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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뱅크 Oct 24. 2022

불에 탄 정마담의 돈, 새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돈, 영화를 만나다


고니 : 돈부터 챙기자고...?
정마담 : 다 널 위해서 그랬어
고니 : 난 딴 돈의 반만 가져가
(고니 돈더미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인다)
정마담 : 뭐 하는 거야? 너 그러지 마... 그러지 마... 안돼!


TV에 나오면 어디서부터 봐도 끝까지 보게 되는, 음소거로 봐도 자동으로 음성 지원되는, 2006년 개봉해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는 영화, 바로 최동훈 감독의 <타짜>인데요.


출처: 다음영화


<타짜> 후반부, 고니(조승우)는 정마담(김혜수)과 함께 아귀(김윤석)와 배 안에서 최후의 대결을 벌입니다. 그때 정마담의 음모를 알게 되자 고니는 판돈에 불을 지르죠.


당황한 정마담은 불을 끄려 합니다. 하지만 소화기가 말을 듣지 않죠. 급한 대로 캐비닛에 있던 옷을 꺼내 불을 꺼 보지만… 불길은 끝내 사그라들지 않아요. 정마담이 끔찍이도 지키려 했던 이 돈, 불에 타도 바꿀 수 있을 수 있을까요?


한국은행의 손상 지폐 교환 기준


한국은행에서는 훼손, 오염, 마모되어 유통되기 힘든 화폐를 수수료 없이 깨끗한 화폐로 교환해주고 있는데요. 기준은 이렇습니다.


전액 교환 : 남아있는 면적이 원래 크기의 ¾(75%) 이상인 경우

반액 교환 : 남아있는 면적이 원래 크기의 ⅖(40%) 이상인 경우

무효로 처리 : 남아있는 면적이 원래 크기의 ⅖(40%) 미만인 경우


정마담의 돈처럼 불에 탔을 때도 남은 면적을 기준으로 교환해줍니다. 다만 지폐에 불이 붙으면 면적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는데, 이땐 변형된 면적을 기준으로 해요.

또 불에 타고 남은 재 부분이 같은 지폐의 조각으로 볼 수 있다면 그것도 남은 면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재가 흩어지거나 뭉쳐져 판별할 수 없다면, 원형이 남아있는 지폐만으로 면적을 계산한다고 하네요.


불을 끄고 해야 할 일


빨치산 : 가시죠
정마담 : 돈은... 다 타버린 거지?
빨치산 : 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정마담 : 혼자 가


정마담은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지금 바로 배에서 들어가서 불을 끄고 다음과 같이 행동해야 조금이라도 돈을 더 건질 수 있죠. 이 역시 한국은행에서 제시하는 가이드입니다.


일단 당황한 마음에 재를 탁탁 털어내지 말고, 재가 흩어지지 않도록 불에 탄 돈을 용기에 안전하게 보존해야 합니다. 앞서 말한 듯이 재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해야 남은 돈의 면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거든요.


한편 화재로 거액이 불에 탔다면, 관할 경찰서, 소방서 등에서 발급받은 화재발생증명서를 함께 제출하면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정마담은 선박에서 불법 도박을 한 것이니 아마 관공서의 힘을 빌리지는 않겠죠?


마담의 남은 희망 ‘수표’


출처: 다음 영화
정마담 : 오늘 정말 잘해야 되는데... 내 전 재산이 걸렸어


정마담이 가져온 전 재산. 만 원짜리 지폐는 물론 자기 앞 수표도 가득한데요. 수표 역시 불에 탑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할까요?


우선 자기 앞 수표를 발행한 은행에 전화해 수표를 분실했다고 알려야 합니다. 이후 서면으로 신고한 뒤 경찰서에 분실신고를 하고, 법원에 공시최고 신청을 해야 하는데요.


공시최고는 “법원에 자신의 수표가 분실/도난당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만약 그 수표를 가지고 있거나 권리가 있는 자가 있다면 법원에 얼른 신고하라"고 알리는 일입니다.


즉, 내가 수표를 잃어버렸는데, 누군가 가지고 있다면 신고해달라는 거죠. 이 과정으로 잃어버렸거나 없어진 수표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어요.


법원에 공시최고 신청서 접수 > 제권판결 선고 > 신청자가 판결문을 이 수표를 발행한 금융기관에 제출하는 절차를 통해 손상된 수표의 액수를 새로 받을 수 있어요


정마담은 어쩌면 만 원짜리 지폐의 재를 하나하나 모으는 수고는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수표로 된 돈이 더 훨씬 많을 테니 공시최고제도를 이용하면 되니까요.


정마담은 어떻게 했을까?


<타짜>의 마지막 장면. 정마담은 고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영안실을 찾아가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이지만, 정마담은 여전히 명품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전 재산에 불을 지른 고니를 ‘최고의 타짜'였다고 회상하는데요. 아마 공시최고 제도로 수표를 모두 되찾아 나온 의연한 태도인지도 모르겠네요.


글 : 유튜버 <영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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