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영화를 만나다
거트루드 스타인: 오, 펜더! 마티스에게 그의 신작 하나를 소장품으로 사겠단 얘기를 했어요. 500프랑이면 괜찮죠?
길 펜더: 마티스 작품을 500프랑에요? 예, 아주 괜찮네요. 그럼 저도 5, 6점 사고 싶은데...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 펜더(오언 윌슨)는 자정의 파리 밤거리를 서성이던 중 종소리와 함께 홀연히 나타난 차에 올라타게 됩니다. 그리고 1920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죠.
그곳에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시작으로, 최고의 댄서 조세핀 베이커, 소설가 피츠 제럴드 부부,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를 만나죠.
시간 여행에 익숙해진 주인공은 거트루드 스타인*과 친분을 쌓고 ‘스타인 살롱'에 들르기도 합니다. 마침 그녀는 앙리 마티스와 함께 그의 새 작품 거래에 대한 논의를 나누던 중이었죠.
작품의 가격은 단돈 500프랑! 만약 주인공의 말대로, 과거로 돌아가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살 수 있다면, 현재에는 얼마에, 어떻게 팔 수 있을까요?
* 거트루드 스타인은 누구?
미국 출신의 시인이자 소설가. 문학적 재능만큼 미술품의 감식안도 뛰어났던 그녀는 세잔, 피카소, 마티스 등의 작품을 사들여 자신의 파리 저택 벽면을 가득 메웠고, 주말마다 이곳을 '스타인 살롱'으로 변모시켜 예술가들을 초대해 지식과 교양을 나누곤 했습니다
<미드 나잇 인 파리>의 꿈같은 하룻밤처럼 엉뚱한 상상을 해봤는데요. 혹시 이 얘기에 조금이라도 솔깃한 분이 있다면 소개해 드릴 재테크가 있어요. 바로 ‘아트테크’입니다. 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미술품 매매로 시세차익을 얻거나, 갤러리에 빌려줘 수익을 얻는 투자법이죠.
한 조사에 따르면 10년 전부터 국내 미술시장 거래가 꾸준히 늘고 있어요. 요즘은 팬데믹으로 다양한 재테크 방식이 등장하고 여러 자산의 가치도 빠르게 바뀌고 있죠. 하지만 미술품은 매번 그 가치를 확인할 필요가 없고, 갖고 있는 동안은 미술품을 마음껏 보고 감상할 수도 있어요. 한 순간에 가치가 떨어지지도 않고요.
물론 예술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본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그간 미술 작품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 아트테크를 시작한다면, 미술을 알아가는 동시에 재테크도 할 수 있겠죠.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겁니다.
현대의 미술 시장은 크게 1차 시장(Primary Market)과 2차 시장(Secondary Market)으로 나눌 수 있어요.
1차 시장은 작가가 직접 거래에 참여하는 시장입니다. 계약을 맺은 갤러리 소속 아트 딜러를 통한 거래, 갤러리들이 모이는 행사인 아트페어에서 거래를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죠. <미드나잇 인 파리>에선 앙리 마티스가 스타인 살롱에서 직접 거래를 하고 있으니 1차 시장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앙리 마티스 사후인 지금 그의 작품을 거래하고 싶다면 경매를 통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앞서 말한 2차 시장에 해당되죠. 주로 아트 옥션 회사를 통해 경매와 거래가 이루어져요.
미술품은 개개인의 주관적인 감상이 평가 기준이 됩니다. 당연히 가치는 천차만별, 정량적인 가격은 매기기 어렵겠죠. 그렇다면 최솟값부터 생각해 볼까요. 영화 속에서 언급한 500프랑은 현재 가치로 얼마일까요?
현재 프랑스는 유로화를 쓰고 있지만, 이전엔 ‘프랑'이란 화폐를 썼어요. 1920년 당시 프랑스인 평균 월급이 500프랑 정도였는데요.(2022년 현재는 3,000유로. 우리 돈으로 약 420만 원) 당시 대공황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한다면 차이가 좀 있지만, 한 달 월급으로 앙리 마티스 작품을 살 수 있었던 거죠.
그러나 앙리 마티스 작품의 현재 가치는 한 달 월급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높아요. 작은 그림만 해도 10억 원부터 시작하고, 700억 원에 낙찰된 작품도 있어요. 그의 작품은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의 보물 컬렉션에도 들어갈 정도로, 대단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니까요.
만약 우리에게 <미드 나잇 인 파리>와 같은 시간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와인잔을 맞대며 우정을 쌓는 게 좋겠죠? 그들의 작품을 500프랑에 구매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글 : 유튜버 <영민하다>