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미커의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 2017' 발췌 요약
지난 5월 31일 미국 벤처투자사 '클라이너 퍼킨스(KPCB)'의 메리 미커(Mary Meeker) 파트너는 올해도 어김없이 ‘미커 리포트’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Internet Trends Report)'(이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는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매년 글로벌 인터넷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챙겨보는 보고서들 중 하나입니다. 정확한 정보와 철저한 분석 덕분에 보고서 발간 때마다 많은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올해 보고서는 지난 2014년, 2015년과 비교했을 때 보고서 분량이 약 2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특히 주목해야할 부분은 새롭게 추가된 ‘헬스케어’ 부문입니다.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해나가는 IT 기술이 의료 산업까지 본격적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아래는 355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 내용 중 중요한 이슈들 위주로 발췌, 요약한 뒤 일부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해선 자체 조사를 거쳐 관련 내용을 추가로 덧붙인 글입니다(참고로, 내용 중 [ ] 표시는 각주 번호를 의미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는 총 34억명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습니다. 스마트폰 매출은 전년 대비 3% 증가했는데, 2014년 28%, 2015년 10% 증가율에 비하면 오히려 감소한 수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구매를 원하는 대부분의 인구가 이미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현재의 기술 혁신이 향하는 방향성은 단순한 스마트폰 보급률을 넘어서 이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또는 앞으로 무엇이 가능한가 등 '효율성'과 '확장성'의 문제로 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인터넷 사용 수단도 테스크탑 또는 노트북에서 사용이 간편한 모바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습니다. 2013년 이후 모바일 사용 시간은 데스크탑 또는 노트북 사용시간을 추월해 2016년 미국 성인의 하루 평균 모바일 사용 시간은 3.1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데스크탑 또는 노트북은 2.2시간). 메리 미커는 “전반적인 인터넷 보급 및 스마트폰 판매의 증가세는 둔화 또는 정체 상태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광고 시장은 전년 대비 22% 증가했습니다. 광고노출 방식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메리 미커는 6개월 이내 전 세계 인터넷 광고 매출이 TV광고 매출을 역사 최초로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IT 거인’으로 불리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존재감은 역시나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도 압도적입니다. 두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인터넷 광고 시장 성장률은 85%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광고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핵심 전략은 ‘데이터’와 ‘도구’입니다. 우버의 경우 소비자의 위치를 파악해 인근에 위치한 매장 광고를 스마트폰을 통해 알려줍니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를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구글의 AdWords와 같이 검색어(input)를 입력하면 관련된 광고를 검색 결과 화면 내에서 보여주는 광고는 이제 전통적인 방식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기술 성장에 따른 혁신적인 광고 방식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냅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직접 공유한 이미지(사진)를 인식한 뒤 관련 광고를 노출시킵니다. 이미지 검색, 음성 검색의 시대가 타이핑을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입니다. 음성 인식률은 이미 그 정확도가 95% 수준에 도달했고, 보고서에 따르면 머지 않아 인간과 동등하거나 또는 이를 능가하는 수준의 인식률에 도달할 것으로예상됩니다. 지난달에는 구글 어시스턴트의 모바일 검색 쿼리 중 20%가 음성 명령으로 이루어졌다는 결과도 발표돼 눈길을 끈 바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게임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1,00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특히 아시아권이 470억 달러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게임 산업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이제 기업 성장의 근간이 되기도 하고, 타 산업으로 확장되어 뻗어나가기도 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랙티브 게임은 디지털 비니지스에 필요한 모든 학습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복도전, 난이도 설정, 난제 해결, 계획 구성, 성과물 완성, 레벨업, 경쟁, 탐구, 규칙 준수, 협업, 리더쉽, 통찰력, 데이터 분석, 자기 최적화, 창의성등이 주요 학습 요소들입니다. 10년전 스탠포드 대학 바이런 리브스 교수는 “3년 또는 5년 후 비지니스 세계를 이끌 리더쉽이 궁금하다면 온라인게임을 직접 접해보라”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엘런 머스크 테슬라 CEO, 레이드 호프만 링크드인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인터랙티브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프로그래밍 즉, IT 업계에 입문했습니다.
최근 인터랙티브 게임에서는 VR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VR 기술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영화, 미디어,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산업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VR을 이용한 군사훈련 장면을 공개했습니다.[1] 병사들이 가상현실을 통해 설정된 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VR을 이용한 군사훈련의최대 장점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실제 전쟁 또는 테러와 같은 충격적인 사고를 겪은 환자들이 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때 도움이 됩니다. 가상현실 치료기법(Virtual Reality Treatment, VRT)은 가상현실 속에서 상황을 재연하여 환자가 스스로 심리적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외 수술 시뮬레이션을 응용한 의료 교육, 파일럿 트레이닝 등 여러 산업에 확대될 전망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사상 처음으로 음반 판매를 제치고 음원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2] 소비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접근성, 개인화, 휴대성 등이 꼽힙니다. 또한 유료 서비스 가입 경로는 대부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체험하는 무료 회원에서 전환된 것으로, 일부분은 광고를 보기 싫어서 전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디어 부문에서 흥미로운 점은 페이스북과 스냅의 상승세입니다. 두 기업은 소비자 편의를 위해 짧은 분량의 비디오를 배포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이는 비디오 시장을 독보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유튜브를 위협하는 수준입니다.
