 104건 등의 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사진‧영상에서 80개의 사물과 20종의 행동을 이해하고 도심영상의 내용을 분석하는 SW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기술수준 검증을 위해 글로벌 대회(ImageNet)에 참여하고 시각지능기술의 산업화를 위해 도심 영상 등에 대규모 CCTV 내용분석 기술을 적용하여 성능을 검증하는 등 현실문제에 적용할 예정이다.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지능정보기술은 이미 기업의 경쟁력 및 산업지형 변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인간의 판단과 추론 능력을 모사할 수 있는 성능으로 인하여 일자리나 소득 변화 뿐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플랫폼에 기반한 네트워크 효과가 극도로 발휘되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변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기에 대한 기업들 계획은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 특히 지능정보기술은 경제뿐 아니라 소득 수준, 일자리에 대한 대우, 일하는 방식 등 삶과 사회 전반에 걸쳐 매우 빠른 속도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과거 1, 2, 3차 산업혁명 시기와 달리 교육, 고용, 복지 등 사회정책 개편도 기술 및 산업정책 개편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맥킨지 컨설팅 등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수개월간 작업, 지난해 말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종합 전략을 제시했다. 기술에서 산업, 사회로 이어지는 변화의 모습과 경제, 고용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총체적 대응을 위해 기술, 산업, 사회 모두를 포함하여 중장기적인 정책방향과 과제를 마련했다. 기업과 국민, 정부가 협력해 일자리, 교육, 복지 등 사회 변화에 따른 우려를 미리 충분히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방향이다. 


지능정보사회 구조 및 핵심 성공요인 분석



특히 지능정보기술 개발 및 산업 활용이 아직 초기인 우리 시장 상황에서 정부는 목적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 개발을 촉진할 것이다. 차세대 기술은 대학이나 연구소 중심으로 중장기 연구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문제만 제시하고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기술개발 경쟁을 통해 해법을 찾도록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방, 치안, 행정 등 정부가 직접 기술을 구매/사용하는 공공분야의 경우 지능정보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여 공공서비스의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참여 기업들이 기술개발과 매출증대를 동시에 달성, 경쟁력을 높이도록 할 것이다. (규제 재구성, 경쟁적 생태계 조성, 사회정책 개편 등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나가며


변화는 우리에게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져다준다. 잡스는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 짓는 잣대’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시장을 이끌고 혁신을 선도하는 것은 아니지만(그럴 수도 없지만)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기업과 사회의 혁신이 매우 어려워지는 것은 틀림없다. 정부를 포함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 파고에 맞서 도전해야 한다.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하던대로 하면서 문제 해결을 망설인다면 경쟁력을 키우기는 커녕 추종자의 자격조차 잃을지 모른다.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글 | 권용현 ykwon3690@korea.kr  
97년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ICT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 3G 도입시 모바일망 패킷 전환, 방송광고 미디어랩 경쟁 전환, 4G 데이터요금제 도입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버클리에서 MBA를 했다.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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