전통적인 데이터 센터의 성장은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공용/사설 클라우드 서비스 소비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설 클라우드 같은 경우 비지니스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요를 늘리고 있습니다. 2016년 공용/사설 클라우드 서비스는 전체 IT 인프라 소비의 37%를 차지했고,그 규모는 360억 달러에 달합니다.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기업은 단연 아마존 AWS이며, 이외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도 기업은 물론 일반 이용자들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성장은 API 및 브라우저 익스텐션[3]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기능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더욱 개방하고, DB 분석 및 최첨단 컴퓨팅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능케합니다.
2016년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수는약 7억명, 전년대비12% 증가했습니다. 미디어 소비 또한 모바일이 가장 높은 수단으로 데스크탑을 추월했습니다. 미디어 뿐만 아니라 중국의 모바일 사용량 중 엔터테인먼트 소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중 위챗을 운영하고 있는 텐센트는 알리바바, 바이두를 재치고 게임, 비디오, 뉴스, 음악등의 콘텐츠를 장악하며 선두에 올랐습니다. 엔터테인먼트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인터랙티브 게임 시장에서 중국은 미국, EMEA(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중국 제외)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유율을 나타냅니다. 보고서는 2017년에도 중국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전망했습니다. 이보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의 라이브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약 0.4 달러 이상의 시간당 수익으로 온라인 게임을 추월하고 가장 효율적인 수익화 서비스로 등극했습니다. 국내 카카오 택시 서비스와 유사한 온디맨드 교통 서비스로는 중국의 자전거 쉐어링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온디맨드 자전거 쉐어링은 GPS를 탑재한 자전거와 스마트폰을 연동하여 작동됩니다. 결제 수단 또한 QR 코드를 활용하여 간단하게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사용 의사를 높이는 데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저렴한 비용과 편리성입니다. 2017년 2월 한달 간 자전거 쉐어링 사용자 수는 1,000만명, 3월에는 2,000만명이상으로 약 2배 증가했습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지난해 약 5조달러로 1년만에 2배 이상 늘었으며 경쟁은 갈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현재 알리페이가 시장의 54%, 텐센트의 위챗페이는 40%를 점유하고있습니다. 주로 100위안(15달러) 이하의 소액 결제 때 사용됩니다.
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인터넷 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는 전년 대비 28% 증가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 가격은 2009년에 최고점을 찍고 점차 감소했지만 여전히 관련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무선 데이터 비용은 2017년 3월을 기준으로 1인당 국내 총생산의 1.3%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2년전 3%에 비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A4AI[4]가 지정한 인터넷 접속에 드는 적정 가격인 ‘1인당 국내 총생산’의 2%보다 낮은 수준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인 인터넷 보급률은 여전히 낮습니다. A4AI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50%의 인터넷 보급률 목표를 달성할 것입니다.[5] 인도의 무선 데이터 비용 감소는 이러한 목표 달성에 가까워지는 첫 걸음인 셈입니다. 인도의 무선 데이터 비용 감소 추세를 불러온 가장 유력한 주체는 인도의 통신기업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 입니다. 릴라이언스 지오는 7년간 250억 달러를 투자했고 2012년에는 삼성전자와 4G LTE 네트워크 장비 단독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6] 그리고 마침내, 2016년 9월인도 전 지역에 4G 네트워크 공급을 시작했고, 위협을 느낀 기존 3대 통신 사업자들은 데이터 비용을 급격하게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기존 3대 통신사의 데이터 비용은 1기가당 1.9달러인 반면 릴라이언스 지오는 0.17달러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저렴하고 광속 무선 인터넷의 보급화는 데이터 사용량을 급격하게 늘렸고, 월 단위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전년 대비 9배 증가했습니다.
과거 아날로그 형태였던 엑스레이, ECG(심전도 검사), 혈압측정, 심박수 모니터링 등 모든 의료기기가 디지털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소비자의 간단한 개인 건강을 병원이나 의료 기관에서 관리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택에서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웨어러블 기기의 인기가 급증해 현재 미국 시민의 25%는 웨어러블 기기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외에도 건강 관리 앱 보편화 및 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 EHR) 도입에 따른 의료 진단의 정확도 향상이 예상됩니다. EHR 도입은 인공지능과 의료 산업 융합의 최우선 과제로 꼽힐 만큼의 잠재력이 존재합니다. 글로벌 IT 자이언트라 불리는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반 의료산업 경쟁도 치열합니다. 보고서에서 인용된 '락 헬스 2017 소비자 설문'에따르면 전체 대상자 4,105명 중 60%는 구글에 개인의료 데이터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메리 미커는 올해 처음으로 헬스케어 부문을 보고서 항목에 추가했습니다.
<참고 문헌>
[2] https://www.ft.com/content/94c5cdb0-4a26-11e7-a3f4-c742b9791d43
[3] 웹 브라우저의 기존 기능의 동작을 변경 또는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웹 브라우저용 프로그램. 예를 들어, 브라우저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맞춤화, 보안성 향상, 검색 기능 향상, 북마크 기능 추가, 번역 기능이 포함됨.
[4] Alliance for Affordable Internet(http://a4ai.org/)는 전 세계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결성된 국제 단체이다. 매년 저개발 국가의 인터넷 보급률 지표 등을 담은 세계 인터넷 적정가격지수 보고서(Affordability Report)를 발간하고 있다.
[5] http://a4ai.org/affordability-report/report/2017/
[6] 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html?no=366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